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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스포츠가 아닌 패션, 서핑

요즘 한국은 서핑앓이 중이다. 가수·배우 등 셀러브리티부터 일반인까지 해변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진은 패션 디자이너겸 서퍼로 활동 중인 전지선씨의 모습. [사진 인디안썸머 발리]

요즘 한국은 서핑앓이 중이다. 가수·배우 등 셀러브리티부터 일반인까지 해변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진은 패션 디자이너겸 서퍼로 활동 중인 전지선씨의 모습. [사진 인디안썸머 발리]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세터들의 최신 액세서리를 꼽는다면? 가방? 구두? 정답은 서핑 보드다. 서핑은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이용하여 보드를 타고 파도속을 빠져 나가는 수상 스포츠. 한데 운동이라고만 하기에 인기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여름 패션 잡지의 화보에는 서핑 보드와 서핑복인 래시가드·웨트슈트가 단골로 등장하는가 하면, 유행을 이끄는 연예인과 유명인들도 너나없이 서핑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나 서핑 해'라는 한 마디가 그 어떤 신상 명품백이나 구두를 걸치는 것 보다 핫한 트렌드가 된 셈이다.
이도은·윤경희 기자 dangdol@joongang.co.kr  
서핑 매니어로 유명한 배우 이천희. [사진 WSB 팜 서프 매거진]

서핑 매니어로 유명한 배우 이천희. [사진 WSB 팜 서프 매거진]

이효리·윤진서·이천희 등 즐겨 
JTBC 새 예능 ‘효리네 민박’은 제주도에서 사는 톱스타의 느리게 사는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요리·요가·산책 등 소소한 활동 중에서도 서핑은 단연 압도적이다. 석양을 등지고 서핑 보드 위에서 노를 젓는다거나 바다 한 가운데 보드 위에 누워 해를 바라보는 모습은 대표적 패셔니스타인 이효리를 통해 '멋진 삶'의 한 장면으로 연출된다.
서핑에 대한 애정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껏 드러내고 있는 배우 윤진서. [사진 윤진서 인스타그램]

서핑에 대한 애정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껏 드러내고 있는 배우 윤진서. [사진 윤진서 인스타그램]

배우 윤진서도 서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연예인이다. 올해 4월 서핑 하며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서핑을 즐기기 위해 제주도에 신혼집을 꾸렸다. 파도가 좋으면 하루 8시간씩 서핑을 하는 그의 인스타그램은 온통 서핑으로 도배가 돼 있다. 윤씨만큼 배우 이천희·전혜진 부부 역시 서핑하는 이들 사이에선 그 어떤 스타보다 인기가 많다. 이들은 서핑의 국내 성지인 강원도 양양에 '거의 마을 주민'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얼굴을 비춘다.
서핑 매니어는 연예인뿐 아니라 트렌드를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티브J& 요니 P'의 정혁서·배승연 부부 디자이너가 대표적인 예. 2013년부터 서핑을 시작한 두 사람은 모델 조민호, 이천희·전혜진 부부 등과 '서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또 작곡가 정재형은 한 팟캐스트에서 “서핑 여행을 가기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시간을 빼놓는다”고 고백할 정도로 매니어 리스트에 올라 있다.   
서핑 보드를 들고 있는 ‘스티브J&요니P’의 정혁서 디자이너. [사진 정혁서]

서핑 보드를 들고 있는 ‘스티브J&요니P’의 정혁서 디자이너. [사진 정혁서]

이처럼 대중적 영향력이 높은 유명인들을 통해 서핑이 알려지면서 일반인 서퍼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2014년 3만 여명이던 서퍼 인구는 이듬해 5만~6만, 2016년 말에는 10만 여명으로 급증했다(대한서핑협회 추산). 이 협회의 서장현 회장은 "강원도 양양은 6월만 돼도 주말마다 1000여 명이 찾아와 해변이 까맣게 보일 정도"라며 "대한민국의 해변 문화가 바뀌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워터파크인 캐리비안베이 올해 처음 야외 파도풀에 서핑 체험장을 만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JTBC '효리네 민박'에서 서핑의 일종인 패들보드를 타고 있는 이효리(왼쪽)와 서핑 보드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배승연씨.

