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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정부의 예산 갈등에 학대받은 어린이 갈 곳이 서울엔 없다

다섯살 태호(가명)의 손목엔 상처가 있다. 지난 3월 엄마 이정미(가명ㆍ26)씨는 아들에게 씻을 수 없는 학대의 흔적을 남겼다. 미혼모인 이씨는 2015년부터 우울증을 앓으면서 태호를 수시로 때렸다. 급기야 “함께 죽자”면서 자살 시도를 했다. 엄마의 학대로 인해 태호 역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결국 지난 4월 이웃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신고해 태호는 엄마와 떨어지게 됐다.
 

학대 건수 전국 두 번째인 서울시
피해 아이 보호 ‘쉼터’ 없어
복지부는 16개도에 동일 예산 책정
서울시는 실정에 맞는 시비 확충 안돼
서울의 피해 아동이 부산으로 가기도

동시에 태호는 서울을 떠나야 했다. 서울에는 ‘학대피해아동쉼터’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태호는 현재 부산의 아동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분리 보호된 어린이가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분리 보호된 어린이가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아동쉼터는 현행 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시설이다. 친부모 등 학대 가해자와 아이들이 떨어져 지낼 수 있게 제도를 만든 것이다. 2015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지정해 전국에 54곳이 있다. 이중 38곳은 2005년부터 비슷한 기능을 해오던 그룹홈을 새 단장했고, 나머지는 148㎡(45평) 규모의 아파트를 쉼터로 이용하고 있다. 아파트에는 한 시설 당 아이 7명이 머문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학대 아동을 위한 법정 시설이 서울에 없는 건 예산 갈등 때문이다. 복지부와 서울시가 예산을 놓고 '핑퐁 게임'을 벌이다가 태호가 쉴 곳은 사라졌다. 
쉼터의 설치비ㆍ운영비는 중앙 정부가 40%, 각 지방자치단체가 60%의 비율로 부담한다. 복지부는 2015년 16개 시도에 동일한 예산(한 시설 기준 1억3100만원)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가 지원한 복지비 2억6200만원(2곳)에 시비 3억9200만원을 합쳐 오래된 주택과 빌라를 각각 3억원에 매입했다. 기준에 맞는 집을 찾다보니 당장 어린이들이 머물려면 리모델링이 필요한 상태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복지부는 복지비와 시비를 합친 3억원으로 45평짜리 집 한 채를 사라는 방침이었는데, 이는 서울의 시세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에 예산을 늘려주거나 평수 기준을 낮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실정에 맞게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반박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대게 아파트나 주택을 쉼터로 조성한다.[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대게 아파트나 주택을 쉼터로 조성한다.[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결국 서울시는 이미 구입한 주택과 빌라 두 곳을 쉼터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최근 민간 기업으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았다. 올해 안에 쉼터 문을 열 계획이지만 쉼터를 맡아 운영할 재단이나 법인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한 어린이 구호재단의 관계자는 “인건비 등 상당 부분을 재단이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대피해 어린이를 위한 쉼터에서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다.[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 어린이를 위한 쉼터에서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다.[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문제는 서울 지역의 아동 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2245건이다. 경기도(4338건)에 이어 전국(1만8573건)에서 두 번째다.  
 
현재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일시보호시설ㆍ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ㆍ그룹홈 등에 머물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시설도 자리가 부족해 2~3개월이 지나면 퇴소해야 한다. 또 학대피해 어린이를 일반 어린이들이 머무는 시설에서 함께 지내게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학대피해 어린이는 우울감을 보이거나 폭력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어 특별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 시설도 학대 아동을 꺼리고, 장애가 있는 경우엔 시설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피해 어린이 쉼터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도 늦은 상황인데 필요 예산을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또 지자체에서 위탁 재단으로 떠넘기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한선희 관장은 “쉼터는 생활 복지사 2명이 24시간 교대 근무하면서 7명의 아이를 돌보는 구조”라면서 “인력을 확충하고 쉼터 운영도 연령이나 학대 종류에 따라 세분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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