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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산에서 스키, 오후엔 호수서 수영하는 이곳!

잘츠부르크주의 소도시 첼암제. 호수 옆 도시라는 이름 그대로 둘레 11km의 호수를 품고 있다. 

잘츠부르크주의 소도시 첼암제. 호수 옆 도시라는 이름 그대로 둘레 11km의 호수를 품고 있다.

짬짜면. 한여름이 오기 직전인 6월 마지막주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첼암제(Zell am See)에서 지내면서 이 단어가 떠올랐다. 잘츠부르크 공항에서 80km 떨어진 이 곳은 이웃한 도시 카프룬(Kaprun)과 함께 ‘첼암제 카프룬’이란 이름으로 묶여 불리는 휴양 도시다. 짬짜면이 짬뽕과 짜장면 사이의 선택이라는 영원한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듯, 이 낯선 도시 역시 여행자의 모순된 욕망을 단숨에 해결해준다. 산과 물, 더위와 추위, 휴식과 활동이라는 이율배반적 조건을 대수롭지 않다는듯 공존시키면서.  
 
아침에는 스키, 늦은 오후에는 수영
잘츠부르크주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고봉들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잘츠부르크주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고봉들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잘츠부르크의 지붕' 아래에는 국립공원 갤러리를 거쳐 오스트리아 최대 국립공원인 '호헤 타우에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잘츠부르크의 지붕' 아래에는 국립공원 갤러리를 거쳐 오스트리아 최대 국립공원인 '호헤 타우에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잘츠부르크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이들이 '자외선 차단제'를 강조했다. 이상 기온 때문인지 햇살이 세다며 태닝된 팔뚝을 보여줬다. 공항에서 첼암제로 가는 50여 분 간, 에어컨 바람과 차창 밖 풍경만으로는 실감하지 못했다. 하얀 고깔 모자를 씌운 듯한 만년설 산봉우리들 때문이었다. 
차 움직임 탓에 초점도 맞지 않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이 호들갑이 부끄러움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첼암제 시내에서 14㎞ 떨어진 키츠슈타인호른 산 정상으로 향하면서다. 이곳에는 '잘츠부르크의 지붕'이라 불리는 해발 3029m 높이의 전망대가 있다. 2744m 백두산보다 높다. 
숫자보다도 케이블카를 세 번 갈아타면서 그 규모를 실감한다. 쭉쭉 뻗은 가문비 나무와 초록빛 목초, 파란 호수 사이로 자전거·하이킹하는 사람들이 보이던 여름 풍경도 잠시, 드라마 특수효과처럼 갑자기 장면이 겨울로 넘어간다. 이곳은 10월~6월까지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한여름만 빼면 언제든 오전 8시부터 스키 장비와 스노우보드를 가지고 나타나는 이들을 마주할 수 있다. 다양한 수준의 슬로프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63도 급경사 코스 덕에 네덜란드·독일 등 유럽 스키 매니어들까지 찾아 온다. 
전망대에 내리면 몸을 감싸는 냉기와 찬바람이 먼저 이방인을 맞는다. 이날 낮 기온이 섭씨 29도까지 오른다는 것을 확인했건만 전망대 실내 온도계는 고작 2.2도를 가리킨다. 눈앞에는 스위스·프랑스 등을 넘어 오스트리아까지 뻗친 알프스 산맥, 그리고 그것이 낳은 3000m대 고봉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첼암제 호수를 도는 보트 트립. 50분 간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도시를 둘러보기 좋다. 

첼암제 호수를 도는 보트 트립. 50분 간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도시를 둘러보기 좋다.

