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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라다무스 연관 검색어가 북한인 까닭

[세상을 바꾼 전략] 예언
노스트라다무스가 인간 피, 염소 피, 금속 등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카트린느 드 메디치 왕비의 부적.

노스트라다무스가 인간 피, 염소 피, 금속 등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카트린느 드 메디치 왕비의 부적.

지금으로부터 꼭 451년 전인 1566년 7월 2일 아침, 프랑스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미셸 드 노스트르담)가 자신의 침대 옆 바닥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전날 저녁 노스트라다무스가 “내일a 해가 뜨면 내가 죽어 있음을 발견할 것일세”라고 했다는 그의 비서 장 드 샤비니의 말이 전해지면서 노스트라다무스는 자신의 죽음마저도 정확히 예언했다고 알려져 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명성이 세기를 넘고 또 대륙을 넘어 이제 예언가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되어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도 노스트라다무스는 대입 수험서 책 제목으로 등장할 정도로 족집게 예언가로 통한다.
 

미래 불확실할수록 예언에 의존
한반도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

사이비로 혹세무민해선 안 되지만
잠재적 변화에 대비하게 하면 유익

 
샤를 9세 주치의 된 노스트라다무스  
1503년에 태어난 노스트르담의 직업은 의사였다. 노스트르담은 1534년 아내와 두 명의 자식을 모두 잃고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다 1547년 재혼했다. 그는 이 무렵부터 초자연적 현상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고 1550년 역서(曆書)를 출간했는데 이때 사용한 필명이 바로 라틴어 노스트라다무스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역서들에 관심을 가진 인물 가운데에는 이탈리아 귀족 출신의 프랑스 왕비 카트린느 드 메디치가 있었다. 불가사의한 주술에 관심이 많던 카트린느는 자신의 아들 가운데 두 번째로 왕이 된 샤를 9세의 고문관 겸 주치의에 노스트라다무스를 임명하기도 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는 1555년 353편의 4행시로 처음 출간됐다. 오늘날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는 그의 사망 2년 후인 1568년에 출판된 옴니버스판을 기준으로 출판되고 있다. 42편으로 구성한 제7부를 제외하곤 모두 100편씩 묶어 총 10부로 구성했다. 그래서 그의 예언서는 백시선(百詩選, Centuries)으로 불린다. 프랑스어뿐 아니라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등의 알파벳과 단어가 등장하는 노스트라다무스의 4행시는 운을 맞추고 있다. 제1부 제35편의 4행시를 한 예로 살펴보자.
 
Le lyon ieune le vieux ſurmontera
(젊은 사자가 늙은 사자를 이겨낼 것이네),
En champ bellique par ſingulier duelle(그것도 홀로 싸우는 경연장에서),
Dans caige d’or les yeux luy creuera (황금색 철창 속의 눈을 꿰찌를 것이고):
Deux claſſes vne,puis mourir,mort cruelle(한 번에 두 곳 상처로, 참혹하게 죽는다네).
 
이 4행시의 첫 번째와 세 번째 행은 era로 끝나고, 두 번째와 네 번째 행은 uelle로 끝나고 있다. 1559년 6월 30일 앙리 2세와 젊은 귀족 몽고메리는 사자 문양의 방패를 갖고 마상 창시합을 가졌는데, 몽고메리 창의 파편이 앙리 2세의 황금색 투구를 뚫고 눈과 뇌에 박혀, 앙리 2세는 열흘 앓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그대로 벌어졌다고 해서 그는 생전에 유명한 예언자가 됐다.
 
동아시아의 예언서들도 유사한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음양의 12개 획으로 구성된 4096(=212)괘를 각각 4구절로 정리한 초씨역림도 그렇다. 다만 초씨역림은 구체적인 예언서라기보다, 점치는 사람이 괘를 스스로 뽑고 그 괘에 해당하는 초씨역림 구절로 미래를 해석한다는 점에서 주역에 가까운 서적이다. 중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예언서는 당나라 때 작성됐다는 추배도(推背圖)다. 60개의 그림과 시를 묶은 것인데 60번째 그림이 등을 미는 모습이라 추배도로 불린다.
 
 
겸암유록, 구체적 시기 특정해 서술
1559년 6월 30일 앙리 2세의 마상 창시합 모습. 노스트라다무스는 앙리 2세가 이 시합에서 다쳐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예언했다고 하여 유명해졌다. 16세기 독일 작가(미상)의 삽화.

