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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홀씨처럼 사랑을 퍼뜨리려 … 노숙인에 무료 급식

인천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
민들레 국수집 서영남 대표가 식재료가 든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민들레 국수집 서영남 대표가 식재료가 든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3일 오전 10시 인천 화도동 민들레 국수집. 가게 시작 전인데도 30명 가까운 이들이 줄을 섰다. 무료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노숙인이다. “이제 들어오라”는 사장 서영남(63)씨의 말에 노숙인들이 가게로 들어섰다. 그런데 입장 순서가 거꾸로였다. 줄 마지막에 서 있던 이가 가게에 먼저 들어왔다. 서씨는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 이곳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줄 서기 경쟁을 시키는 게 가혹해 마지막 손님부터 먹자고 정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2003년부터 ‘민들레 국수집’을 열어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 400~500명 노숙인이 온다. 그런데 이곳은 여타 무료 급식소와 다르다. 하루 1시간 정도 운영해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대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해 배고픈 이라면 몇 번이고 먹을 수 있다. 눈치 보지 않도록 자율 배식인 것도 특징이다. 처음엔 국수로 시작했지만, 노숙인들을 배불리 먹일 수 없다고 판단해 지금은 밥과 7~8개 반찬을 내고 있다. 서씨는 “사람은 기분 나쁘면 배고파도 밥 먹다 체한다”며 “존중 없이 불쌍한 사람 돕는 양 밥만 주면 결국 모두에게 나쁜 결과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무료 급식소를 열기 전, 서씨는 25년간 천주교 수사로 수도원 생활을 했다. 서씨는 “오랜 수사 생활로 타성에 젖어 편한 것만 찾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배운 걸 실천하자고 다짐하며 환속했다”고 말했다. ‘민들레’란 이름은 박노해 시인의 형 박기호 신부가 “잡초지만 이로움을 주고, 또 홀씨를 퍼뜨리는 민들레처럼 사랑을 널리 퍼뜨리라”는 뜻에서 지어줬다.
 
국수집이 5년째 되던 해엔 국수집 근처에 ‘민들레 꿈 공부방’을 차렸다. 유년기를 잘 보내야 어려움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서씨의 뜻을 좇은 딸이 직장을 그만 두고 공부방을 맡았고, 하루 70~80명의 동네 아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샤워시설과 도서실을 갖춘 노숙인 쉼터도 마련했고, 갱생 의지가 있는 노숙인에게는 단칸방을 구해줘 재활을 돕는다.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진 서씨가 직접 필리핀 빈민가로 가 장학사업과 무료 급식소 등을 운영했다. 매달 1000~1500명의 풀뿌리 후원자가 보내주는 후원금이 든든한 운영자금이 된다.
 
서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려운 이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으로 남고자 한다. 서씨는 “존중해주고 기다려주면 누구라도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깨달아야만 결국엔 달라진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수가 적더라도, 단 한 명이라도 삶을 바꿀 수 있게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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