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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KIA 합쳐 35점 팡팡쇼 … 운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더워지면 불방망이 프로야구 ‘기온효과’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프로야구에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달 1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IA-LG전이 열리기에 앞서 KIA 구단 관계자가 그라운드에 물을 뿌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프로야구에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달 1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IA-LG전이 열리기에 앞서 KIA 구단 관계자가 그라운드에 물을 뿌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5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SK의 경기. 최근 무서운 타격을 과시하고 있는 KIA는 1-12로 뒤진 5회 초 11명의 타자가 연속안타를 때렸다.
 
종전기록(8타자)을 뛰어넘은 KBO리그 연속 안타 신기록. KIA는 이 회에만 12점을 뽑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로써 KIA는 지난달 27일(광주 삼성전)부터 이 경기까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역사가 긴 미국과 일본에서도 나온 적이 없는 진기록이다.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SK가 18-17로 승리했다. 양팀은 이날 경기에서 홈런 10개(KIA 6, SK 4개)를 포함, 38안타(KIA 21, SK 17개)를 주고받았다.
 
KIA 투수 양현종(왼쪽)과 SK 3루수 최정. [중앙포토]

KIA 투수 양현종(왼쪽)과 SK 3루수 최정. [중앙포토]

 
다른 팀 방망이도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4일 기준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7월에만 경기당 2.67개의 홈런을 때렸고, 평균 타율은 0.303를 기록했다. 7월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6.14까지 치솟았다.
 
올 시즌 초에는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이 두드러졌다.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되면서 투수들이 유리했다. 하지만 날이 따뜻해지자 타자들이 반격했다. 올해 타수당 홈런 비율은 4월 2.49%, 5월 2.64%였다가 6월 3.32%로 껑충 뛰더니 7월에는 4.15%로 상승했다. 타율도 4월(0.272) 이후 꾸준한 오름세다.
 
일반적으로는 봄에 잘 던지던 투수도 여름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페이스가 꺾인다. 타자는 경기를 치를수록 타격감을 찾아간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선발투수들은 일찍 무너지고, 연투가 잦은 불펜투수들 구위도 떨어진다. 지난 4월엔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가 5명이었지만, 지금은 하나도 없다. 지난달 18일 열린 5경기에선 자그마치 95점이 쏟아져, 프로야구 하루 최다 득점(종전 94점) 기록을 경신했다.  
 
홈런 1위를 질주 중인 SK 최정.

홈런 1위를 질주 중인 SK 최정.

 
미국에서는 기온과 야구 기록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다. 이를 ‘기온 효과(temperature effects)’라고 부른다. 기온이 낮을수록 삼진이 많아지는 대신 볼넷이 늘어나고, 홈런은 줄어든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야구와 물리학』의 저자 로버트 어데어 예일대 명예교수(물리학)는 “기온이 5℃ 정도 상승하면 타구 비거리는 약 1.2m 늘어난다”고 밝혔다. 기온이 오르면 공기 밀도가 낮아져 야구공이 공기 저항을 덜 받기 때문이다. 비거리가 늘어나면 홈런이나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로버트 왓츠 튤란대 교수(기후학) 등이 저술한 『야구의 과학과 전통』에는 공기밀도와 타구 비거리를 분석한 대목이 나온다. 21℃에서 타구속도 시속 177㎞, 발사각도 45도로 날아가는 타구의 비거리는 122m로 계산됐다. 공기밀도가 10% 낮아지면 128m로 늘어난다.
 
통계분석 자료도 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1990~2013년 메이저리그의 기온별 타격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40℉(4.4℃) 이하일 땐 평균 타율이 0.251였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타율도 높아져 90℉(31.7℃) 이상에선 0.277까지 올랐다. 한국 기상청에서도 2015년 KBO리그 기록과 날씨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지열이 10℃ 오르면 장타 확률도 12.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습도·기압 등도 타구에 영향을 준다. 습도가 높아지면 공기밀도가 낮아지고, 따라서 저항이 줄어 장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김영관 전남대 교수(체육교육)는 “기온이 올라갈수록 근육 유연성이 좋아진다. 타자들이 풀스윙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임팩트 순간 파워 전달력이 높아져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다”며 “투수도 몸이 풀리면서 구속이 상승한다. 하지만 빠른 공이 배트에 맞으면 더 멀리나가기 때문에 타자에게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기온이 올라갈수록 배트의 탄성도 높아진다. 배트에 열이 가해지면 부피가 팽창하고, 임팩트 순간 배트가 많이 휘게 되면서 배트와 공의 접촉시간이 길어진다. 이는 타구의 운동에너지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는 1960년대까지 시즌을 4월 19일 전후에 시작했다. 하지만 팀이 30개로 늘어나고 162경기 체제가 안착되면서 개막이 4월 초로 앞당겨졌다. 국토 면적이 넒은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기온 차가 크다. 따라서 구단들은 선수 구성, 시즌 운영 전략 등을 수립할 때 기후의 영향을 고려한다. 예민한 투수는 당일 날씨에 따라 변화구의 구종을 달리하기도 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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