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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23 미얀마 인레호수에서 '인생 토마토'를 맛보다

여기가 토마토밭이라니, 보고도 믿기 어렵다. 인레 호수의 토마토밭. 

여기가 토마토밭이라니, 보고도 믿기 어렵다. 인레 호수의 토마토밭.

미얀마에 온 지 어느덧 2주가 훌쩍 지났어요. 2주 동안 여러 미얀마 음식을 먹었는데 그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으라면 바로 토마토 샐러드예요. 어느 나라에 가도 다 있는 토마토 샐러드가 왜 그리 맛있느냐고요? 그 이유를 인레 호수(Inle Lake)에 와서야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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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가옥이 줄지어 선 인레호수. 

수상가옥이 줄지어 선 인레호수.

쪽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사람들.

쪽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사람들.

인레 호수는 미얀마 동북부 샨 주(州)의 해발 880m 고지에 위치한 호수예요. 미얀마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로,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미얀마 다른 지역보다 기후가 선선한 편이에요. 호수 주변에는 대부분 인타(Intha)족이 살고 있어요. 인타족은 예부터 발로 노를 저어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유명한 소수민족이에요. 
인타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낭쉐 마을.

인타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낭쉐 마을.

발로 노를 젓는 인타족.

발로 노를 젓는 인타족.

인타족이 살고 있는 수상가옥.

인타족이 살고 있는 수상가옥.

이 주변의 가장 큰 마을은 낭쉐(Nyaung Shwe)예요. 물고기만 잡고 살 것 같은 이 동네는 신기하게도 미얀마 최대 토마토 산지에요. 인레호수 토마토는 미얀마 토마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인도로 수출도 한대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농사지을 땅도 부족해 보이는 이곳이 미얀마 최대 토마토 산지라니…. 조금은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 토마토들은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토마토이기도 해요. 호수 위에 둥둥 떠서 자라거든요.  
호수 위의 토마토밭.

호수 위의 토마토밭.

농사지을 땅이 부족했던 인타족은 호수 위에 밭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현지어로 ‘쭌묘’라고 해요. 대나무를 엮어 틀을 만들고, 호수 바닥에서 건진 수초와 흙을 틀 위에 얹으면 밭이 완성돼요. 그리고 이 밭이 떠내려가지 않게 긴 장대로 호수 바닥에 고정시키면 우기·건기 수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물위의 밭이 만들어지죠. 인레 호수 수심이 1~2m로 깊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이렇게 호숫가를 따라 하나둘 밭이 생겨났고, 지금은 인레호수 서쪽으로 거대한 토마토밭이 만들어졌어요. 이 토마토는 농약 대신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수초를 양분으로 먹고 자라기 때문에 건강하고 맛이 좋아요. 
호수 서쪽의 거대한 토마토밭.

호수 서쪽의 거대한 토마토밭.

농작물에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안내판. 

농작물에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안내판.

토마토밭 홍보대사도 아닌데 인레호수에서 토마토 이야기만 하는 이유는 이 토마토밭이 호수 투어에서 가장 흥미로웠기 때문이에요. 양곤을 출발한 야간버스를 타고 낭쉐 마을에 도착한 첫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유명한 인레 호수 보트투어에 나섰어요. 그런데 자연 감상보다는 공방을 전전하며 공예품을 구매하라는 압박에 시달렸어요. 안그래도 피곤한 몸이 열 배로 피곤해졌어요. 우리는 장기 여행자라 무게 부담 때문에 생필품 말고는 쇼핑을 거의 하지 않거든요. 은(銀)공방, 직물 공방, 담배 공방, 목공예품 공방 등을 거쳐 긴 목으로 유명한 카렌 족까지. 관광객으로서 심심하지는 않을 코스겠지만, ‘얼마면 되겠니!’ 라는 드라마 명대사를 수십번 듣고 나니, 아무 것도 살 마음이 없는 우리는 급속도로 지쳐갔어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인타족 어부 아저씨마저도 다리를 쭉 뻗고 멋진 자세를 한번 취해 주시더니 손을 내밀며 “머니(Money)”를 외치셨어요. 물고기를 낚는 것 보다는 관광객을 낚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이처럼 인레호수는 미얀마에서 가장 상업화한 곳 중 하나라서 사전 지식 없이 오면 실망하기 쉬워요. 보트투어는 배 한 대에 1만5000~20000짯(약 1만2000~1만6000원).
인레호수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현지 부족.

인레호수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현지 부족.

관광객에게 파는 공예품.

관광객에게 파는 공예품.

관광객에게 파는 공예품.

관광객에게 파는 공예품.

관광객을 보면 모델처럼 포즈를 잡는 현지인들.

관광객을 보면 모델처럼 포즈를 잡는 현지인들.

