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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역대급 실적인데, 웃지 못하는 삼성·LG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만큼이나 확고하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 분야가 디스플레이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26조9000억, LG디스플레이는 2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1, 2위였다. 3위 대만 홍하이 그룹 이노룩스는 12조원이고, 최근 인수한 일본 샤프의 매출을 더 해도 20조원을 넘지 못한다.
 
삼성·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각각 영업이익 1조원을 웃도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두 회사의 실적은 비슷하지만, 사업 내용은 판이하다. 미래 사업에 대해서도 상반된 고민을 안고 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라인 일부를 전환시키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업체로 변신했다. OLED는 엣지형이나 곡면형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엣지형 제품이 인기를 끌자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OLED 화면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주문이 몰렸다. 삼성전자가 5일 “아산에 있는 OLED 생산 시설에 향후 1조원 이상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이 회사의 소형 OLED 패널 글로벌 점유율은 96%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모바일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 대응한 과실을 누리고 있다”며 “기술 우위도 확고해 소형 OLED 분야에서는 당분간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고민거리는 TV용 대형 화면이다. 삼성전자는 수율 문제로 2015년 TV용 대형 OLED 시장에서 철수한 후 프리미엄급 대형 TV로 QLED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아직 QLED TV의 입지는 취약하다. 유 연구원은 “가격 2000달러 이상 고급 TV 시장에서 OLED TV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6%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고민은 정반대다. 모바일 분야에서 OLED 투자가 늦어졌다. LCD를 고집하다 최대 고객인 애플을 삼성전자에 뺏겼다. 한국투자증권 박지훈 연구원은 “LCD라인에 10조원대 투자를 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LCD에서 수익을 더 내야 하고, 올레드 투자 여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고육책으로 현재 짓고 있는 10.5세대 LCD 라인을 향후 OLED 패널 공장으로 전환해 중소형 OLED 양산에 뛰어들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 안팎으로 미미하다. 대형 OLED도 사업도 수익성이 크게 처지는 문제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와 OLED 영업이익 비중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2조2000억원 가운데 약 9000억원을 OLED에서 올린 걸로, LG디스플레이는 LCD가 올린 이익을 OLED가 3000억~4000억원 가량 까먹은 뒤 1조3000억원 가량 남긴 걸로 추정한다. 대형 OLED가 아직은 돈을 벌 만큼 수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TV용 패널을 생산하고 있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진영에 합류하는 제조사가 늘고 있어 향후 수익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은 두 회사의 공통 고민이다. BOE와 CSOT 등은 중국 정부의 적폭적인 지원 아래 각각 10.5세대와 11세대 LCD패널 공장을 짓고 있다. 완공 후엔 OLED TV패널 공장 건설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중국 TV업체들의 자국산 패널 채택 비율은 2014년 54%에서 올해 8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대규모 디스플레이 투자가 끝난 후엔 완전 자급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본다.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장진 교수는 “LCD 분야는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기술 격차가 1년 이상 있는 OLED에 투자를 늘려 ‘스트레처블’이나 ‘투명 디스플레이’ 같은 게임 체인저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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