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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신뢰 잃은 주식형 펀드, 주가 오르자 오히려 환매 늘어

코스피 종가 2400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국내 펀드 시장에 환호성은 들리지 않는다. 5일 미래에셋대우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3조6000억원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올 1월 20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가 2400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투자자는 오히려 펀드 환매 행렬을 이어갔다. 단순히 펀드에 돈이 들고 나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 코스피 활황이 국내 주식형 펀드 활황으로 이어지던 공식 자체가 깨지고 있다는 뜻이다. ‘펀드 코리아’의 위기와 원인을 짚어봤다.
 
우선 학습 효과가 컸다.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때 펀드에 들어갔다가 손실만 보고 나왔던 과거 경험이 투자자를 움츠리게 했다. 1980년대 후반 금융시장 자율화 이후 지금까지 4차례의 펀드 열풍이 있었다. 투자신탁회사(투신사) 주도로 국내 주식형 펀드가 처음 선보였던 88~89년, 펀드매니저 제도 신설에 따라 기관이 주도했던 94년 펀드 붐이 있었다. 그리고 99년 현대증권의 ‘바이 코리아 펀드’ 열풍과 2005~2007년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로 대표되는 적립식 펀드 돌풍이다.
 
[그래픽 이정권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기자 gaga@joongang.co.kr]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코스피가 꼭짓점을 찍었을 때 펀드 가입이 몰렸던 탓에 이후 주가 폭락,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이어졌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주식시장에서 강세장이면 여지없이 주식형 펀드 열풍이 불었지만 이젠 그 반대”라며 “고점에 들어갔다가 손실만 봤던 4번에 걸친 ‘트라우마’ 때문에 최근 주가 상승에도 펀드 투자는 오히려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거듭된 주가 상승에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에 다시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 최근 1개월간 680억원이 순유입(설정액 기준)됐다. 올초부터 펀드에서 빠져나간 수조원 자금과는 비교되지 않는 수치다.
 
2007년을 마지막으로 사그라든 펀드 붐은 10년 넘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실적이 문제였다. 국내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는 고객을 끌어당길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에 액티브 펀드와 인덱스 펀드의 최근 5년간 수익률(4일 국내 주식형 기준) 분석을 의뢰했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과 업종을 골라 운용한다. 반면 인덱스 펀드는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다.
 
결과는 인덱스 펀드의 ‘완승’. 지난 5년간 단 한번도 액티브 펀드는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을 넘지 못했다. 액티브 펀드의 5년 수익률은 19.9%지만 인덱스 펀드는 32.7%다. 2년 수익률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액티브 펀드는 2.2%, 인덱스 펀드는 25.3%로 10배가 넘는다. 1년(액티브 13.3%, 인덱스 29.0%), 6개월(액티브 14.3%, 인덱스 20.4%)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은 액티브 펀드 위주다. 4일 기준 액티브 펀드 설정액은 26조6342억원으로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67.5%를 차지하고 있다. 인덱스 펀드 설정액은 13조789억원(32.5%)으로 그 절반이다. 상승장에 뒤늦게 뛰어든 ‘돌아온 개미’의 선택도 펀드가 아닌 주식 직접 투자였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달 5일부터 4일까지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코스피 기준) 1조4027억원을 순매수했다. 오랜 기간 코스피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외면 당했다. 코스피 만큼도 수익을 못낸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수년간 손실이 컸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1%의 펀드 수수료도 이제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강세장이 잃어버린 국내 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다시 쌓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송 연구위원은 “과거엔 몇몇 ‘스타’ 펀드매니저의 판단 능력에 의존하던 시스템이었고 그것이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지만 최근 10년 사이 국내 펀드 운용체계와 환경도 개별 펀드매니저가 아닌 시스템과 리서치(조사) 기반으로 진화를 해가고 있다. 앞으로 몇년이 펀드에 대한 신뢰를 되찾느냐, 아니냐를 결정할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신재영 펀드온라인코리아 부사장은 투자자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부사장은 “그동안 투자자는 ‘펀드로 큰 돈을 벌겠다’며 주식과 펀드의 차이를 인식 못하고 투자했고 운용사도 그렇게 마케팅을 해왔다”며 “펀드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인 투자 수단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펀드 수수료와 보수가 관건이다. 신 부사장은 “수익은 못올리면서 수수료를 많이 떼간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 뿌리 깊은데 이에 맞춰 정부와 운용사 모두 성과가 났을 때 보수를 받는 체계, 과도한 수수료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인터넷 금융 활성화와 발맞춰 충분히 대안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주식형 펀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펀드를 말한다.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더라도 그 비중이 40% 아래고 나머지는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면 역시 국내 주식형 펀드로 친다. 자본시장법상 펀드 운용은 인가를 받거나 등록을 한 자산운용사만 할 수 있다. 대신 펀드 판매는 은행·증권사 등이 맡는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운용 보수, 판매 보수, 판매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말 그대로 운용 보수는 펀드를 운용한 회사 몫이다. 판매 보수와 판매 수수료는 판매한 회사가 가져간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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