관광객을 보면 모델처럼 포즈를 잡는 현지인들.

관광객을 보면 모델처럼 포즈를 잡는 현지인들.

그렇게 실망스러운 첫날 투어가 끝나고 밥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수로 건너편에 웬 토마토를 잔뜩 실은 배들이 있는 거예요. 궁금해서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호수의 토마토밭에서 생산한 토마토래요. 뒤돌아 생각해보니 배를 타고 지나치던 풀밭이 토마토 밭이었던 거에요. 마침 토마토 샐러드를 먹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자란 토마토라고 생각하니 유난히 토마토가 더 싱싱해 보였어요. 미얀마의 토마토 샐러드는 주로 땅콩과 마늘 양념으로 버무리기 때문에 고소하고 매콤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요.
수확한 토마토를 가득 실은 배.

수확한 토마토를 가득 실은 배.

신선하고 맛있는 토마토 샐러드.

신선하고 맛있는 토마토 샐러드.

이튿날은 토마토밭을 직접 보기 위해 보트에 탔어요. "오늘은 쇼핑센터 방문은 하지 않겠다"고 보트 아저씨에게 선언하고 보트에 올라탔어요. 낭쉐 마을에서 긴 수로를 따라 10분가량 달리니 드디어 드넓은 인레호수가 나오고, 조금 더 달리니 장대가 꼽혀 있는 드넓은 토마토 밭이 나왔어요. 
야호 토마토 밭이다~!

야호 토마토 밭이다~!

우리가 토마토밭을 보고 너무도 좋아하니 보트 아저씨가 토마토를 몇 개 따줬어요. 아직 숙성되지 않아 단맛은 거의 없었지만 정말 싱싱했어요. 밭이 어찌나 큰지 배를 타고 10분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지나가다가 토마토 수확 중인 주민들을 만났어요. 모두 쪽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토마토를 따서 바구니에 담고 있더라고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자, 안쪽으로 들어와 보라며 우리를 쪽배에 태워 줬어요. 토마토밭 사이사이의 물길은 매우 좁아서 관광용 보트는 들어갈 수 없고 작은 쪽배로만 들어갈 수 있거든요. 폭이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길쭉한 쪽배는 작은 움직임에도 오뚝이처럼 기우뚱기우뚱했어요. 
토마토를 따던 아주머니들의 시선은 모두 우리에게 집중되었어요. 그들의 일상이자 삶인 토마토밭을 보며 신기해하는 우리가 더 신기해 보였는지, 지나갈 때마다 웃으며 토마토를 한 움큼씩 쥐어줬어요. 햇살이 쨍쨍한 날이라 상당히 더울텐데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주머니들이 더욱더 아름다워 보였어요.
토마토 수확을 하는 모습.

토마토 수확을 하는 모습.

아주머니가 토마토를 한줌 쥐어주셨다.

아주머니가 토마토를 한줌 쥐어주셨다.

호수에서 더위를 식히는 물소들.

호수에서 더위를 식히는 물소들.

토마토를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오전만 연다는 인레 오일장에 들렀어요. 인레호수의 다섯 마을을 돌며 열리는 장터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10시 반 정도라 벌써 폐장 분위기이더라고요. 오일장에 가려면 조금 더 서둘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날을 잘 맞추면 인레에서 유명한 사원인 쉐인테인파고다(Shwe Inn Thein Pagodas) 앞에서 오일장이 열리기도 하니, 두 군데를 같이 둘러봐도 좋아요. 쉐인테인 파고다 말고도 인레 근처에는 마을마다 크고 작은 파고다들이 아주 많아요. 역시 불교국가답죠?
인레 오일장 풍경.

인레 오일장 풍경.

인레의 유명 사원인 웨인 테인 파고다.

인레의 유명 사원인 웨인 테인 파고다.

호수 주변에는 파고다가 많다.

호수 주변에는 파고다가 많다.

인레 호수에서 점심을 먹는다면 생선요리를 추천해요. 호수에서 잡힌 생선이라 아주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하거든요. 생선은 통통하고 양념도 방금 보고 온 토마토와 마늘, 생강, 고추가 잘 어우러져 민물 생선인데도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어요. 생선요리 가격은 5000짯(약 4300원). 
토마토로 양념을 한 생선 요리.

토마토로 양념을 한 생선 요리.

생선요리와 볶음밥.

생선요리와 볶음밥.

비수기라 그런지 관광객도 많지 않아 한가하고 행복했던 인레 호수여행이었어요. 호수뿐만 아니라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아름답고, 호수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타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새로웠어요. 트레킹을 좋아하면 호수 옆 산을 넘어 인레 호수로 넘어오는 ‘껄로 트레킹’도 추천해요. 다음에는 인레보다 더 산골짜기에 있는 시포(Hsipaw)라는 마을로 떠나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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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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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