JTBC '효리네 민박'에서 서핑의 일종인 패들보드를 타고 있는 이효리(왼쪽)와 서핑 보드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배승연씨.

서핑 업계의 성장 또한 그 인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4년 50여 개에 불과했던 렌탈·교육업체는 최근 200여 개로 늘어났다. 배럴·록시·빌라봉·디스커버리 등 수상 스포츠 전문 브랜드들 역시 세자리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배럴의 김현수 마케팅팀장은 "2015년 전년 동기 대비 400% 성장을 이룬 이래 지금까지 200%대 매출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빌라봉코리아의 경우, 물놀이 비수기인 3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00~300%가 늘었고 한겨울에도 보온용 서핑복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가수 정재형의 서핑 사진. [사진 정재형 인스타그램]

가수 정재형의 서핑 사진. [사진 정재형 인스타그램]

브랜드마다 호화을 맞으면서 패션 잡지 화보에도 서핑이 자주 등장하게 됐다. 2010년대 초반 캠핑과 등산 열풍으로 패션지에 아웃도어 브랜드가 등장한 것과 유사하다. 여름 화보 하면 화려한 야외 수영장이 배경으로 나오던 과거와 달리, 요새는 스타와 모델들이 서핑복을 입고 해변에서 보드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달라진 것이다.
 
한 번 빠지면 못 빠져나온다고? 서핑이 뭐길래
서핑이 처음 국내에 알려진 건 20여 년 전, 하지만 지금처럼 일반인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된 건 불과 2~3년 전이다. 정착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막상 서핑을 하기엔 국내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다. 서핑은 일단 파도가 높아야 하고, 또 해변 멀리서부터 서서히 깨져서 길게 들어와야 하는데 국내 바다는 이와 정반대인 곳이 대다수다. 그나마 제주 중문, 강원도 양양, 부산 송정이 괜찮은 곳으로 꼽힌다. 최근 서퍼들이 몰리는 강원도 고성·속초의 경우 파도가 세지 않아 정통 서퍼들에게는 미흡하지만 초보자들의 입문 코스로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서핑 준비가 한창인 제주배럴서프스쿨의 학생들. [사진 제주배럴서프스쿨]

서핑 준비가 한창인 제주배럴서프스쿨의 학생들. [사진 제주배럴서프스쿨]

이처럼 제대로 서핑을 탈 만한 지역이 한정됐음에도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뭘까. 그만큼 서핑의 매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서핑 매니어들은 한결같이 '한 번 해 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스포츠'라고 입을 모은다. 가수 가희도 10년 전 하와이에서 처음 서핑을 접한 이후 한창 때는 서핑만 하기 위해 2~3주 간격으로 발리를 들락거린 적이 있단다. 그는 "필라테스·요가 등 실내에서 하는 운동과 차원이 다르다"면서 "매일매일 상황이 달라지는 자연을 마주하는 감동이 크다"는 걸 매력으로 꼽았다. 제주배럴서프스쿨의 정혜정 대표는 '힐링'을 이야기한다. "파도만 기다리면서 바다에 떠 있는 것 자체가 힐링이자 저 파도를 타야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집중력이 쾌감"이라는 것. 정 대표는 "다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파도에 올라탔을 때의 성취감은 무엇과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핑은 매일, 매시간 상황이 달라지는 자연을 마주하는 감동이 크다”는 가수 가희의 서핑 모습. [사진 가희]

“서핑은 매일, 매시간 상황이 달라지는 자연을 마주하는 감동이 크다”는 가수 가희의 서핑 모습. [사진 가희]

