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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극장개봉한 한국과 미국 반응 이렇게 달랐다


[매거진M] 관람 조건 중요한 한국 vs 채식 코드 환호한 미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된 봉준호 감독의 600억 원 대작 ‘옥자’(원제 Okja, 6월 29일 개봉)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나라는 190개국이다. 그 중 극장 개봉을 병행하는 곳은 한국과 미국, 영국, 단 3개국. 그런데 나라마다 반응이 사뭇 다르다. 특히 넷플릭스 상륙 초기 단계인 한국에선 상영 방식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민감한 반면, 넷플릭스 구독자가 500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은 영화 자체를 더욱 즐기는 분위기다. ‘옥자’에 관한 한국과 미국 관객들의 온도 차를 들여다봤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5000만 명에 이르는 미국에서 '옥자'에 대한 반응은 더욱 뜨겁다. 사진은 '옥자' 영화한 장면[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가입자가 5000만 명에 이르는 미국에서 '옥자'에 대한 반응은 더욱 뜨겁다. 사진은 '옥자' 영화한 장면[사진 넷플릭스]

미국은 지금, 브래드 피트보다 봉준호
미국에서 넷플릭스 공개작이 화제작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SNS다. ‘옥자’ 바로 직전에 공개된 화제작 ‘워 머신’(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했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옥자’는 달랐다.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SNS와 미국 대표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에 매일 올라왔다. “옥자를 본 후”라는 문구와 함께 채소를 먹는 ‘짤’도 만들어졌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저명 언론의 환대도 관객들을 부추겼다. ‘옥자’는 공개되자마자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붙드는 데 성공했다.  
 
‘옥자’를 본 사람들의 주된 감상 후기는 ‘채식 선언’이다. 채식은 올해 뉴욕 요식업계 최고 트렌드 중 하나다. 뉴욕에선 식물로 만든 단백질 고기들과 채식주의자 식재료들이 슈퍼마켓의 섹션을 차지한 지 오래고, 점점 사람들은 무차별적인 육식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때문에 ‘옥자’는 공장식 농업과 채식이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주변 미국인들은 특별한 재미 요소로 영화 속 미국인들이 미국영화에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우스꽝스러운 외부인으로 그려진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시아 여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거의 수퍼 히어로처럼 용감한 액션을 펼친다는 점도 ‘인종 다양성’ 면에서 점수를 얻었다.  
 
‘옥자’에 열광하는 관객 대부분은 넷플릭스 구독자들이다. 7월 5일 기준, 미국 극장 개봉관은 5개로, 뉴욕 2개관, 로스앤젤레스 3개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한국의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은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할 수 없다며 거부했는데, 미국에서도 온라인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로 공개되는 영화가 거대 극장 체인에서 같은 날 개봉된 사례는 없었다. 아카데미상 후보 자격 요건을 위해 극장 개봉 제휴를 맺은 극장 체인 ‘아이픽(iPic) 시네마’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은 예술영화관이다. 뉴욕의 대표 시네마테크이자 예술영화관 ‘필름 소사이어티 오브 링컨 센터’가 봉준호 감독을 사랑하는 영화팬들을 불러 모으는 한편, LA에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운영하는 B무비 극장 '뉴 비버리 시네마'에서 35mm 필름 버전으로 변환한 ‘옥자’를 상영 중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운영하는 미국 LA 영화관 '뉴 비버리 시네마'에서는 35mm 필름 버전으로 변환한 '옥자'를 상영한다. [사진 뉴 비버리 시네마 페이스북]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운영하는 미국 LA 영화관 '뉴 비버리 시네마'에서는 35mm 필름 버전으로 변환한 '옥자'를 상영한다. [사진 뉴 비버리 시네마 페이스북]

 
가상 돼지 옥자는 극장에서 노골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관객들은 “귀엽다”를 연발하며 애정을 표현하고 옥자를 걱정하며 “돼지고기를 못 먹겠다”고 반응하곤 했다. 허나 한국 관객 입장에서 더 흥미로운 순간은 극중 옥자와 동물해방전선의 소통을 돕는 역할의 스티븐 연의 통역 개그는 영어 자막의 한계로 분명하게 전달되지 못해 극장 관객 중 한국어를 알아듣는 관객만 웃음을 터뜨렸을 때였다.  
 