첼암제 시내로 내려와서야 여름을 되찾는다. 도시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건 이제부터다. 첼암제는 이름 그대로 ‘호수(See) 옆(am) 마을(Zell)’이란 뜻이다. 둘레 11km의 이 호수를 50여 분 보트 타고 천천히 도는 코스가 그 자체로 도시 투어다. '보트 트립'이라지만 400여 명이나 타기에 유람선에 가깝다. 루프톱 카페 같은 3층 데크에 오르면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시원하다. '식수로도 손색 없다'는 투명한 푸른 물 위에서 보트·패들링·카약을 타는 이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른 한 편에서는 다이빙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해수욕장처럼 호숫가 주변을 공공 야외 풀장으로 만든 것이다. 6월쯤이면 호수 수온이 평균 22도가 넘는다. "아침엔 스키, 저녁엔 수영이 가능하다"던 관광 안내문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햇살이 한풀 꺾일 무렵, 호숫가로 슬슬 사람들이 몰려든다.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전통 악기·무용 공연에 이어 하늘이 깜깜해지면 호수 위로 레이저 음악 분수쇼가 펼쳐지기도 한다. 
호수 주변에 마련한 공공 야외 풀장. 강한 햇살에 수온이 20도가 넘어 한낮에는 호수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호수 주변에 마련한 공공 야외 풀장. 강한 햇살에 수온이 20도가 넘어 한낮에는 호수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호수 주변 공원에서 전통 악기로 공연하는 첼암제 주민들.

호수 주변 공원에서 전통 악기로 공연하는 첼암제 주민들.

첼암제는 말그대로 소도시다. 인구는 불과 9000여 명, 카프룬과 합쳐도 1만2000여 명에 불과하다. 시내는 30분이면 족히 다 둘러볼만큼 소박하고, 이름난 맛집도 딱히 없다. 그런데도 관광객의 1년 숙박일수가 무려 250만 박이다. 잘츠부르크 관광청 직원 크리스티안 페페는 "이곳에선 누구라도 적어도 사흘은 보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인간이 만들 수 없는 변화무쌍함을 제대로 즐겨보라는 의미다. 그런데 최고의 일정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던 그가 마지막 날은 빈 채로 남겨 뒀다.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새 소리 들으며 눈을 뜨고, 느긋하게 아침 호숫가를 거니는 일만큼은 빼놓지 말라"며. 
 
라이더 본능 깨우는 하이 알파인 로드
 
첼암제에서 1시간 거리 내에도 가볼 곳이 많다. 그 중에서도 호헤 타우에른 국립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오스트리아 6개 국립공원 중 가장 클 뿐 아니라 중유럽 전체에서도 최대 규모다. 제주도(1849㎢)만한 1856㎢ 면적에 3000m가 넘는 서른 개 고봉은 말할 것도 없고 계곡이 300여 개, 호수만 150개 안팎이다. 
무엇보다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3798m)이자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포스터 배경에도 나온 그로스글로크너가 이 국립공원에 있다. 이 산봉우리를 보기 위해 한 해 100만 명이 알프스 고산도로인 '하이 알파인 로드(독일어로는 호흐알펜슈트라세)'를 찾는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비엔나 쉔브룬 궁전 다음으로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를 볼 수 있는 산악도로 '하이 알파인 로드'. 가파른 U자 모양이 중복되는 아찔한 코스로, 유럽에서는 '라이더들의 성지'라 불린다. [사진 잘츠부르크주 관광청]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를 볼 수 있는 산악도로 '하이 알파인 로드'. 가파른 U자 모양이 중복되는 아찔한 코스로, 유럽에서는 '라이더들의 성지'라 불린다. [사진 잘츠부르크주 관광청]