또 화려한 면모와 달리 실제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는 것도 서핑이 대중화하는 데 한 몫을 했다. 가장 목돈이 드는 서핑 보드의 경우 2015년부터 대형마트에서도 판매 중이다. 바닷가 주변 일부 매장에서 보드를 취급하는 이마트의 경우 입문용(마르바디보드, 9피트 소프트탑보드)은 3만~10만원대, 동호인용(에폭시보드, 피시보드, 부스터보드)은 10만~30만원대에 팔고 있다. 슈트 역시 시중에 10만~70만원대까지 다양하지만 20만~30만원대에 웬만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서핑전문숍 '블루코스트'의 정형섭 대표는 "장비를 한 번 갖추고 2~3회 강습만 받으면 큰 돈 들 일이 없는 게 서핑"이라고 말했다.
 
스포츠가 아니다, 라이프 트렌드다
해외에서 건너온 낯선 스포츠가 어느 순간 인기 종목이 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골프나 스키, 스노우보드 등도 외국 경험이 있는 소수가 들여오고 매니어층을 확보하면서 국내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서핑처럼 유명인과 트렌드세터들이 확산시키고 대중이 따르는 형태는 아니었다. 장비·장소·강습에 따른 부담이 여전히 남아있고, '얼마나 할(탈) 줄 아느냐'가 주요 관심사가 되는 게 다반사다.  
스포츠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서핑의 매력에 빠져든 전지선(35)씨는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면서 오롯이 서핑을 즐기기 위해 발리로 떠났다. 그는 지금 발리와 한국의 서핑팀 소속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포토그래퍼 룰리 굴미넬리(Luli Gulminelli)]

스포츠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서핑의 매력에 빠져든 전지선(35)씨는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면서 오롯이 서핑을 즐기기 위해 발리로 떠났다. 그는 지금 발리와 한국의 서핑팀 소속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포토그래퍼 룰리 굴미넬리(Luli Gulminelli)]

전문가들이 서핑을 단순한 운동 그 이상, 최신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분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신여대 이향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트렌드는 대중으로부터 하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스스로 얼마나 동참할 수 있느냐의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만들어진다"면서 "특히 하고 싶다는 욕망은 남과 내가 다르다는 거리두기인데, 최근엔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이를 갈구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서핑의 희소성과 접근 가능성은 이러한 관점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손꼽히는 샤넬은 여름 크루즈 컬렉션 상품으로 서핑 보드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사진 샤넬]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손꼽히는 샤넬은 여름 크루즈 컬렉션 상품으로 서핑 보드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사진 샤넬]

실제 서퍼들도 여기에 공감한다. 2011년부터 서핑을 시작한 광고 디렉터(CJ E&M) 장복길씨는 "서핑은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단언한다. 서핑을 하고 난 뒤 서퍼들끼리 맥주 한 잔을 나누는 모습, 그 주변 어딘가에서는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지금까지의 국내 해변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는 "며칠씩 서핑을 함께 하면서도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묻지 않고 서핑으로만 뭉치면서 서로 쉽게 친해진다"고 말했다. 마치 자라섬재즈페스티벌처럼 음악 자체를 듣기보다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낯모를 이들과 피크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즐기는 것과 유사하다. 발빠르게 트렌드를 간파한 주류 업체들이 서핑 해변에서 공연·먹거리를 마련하면서 하나의 축제가 되기도 한다.
서핑을 패션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도심 거리가 사방이 열린 바다로 달라졌을 뿐,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교집합이기 떄문.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을 만들어낸다는 이유도 있다. 배승연 디자이너는 "파란 바다, 형광색과 원색의 웨트 슈트와 보드가 어우러지는 한 컷을 보면 그 자체가 살아있는 화보"라고 말한다. 그 조합만으로도 남다른 비주얼을 만들어내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여기에 서퍼들이 해변에 머물면서 이용하는 해먹·텐트 같은 물건 자체가 럭셔리 핸드백처럼 '내가 누구인지'를 한눈에 보여주기도 한다. 배 디자이너는 "주중에는 바쁘게 일 하지만 주말만큼은 완벽하게 휴식 시간을 지켜내는 능력자 이미지도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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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