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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에 싸늘한 광주 “안철수, 조작 몰랐어도 사과해야”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왼쪽)은 5일 청주에서 열린 비대위원 회의에서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 참담함 속에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뉴시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왼쪽)은 5일 청주에서 열린 비대위원 회의에서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 참담함 속에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가 제보조작 사건을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된다요? 정 몰랐더라도 사과부터 해야제.”
 
지난 4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의 한 공원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진규(67)씨는 최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깨끗한 정치를 한다고 해서 창당 때부터 국민의당을 지지해 왔는데 갈수록 뭘 하는 당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 양동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김선자(71·여)씨는 “대통령선거 때 가방을 메고 유세하는 모습이 참 믿음직스러웠는데 이제는 다들 못 믿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대선 기간인 지난 5월 광주 지역 재래시장과 도심을 돌며 ‘뚜벅이 유세’를 펼쳐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 민심이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선 패배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 제보조작 사건까지 맞물리면서 최대 위기에 몰렸다.
 
국민의당은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8.7%까지 내려앉았다. 창당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자유한국당(8.8%)에도 뒤처졌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만 하더라도 지역구가 총 28석인 호남에서 23석을 휩쓸었던 지지율이 1년2개월여 만에 곤두박질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66.1%였다.이 조사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다.
 
국민의당의 추락을 놓고 호남 정가에선 “국회의원 수만 보면 호남 최대 정당이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당이 최근 “제보조작 사건은 이유미(38·여·구속)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지었다”고 발표했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불신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대선을 전후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호남에서의 압도적 지지를 기반으로 제3당 위치에 올랐지만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 등을 거치며 지난해 2월 창당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광주시민들은 이번 대선 때 문 대통령에게 61%의 표를 몰아준 반면 안 전 대표의 득표율은 30%에 그쳤다.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53%의 표를 준 것과 비교하면 지지도가 23%포인트 떨어졌다.
 
전남 역시 문 대통령이 59%를 득표한 반면 안 전 대표는 30%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더민주는 지난해 총선에서 광주 28%, 전남 30%를 득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 표를 배 정도 더 얻었다.
 
국민의당에 대한 이반 조짐은 정치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61·여)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공당인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건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3선 군의원인 김 의원은 최근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이 ‘제보조작’을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것을 놓고도 “당 차원의 반성이 없는 실망스러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김 의원의 탈당을 신호탄 삼아 ‘탈당 도미노’가 나타나는 것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미 지난해 총선을 치른 국회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들은 정당 지지도가 최악인 상황에서 내년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경우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호남 지역 지지율이 66.1%에 달했다는 점도 향후 지역 정치인들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호남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당이 붕괴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차원의 반성을 토대로 두 당의 선의의 경쟁 구도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인 김휘성(49·광주 광산구)씨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던 예전의 호남 정치 구도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국민의당이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균(56)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구태를 답습했다는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감을 없앨 수만 있다면 국민의당에 대한 민심도 되살아날 가능성은 있다”며 “누구보다 깨끗한 정치를 강조해 온 안철수 전 대표가 솔직한 사죄를 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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