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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젊은 아재, 늙은 아재

박신홍 중앙SUNDAY 차장

박신홍 중앙SUNDAY 차장

츤데레, 비글미, 정주행. 고백하건대 지난해까진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다. 인터넷에서 하도 자주 쓰이길래 ‘언제부터 이렇게 시대에 뒤처졌나’ 자괴감도 들었는데 주위에 물어보니 나만 모르는 건 아니었다. 열혈 축구팬이라 리즈 시절이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가장 화려했던 시절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달까.
 
얼마 전 한 사이트에 2017년 신조어라며 16개 단어가 떴다. 흥미 삼아 한번 맞춰봤는데 아는 단어라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세젤예(세상에서 젤 예쁜) 딱 두 개뿐이었다. 인구론은 인문계 90%는 논다의 약자였고 엄카는 엄마 카드의 줄임말이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파생된 양학용·어그로는 이미 오래전에 일상화됐단다. 이 정도는 일부 마니아층만 쓰는 단어가 아니라 웬만한 젊은 세대는 흔히 쓰는 말이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새 단어에 아재들은 곤혹스러울 따름이다. 몇 개만 더 꼽아볼까. ㅇㅈ는 인정, ㅇㄱㄹㅇ은 이거 레알(진짜)의 초성을 땄다. #G가 유독 시선을 끌었는데 알고 보니 샵지, 즉 시아버지의 준말이었다. ‘내로남불’ 하나 갖고도 약자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기성 세대에게, 헐이나 대박·ㅋㅋ 정도 쓰면 나름 네티즌 아니냐는 아재들의 당당한 자신감에 젊은 그들은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 시조새파킹(시조새가 날아다니던 시절만큼 오래된 얘기)한다고 타박하기 십상일 터다.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파편화돼 있다, 깊이가 없다, 긴 호흡의 글은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고 비판만 할 건 아니다. 그들은 항변한다. 디지털 시대엔 우리 언어와 소통 방식이 이미 실체이자 대세라고. 청년실업과 열정페이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따뜻한 시선 한번 준 적 없으면서 왜 무시하려고만 드냐고. 세상이 바뀐 걸 인정하지 않고 우물안 개구리마냥 한줌에 불과한 기득권만 붙잡고 아둥바둥하고 있으니 꼰대라 불리는 거 아니냐고.
 
정치권도 다를 게 없다. 20세기가 진보·보수 대립의 시기였다면 이젠 세대 간 격차가 최대 화두다. 지난 대선 때도 세대투표 징후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나. 그럼에도 한국 정치는 여전히 노인정 정치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말싸움만 하고 해법은 못 내놓는 정치 행태도 그대로다. 촛불이 타오르자 잠깐 앗 뜨거 했지만 이내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육체적 나이는 비록 아재여도 생각의 나이까지 아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고의 유연성을 잃지 않고 젊은 세대와 끊임없이 호흡하려 노력해야 우리 사회의 파편화를 막을 수 있다. 그들도 말이 통하는 젊은 아재는 얼마든지 ㅇㅈ한다. 아재도 아재 나름이라고 늙은 아재 소린 듣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박신홍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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