소통되지 못한 통역 개그 이슈는 곧바로 인터넷 뉴스거리가 되었다. ‘옥자의 통역 농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분석하는 인터넷 기사가 공유되며 ‘옥자’에 대한 호기심을 더 부추겼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논란은 제이크 질렌할을 둘러싼 반응이다. 영화에 대한 호평과 별개로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가 굉장히 튀고 과잉이라는 의견이 빈번하게 제기되자 ‘뉴욕’ 매거진은 그의 연기가 타당한지 따지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쯤 되면 ‘옥자’는 여러 사람이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더하는 재미를 생산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게 확실해 보인다.  미국 인기 대중문화로서 넷플릭스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 그대로 ‘옥자’에 대한 반응이 오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선 성공적인 결과다.  
'옥자'에서 소통되지 못한 통역 이슈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스티븐 연 [사진 넷플릭스]

'옥자'에서 소통되지 못한 통역 이슈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스티븐 연 [사진 넷플릭스]

 
3년 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미국 영화배급 역사에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다.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VOD 다운로드와 극장 동시 개봉 방식으로 배급된 이 영화는 평단의 지지와 열혈 팬들의 입소문으로 매진사례를 이루며 상영관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나갔다. 3년 뒤 ‘옥자’는 넷플릭스가 영화에 주력하는 2017년에 오리지널 스트리밍 영화의 스탠다드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영화”란 찬사를 받는 ‘옥자’가 이후 영화 환경을 바꿔 놓는 기점이 될까?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인 넷플릭스 제작 영화들이 영화계를 뒤흔들어 놓는다면 ‘옥자’는 그 출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옥자’, 멀티플렉스 중심 한국 극장 풍토 바꿀까
개봉 2주차로 접어든 한국에서도 ‘옥자’를 향한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SNS에서는 ‘옥자’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6월 29일 새벽부터 주인공 미자(안서현)의 극중 대사 “옥자야!”를 연호하는 감상평이 분초를 다투며 업데이트되고 있다. “근래 어떤 한국영화보다 재밌었다” “봉준호다운 주제의식과 디테일한 유머가 잘 살았다” 같은 호평과 “‘괴물’(2006) ‘마더’(2009) 같은 봉 감독 전작만큼 세련되게 조율되지 못했다”라는 아쉬운 평가가 엇갈리며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밀어 올리는 분위기다. 전국 스크린의 98%를 보유한 멀티플렉스 3사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옥자’를 상영하는 100여 곳 안팎의 극장은 주말 40~50%, 평일에도 20% 이상의 좌석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옥자’보다 하루 앞서 6월 28일 와이드릴리즈한 한국영화 ‘박열’(이준익 감독, 최다 스크린 수 1176개)과 ‘리얼’(이사랑 감독, 최다 스크린 수 859개)의 좌석점유율은 주말 각각 20%, 10%대에 불과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달아오른 것. ‘옥자’ 상영 극장인 아트나인 박혜진 팀장은 “‘옥자’는 늦은 시간에도 거의 매진사례”라고 했다.  
6월 29일 개봉 후 첫 주말을 맞은 7월 1일(토)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이 '옥자'를 보려는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 magazineM]

6월 29일 개봉 후 첫 주말을 맞은 7월 1일(토)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이 '옥자'를 보려는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 magazineM]

 
자연히, 그간 멀티플렉스에 밀려났던 단관 극장들에 관객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옥자’ 개봉 후 주말 첫날인 7월 1일 토요일,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을 찾은 40대 남성 관객은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지만, 봉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보고 싶어 보름 전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티켓팅했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옥자’ 관람에는 4K 상영관이 최적”이라 밝힌 바. 4K 해상도를 지원하면서도 스크린이 비교적 크고 관람 환경이 안정적인 극장이 특히 문전성시를 이뤘다. 경기도 과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남성 관객은 “4K 상영관 중 스크린이 크고 온라인 예매 시 좌석지정이 가장 용이하다”는 이유로 씨네큐브 광화문을 찾았고,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관객은 “멀티플렉스에 가까운 상영 여건을 갖췄다”는 이유로 충무로 대한극장을 택했다. 서울시내에서 다소 거리가 있지만,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갖춘 경기도 파주 명필름아트센터를 찾는 매니아 관객들도 있었다. 이 극장들은 정시 상영이 원칙. 영화 시작 전 10분여를 광고로 채우는 멀티플렉스 관람환경에 익숙한 수십 명의 관객이 이를 모르고, 영화 상영 도중 줄지어 입장하며 정시 입장 관객들과 갈등을 빚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가 장악한 한국 극장 풍토에 ‘옥자’가 변화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단서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magazineM 취재에 응한 관객 중에는 “‘옥자’ 덕분에 10년 만에 단관 극장을 찾았다” “봉준호 영화가 아니어도, 재미있기만 하다면 멀티플렉스가 아니어도 찾아가서 볼 용의가 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다만,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상영지원을 받는 독립·예술영화관들까지 ‘옥자’ 상영에 합류하며 “정작 독립·예술영화들이 갈 곳을 잃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기대만큼이나, 고민이 필요한 때다.  
 
나원정 기자, 뉴욕=홍수경 통신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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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