설사 이 대자연에 큰 관심이 없다 해도 이 길을 한번쯤 지나볼 가치는 충분하다.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유럽에까지 '라이더들의 성지'로 알려진 명성 높은 곳이 아닌가. 차로 해발 2571m까지 올라가는 48km 길이 마치 창자처럼 급격한 커브로 꺾여 있다. U자에 가까운 길목만 36개. 핸들을 조금만 덜, 혹은 더 틀어도 끝모를 절벽으로 떨어질듯한 아찔함이 여기 있다. 비록 이 도로의 시작은 1930년대 경제불황에서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나온 공공 건설 사업이었다지만 그 공사 기술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독일 아우토반에서 속도의 쾌감을 맛본다면, 이곳은 숙련도까지 자랑할 최고수 코스다. 포르셰·페라리 같은 스포츠카나 두가티·스즈키·가와사키 같은 바이크가 줄지어 다닌다. 동력 없는 자전거까지 시속 70㎞를 내는 질주는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워낙 위험한 코스라 눈이 사라지는 5~10월에만 개방되고, 그나마도 매일 날씨에 따라 개방 여부가 결정된다. 날씨가 좋아 우리 일행은 다행히 이 도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 국립공원 가이드 게를린데 아이덴하머도 "운이 따랐다"고 했다. 과장인가 싶었는데 바로 며칠 뒤 폭우로 길이 통제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 포스터 배경이 된 그로스글로크너. [사진 중앙포토]

영화 '사운드오브뮤직' 포스터 배경이 된 그로스글로크너. [사진 중앙포토]

조각도로 깎아내린듯한 그로스글로크너. 날씨가 맑아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조각도로 깎아내린듯한 그로스글로크너. 날씨가 맑아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고도로 숙련된 운전자가 아무리 하이 알파인 로드를 질주한다 해도 자연이 곳곳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푸르른 야생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에 속력을 늦추고, 해발 2000m로 넘어서면 고봉들이 일렬로 늘어선 전망대에서 숨을 고르는 식이다. 중간중간 보이는 작은 카페에서 오스트리아식 팬케이크 '카이저슈마렌'을 맛볼 수도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폭포 빙하 '파스테르체'다. 알프스에서 가장 길다(9㎞)는 이름값에 카메라를 꺼내 든다. 맨 눈으로 보면 흙이 섞여 지저분해보이지만 '스와로브스키 전망대'까지 올라 망원경으로 보면 또 다른 느낌이다. 
호헤 타우에른 국립공원 내 크리믈 폭포.  

호헤 타우에른 국립공원 내 크리믈 폭포.

호헤 타우에른 공원 내 크리믈 폭포도 외국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명소다. 폭포는 380m 높이에서 세 번을 꺾어지며 4㎞를 흐른다. 유럽에서 가장 높다. 폭포 밑 바위에 잠깐만 올라서도 튀기는 물에 몸이 젖을만큼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그 기세와 소리에 무념무상이 된다.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한여름에 이런 피서가 따로 없다 싶다. 물로 기억되는 알프스라니, 색다르다. 첼암제(오스트리아)=글·사진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첼암제-카프룬 지역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머카드.

첼암제-카프룬 지역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머카드.

◇여행정보=인천~잘츠부르크 직항이 없어 터키항공 등으로 경유한다. 인천~이스탄불~잘츠부르크 루트를 최소 하루 한 번 이상 운항한다. 또 이스탄불 경유시 대기시간이 6시간 이상이면 무료 시티투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잘츠부르크 공항에서 첼암제까지는 셔틀 버스가 있다. 일정 변경이 잦아 미리 알아볼 것(https://www.zellamsee-kaprun.com/en 또는 https://www.salzburgerland.com/en). 첼암제에서 국립공원으로 갈 때는 운행이 잦지 않은 대중교통보다 차를 렌트하는 게 편하다. 요금은 24시간 기준 중형차로 평균 100~120 유로(13만~15만5000원)다. 첼암제에서는 호텔에서 '서머카드'를 제공하니 꼭 챙기자(5월 15일~10월 15일). 인근 200여 개 업소·관광지와 제휴를 맺어 체크아웃하는 날까지 다양한 무료 혜택을 준다. 키츠슈타인·슈미텐호헤 케이블카와 입장료, 보트트립 등도 모두 여기 포함된다. 하이 알파인 로드는 차 한 대당 35불을 내는데 하루에 여러 번 입장 가능하다. 크리믈 폭포 입장료는 어른 3유로(4000원), 아이는 1유로(1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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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