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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중국도 잃어버린 20년? 일본이 만든 오답노트가 반전 열쇠

중국은 저금리와 경기 호조 등으로 시중 자금이 넘쳐 부동산 경기 역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7년 8월, 한국인이 많이 몰려 사는 베이징 왕징의 아파트 단지. [중앙포토]

중국은 저금리와 경기 호조 등으로 시중 자금이넘쳐 부동산 경기 역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2007년 8월, 한국인이 많이 몰려 사는 베이징 왕징의 아파트 단지. [중앙포토]

1989년 일본은 뜨거웠다. 주가가 치솟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도쿄 긴자(銀座)의 최고급 술집·레스토랑은 새벽까지 인산인해. 닛케이지수는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3년간 3배, 부동산은 1년에 70%씩 뛰었다. 도쿄 중심부를 순환하는 전철 야마노테센(山手線)의 안쪽 땅값이 미국 전 국토와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월급쟁이들은 도쿄에 집을 살 엄두도 못 냈다. 수도권의 신규 아파트 가격이 일본 직장인 평균 연봉의 18배에 달했다.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총리는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가격을 5년 내 연봉의 5배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야당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야자와 총리의 현실성 없어 보이던 이 정책은 거짓말처럼 성공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집값이 붕괴한 것이다. 도쿄 일부 지역은 5년 새 10분의 1로 떨어지기도 했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일본 경제의 기나긴 겨울도 함께 찾아왔다.
 
최근 중국 부동산도 30년 전 일본처럼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인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중국 대도시 아파트 가격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30~50%나 뛰었다. 갈 곳 없는 돈이 부동산에 몰려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월 신규주택 매매금액은 총 1조 위안(약 16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집값이 연봉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연수입배율은 베이징 20배, 상하이 25배, 선전 36배다. 소득을 고려한 상대적 가격은 1990년 도쿄보다도 비싼 셈이다. 베이징 인근의 슝안(雄安) 특구의 부동산 값이 4월에만 2배 이상 오르는 등 부동산 과열이 대도시 인근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 완화기에 성장률이 떨어지면 돈은 일반적으로 투자자산에 몰린다. 1989년 개혁·개방 이후 줄곧 고공행진을 달려 온 중국 경제의 최근 모습은 30년 전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다. 중국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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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열 ‘이상 신호’
 
중국 경제의 이상 신호 진원지는 부채 증가와 성장률 하락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를 이유로 5월 24일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강등했다.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1989년 이후 28년 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달 21일 “부채를 통한 경제성장 전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출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부채가 증가한 것은 성장률이 떨어져서다. 2012년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자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을 끌어내리는 한편 은행의 예대율 규정 등을 완화했다. 이 여파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는 기업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지난 5년 새 60%포인트 급증했다. 80년대 일본처럼 자금이 넘치고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자 부동산 값이 크게 오른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담당 총괄사장인 루치르 샤르마는 지난해 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GDP 대비 부채 증가율이 40%포인트 이상이라면 경제위기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은 80년대 일본, 90년대 태국·말레이시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로 발을 뻗고 있는 점도 80년대 일본을 연상시킨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2배로 오르자 소니가 컬럼비아픽처스를 인수하고, 미쓰비시가 록펠러센터를 사들이는 등 앞다퉈 전 세계에 투자했다. 중국도 위안화 가치가 오르자 중국 CC랜드가 올 초 런던의 명물인 ‘치즈강판’ 빌딩을 11억5000만 파운드(약 1조7076억원)에 사들이는 등 해외 자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택시운전사 출신의 억만장자 류이첸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걸작 ‘누워 있는 나부(Nu couche)’를 1억7040만 달러에 매입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2250억 달러(약 257조원)로 역대 가장 많았다. 대미 투자는 450억 달러로 2015년보다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물론 30년 전 일본과 지금의 중국이 꼭 같지는 않다. 당시 엔고는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조치였던 데 비해 중국은 스스로 금융시장과 위안화 가치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였던 일본은 거품이 터졌을 때 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지만 중국은 2014년부터 내수 주도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 부채의 3분의 2가 국유기업과 국유은행이 진 것이라 정부 차원의 채무 재정비가 가능하다는 점도 90년대 일본과의 차이점이다. 중국은 일본보다 상황이 한결 낫다고도 볼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6%대의 고성장을 일구고 있어 아직은 괜찮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재무부 차관과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을 지낸 짐 오닐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는 특정 시점에 위기를 겪는데, 중국은 경기변동에 따른 도전과제를 수차례 극복해 왔다”며 “중국 위기론은 부풀려졌다”고 평가했다.
 
과거 일본의 위기는 당국의 잘못된 대응도 한몫했다. 당시 일본은행(BOJ)은 1989~90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3.5%포인트나 올렸고 대출총량규제를 실시했다. 경제의 경착륙(硬着陸)으로 이어진 이유다. 부동산 값은 폭락했고 금융시장이 냉각됐다.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쪼그라들어 은행 대출이 부실해졌다. 금융회사들이 연쇄 도산했고 대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며 망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일본의 선례를 본 중국으로서는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더 크다. 일단 하반기 공산당 전국대회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야 6%대 성장률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고되지 않은 긴축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에 발맞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나오지만 당장은 아니다.
 
비쉬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금리 정상화를 계속 밟는다면 인민은행도 함께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즉각적으로 긴축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해외 기업이 500만 달러 이상을 본국으로 송금할 경우 당국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의 제한조치를 뒀다. 일본보다는 미시적 접근에 나선 셈이다.
 
일본 정부가 대량 실직 등의 사태를 막기 위해 2000년대 중반까지 금융회사를 통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점도 중국으로서는 멀리해야 한다.
 
시라카와 히로미치(白川浩道) 크레디트스위스 수석일본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의 잘못된 대응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부실화된 은행을 과감히 정리하지 않으면 금융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식 장기불황·고령화 … 인류에 던진 우울한 경고장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가 쓴 『세계가 일본 된다』는 세계 경제를 향한 우울한 경고장이다. 장기불황과 고령화사회, 저출산 심화, 빈집 문제 등 일본의 문제를 전 세계가 똑같이 겪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급과 부채 증가, 수요 감소,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일본화(Japanification)’의 모습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홀로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국 역시 일본화의 함정에 빠질 것인가. 앞으로가 궁금하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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