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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새살림" 아들 신고로 끊긴 연금 …법원 "치간호 위한 동거는 사실혼 아냐"

공무원이던 남편과 사별한 뒤 치매에 걸려 간호를 받기 위해 다른 남성과 동거했다면 숨진 남편의 유족으로서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살림 차린 어머니 유족연금 수령 자격 없다"
아들이 공무원연금 공단에 신고
법원 "간병 위한 동거는 사실혼 아냐"

돌봄을 위한 동거였다면 이를 새로운 결혼생활로 볼 수는 없고, 숨진 남편의 유족연금도 계속 지급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23일 박모(81)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연금 지급중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는 19살이던 1955년 공무원인 남편과 결혼했다. 41년간 이어진 결혼생활은 1996년 남편과의 사별로 끝이 났다. 환갑의 나이에 혼자가 된 박씨는 공무원 유족연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갔다. 
 
홀로 산 지 19년째 되던 해인 2015년 박씨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 돌봐줄 이가 없던 박씨는 이듬해부터 김모(85)씨와 함께 살았다. 김씨는 가까운 아파트에 살아 수년 전부터 왕래하며 지내던 할아버지였다. 두 사람은 1년4개월간 박씨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 병세가 악화된 김씨는 요양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두 사람이 동거에 들어가자 "사실혼 관계인데도 전 남편에 대한 유족연금을 부정수급하고 있다"는 신고가 공무원연금 공단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박씨의 아들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김씨 할아버지를 이혼시키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왕래하여 부부의 연을 이어오다 두어 달 전부터는 아예 집으로 오게 했다. 법적인 부부 못지 않은 삶을 영위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두 사람이 부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재혼을 하고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공무원연금을 어머니가 받는 것이 부당하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알린 것이다. 아들의 신고로 지난해부터 유족연금이 끊긴 박씨는 "김씨와 사실혼 관계가 아니다"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박씨에게 유족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기 5년 전인 2010년 경부터 왕래하였는데 당시 박씨는 74세, 김씨는 78세의 고령으로 두 사람 모두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아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의 동거 사실은 인정되나 박씨의 치매 증상이 악화될 무렵 동거를 시작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하려 했다기보다는 돌봄을 위한 것이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박씨가 김씨와 혼인 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두 사람이 동거한 기간은 박씨가 요양치료를 받을 때까지 1년 4개월에 불과했다는 점도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를 이혼시켰다거나 주변사람들도 두 사람을 부부로 알고 있었다는 아들의 주장은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은 박씨에게 지급을 중단했던 연금을 다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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