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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대법관 후보자 "양심적 병역거부 판례 재검토 필요"

박정화(52·사법연수원 20기) 대법관 후보자가 "양심적 병역 거부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다시 올려 의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서 다양성·사회적 약자 보호 강조
난처한 질문 피해 "고민 부족" 지적 받아

박 후보자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16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하급심이 무죄를 선고하는 등 기존 판례에 반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 후보자는 “대법원 판례를 잘 알고 있는 하급심 판사들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과 핑퐁게임을 하는 듯 비치고 있어 이 논쟁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시 한 번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대해서도 “법원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 후보자는 “법원은 재판을 중심에 두고 사법행정은 뒷받침해야 하는데 판사 수가 많아지다 보니 사법행정이 비대화된 문제가 있다”며 “특정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 시스템을 점검해서 사법부의 관료화와 권한 집중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선 대법원이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야 한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규범적 가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수의 의사에 의해 외면될 수 있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위원들의 질문이 집중된 사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부분에서 박 후보자의 대답은 대부분 원칙적인 법원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법평의회를 통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분산하자는 국회 개헌특위의 논의에 대해 박 후보자는 “외부인이 참여하는 사법평의회가 생기면 사법부가 최악의 경우 정치권과 권력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별도의 기구에서 법원 인사와 행정을 하는 건 법관 독립과 사법권 독립 차원에서 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반대했다.
 
박 후보자는 난처하거나 어려운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답변을 피해 청문위원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장 권한 집중의 문제점이나 사법제도 개혁 등에 대한 질문에 박 후보자는 자신의 견해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재판 업무만 하고 사법행정에 대해 전혀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고 말했다.
4일 열린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회 생중계 장면. [국회방송 캡처]

4일 열린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회 생중계 장면. [국회방송 캡처]

 
전관예우 근절방안에 대한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박 후보자는 “법원에 26년간 있으면서 전관예우를 해 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 그런 판사도 못 봤다”고 대답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법관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후보자 본인은 약자의 편에 서고 도덕적인지 모르지만 사법부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법관은 단순히 재판뿐만 아니라 사법행정의 문제에도 제대로 된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찬열 위원장도 “후보자가 사법부의 병(病)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대법관으로서 사회 병폐를 낱낱이 알고 있어야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에 이어 5일에는 조재연(61·12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인사청문특위는 6일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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