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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대신 선수가 반성문 … 골프 대디 ‘추태’ 이제 그만

지난 4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유소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그는 아버지의 세금 체납 때문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지난 4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유소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그는 아버지의 세금 체납 때문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아버지의 일로 많은 분들께 큰 노여움과 실망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이 5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유소연의 아버지 유모(60)씨는 딸 명의의 수십억원대의 집에 살면서 그동안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더구나 징수를 독촉하는 조사관에게 ‘조사관님 출근할 때 차 조심하세요’ 라는 협박 문자를 보냈다. 조사관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당신 집안을 다 조사했다. 딸은 잘 있느냐”고 말한 사실도 세상에 알려졌다.
 
유씨는 지난달 30일에서야 밀렸던 세금을 다 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부과됐던 지방세와 가산세 3억1600만원을 납부한 것이다. 세금 조사관이 ‘감사합니다’ 라고 문자를 보내자 유씨는 ‘X 같은 소리’라는 답장을 보낸 사실도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유소연은 이날 사과문에서 “제가 초등학생 때 일어난 아버지의 사업부도 이후 속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점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아버지 또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옳지 못한 언행과 지난 과오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담당 사무관님께 진심으로 사과 드렸습니다. 저 또한 조사관님께도 너무나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밝혔다.
 
아버지 때문에 골프 선수가 사과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의 스타인 김해림(28)은 5월 협회 게시판에 “KLPGA 팬들과 모든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동료 프로선수와 그 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반성문을 게시했다. 김해림의 아버지는 이에 앞서 대회가 열렸던 골프장에서 매니저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밖에도 LPGA투어에서 뛰던 한 선수의 아버지는 올해 초 외국인 캐디를 막대기로 때리려다 동료 캐디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골프 선수 아버지들의 모럴해저드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골프선수인 아들이나 딸에게 돌아간다. 선수들은 아버지의 그릇된 행동 때문에 가시 돋친 댓글 폭탄을 맞고 있다.
 
아버지의 잘못 때문에 선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가족과 친지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연좌제는 봉건시대에나 있던 제도다. 선수에게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선수의 실명을 공개하는 서울시와 미디어의 보도는 적절하지 않다. 유소연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친척집에서 살기도 했고, 경비를 내지 못해 해외 전지훈련을 가기도 힘겨웠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해서 세계랭킹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밀린 세금납부를 두고 아버지와 딸이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소연은 내 돈으로라도 내자고 하고, 유씨는 증여세도 내야하니 세금을 천천히 내자고 했다.
 
유소연의 아버지는 “16년 동안 체납한 것이 아니라 시한이 만료된 세금”이라며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접수했다. 법적으로 다퉈볼 소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타의 부모라면 처신이 달랐어야 한다. 뉴스가 나올 때 마다 딸이 가질 부담감은 어떨지 고려했어야 한다. 선수가 입는 피해는 이미지 추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실력 저하로 이어져 선수 생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한국의 골프 대디들은 골프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과거 일부 선수의 아버지들은 아들과 딸을 어릴 때부터 폭력적인 방법으로 몰아붙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아직도 일부 골프 대디들은 구시대의 방법을 성공 방정식이라고 여겨 비슷한 스타일로 훈련을 시키고 있다. 골프장에서 골프 꿈나무인 아들과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아직도 있다.
 
아버지의 추문이 다시 거론될까봐 우승 문턱에서 일부러, 혹은 무의식적으로 물러서는 선수를 많이 봤다. 아버지를 대신해 반성문을 쓰는 선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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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