1559년 6월 30일 앙리 2세의 마상 창시합 모습. 노스트라다무스는 앙리 2세가 이 시합에서 다쳐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예언했다고 하여 유명해졌다. 16세기 독일 작가(미상)의 삽화.

한국에서는 『정감록』『격암유록』『송하비결』 등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예언서다. 그 가운데 격암유록은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여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靑龍濟和元年 無窮辰巳好運 三日兵火萬國統合”(末中運), “統合之年何時 龍蛇赤狗喜月也 白衣民族 生之年”(末運論) 식이다. 오행의 배속 기준에 따르면, 청색의 천간(天干)이 갑을(甲乙)이니 청룡(靑龍)의 해는 갑진(甲辰)년이다. 현재 시점에서 앞으로 다가올 첫 갑진년은 2024년이다. 또 적색의 천간이 병정(丙丁)이니 적구(赤狗)는 병술(丙戌)을 의미한다. 용의 해와 뱀의 해에 병술월이 있는 다가올 해는 2025년(을사년)이다. 위 구절을 해석하자면 “갑진년(2024년)은 구제·조화 원년인데, 갑진년(2024년)과 을사년(2025년)의 좋은 운이 끝없는데, 삼일간의 전쟁으로 만국이 통합한다.” “통합의 해는 언제인가? 을사년(2025년) 병술월(음력 9월)이다. 백의민족을 살리는 해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예언서들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사건 이전에 미리 작성된 예언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남북한 분단과 6·25 전쟁을 구체적인 연월로 자세하게 예언하고 있는 오늘날 『격암유록』은 조선 중기 남사고의 저작이 아닌, 1970년대에 작성된 위서(僞書)라는 주장이다. 격암유록에 등장하는 근대식 용어들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앞에서 소개한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의 제1부 35번째 4행시 역시 그런 논란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 이 4행시가 앙리 2세 사망 후 55년이 지난 1614년 이후의 판본에서야 등장한다는 소수 의견도 제기되어 있다.
 
설사 예언서가 사전에 작성되었다고 해도 예언이 과연 적중했는지 회의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동서고금의 예언서 대부분은 미래를 확실하게 알 수 없어서인지, 아니면 미래를 내다봤음에도 천기누설(미래 공개)로 겪을 사회 혼란이나 예언자 자신의 핍박을 걱정해서인지, 짧고 모호하게 서술되어 있다. 정반대의 해석이 동시에 가능한 예언 구절들도 있다. 따라서 한 예언 구절을 두고서도 적중했다는 평가 그리고 적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병존한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예언을 갖고 하나의 해석을 선택하여 구체적인 사건을 미리 맞추기는 어렵다. 이와 달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다수의 예언 가운데 실제 발생 사건에 딱 들어맞는 것을 찾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4행시를 갖고 미리 예언하여 추후 적중한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이미 발생한 사건을 갖고 그것에 맞는 4행시를 찾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송하비결의 여러 구절도 사전에 적중했다기보다 사후에 실제 사건에 잘 맞게 해석되어 주목을 끌었다.
 
파자(破字)를 통해 이름에서 결과가 필연적이었다는 해석도 그런 방식이다. 판문점(板門店)은 세 한자가 모두 여덟 획이라 38선을 재획정할 필연적 장소라는 해석은 정전협정 체결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다. 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필연적 운명은 십팔(十+八=木, 1961~1979)년을 통치하라는 점(卜)이 나왔음에도 일(一)년만 더 하고 그만두겠다(止)고 하다가 신하(臣)가 욕(巳)하면서 총질하는(灬) 것이라는 해석도 10·26 사건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1979년 초 박재완이라는 저명 역술인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줬다는 점괘인 “풍표낙엽(楓飄落葉) 차복전파(車覆全破)”는 10·26 사건 후에야 “가을에 차지철이 뒤집혀 죽고 전두환이 (김재규를) 파괴한다”고 해석되었다.
 
오늘날 과학적 예측도 유사한 방식으로 과장되기도 한다. 90% 이상 또는 100% 맞혔다고 주장하는 선거 예측 방정식 대부분은 과거 선거 데이터에 가장 적합한 방정식을 만들고 그것으로 다시 과거 선거를 맞히는 방식이다. 또 부동산 가격을 포함한 각종 경제지표 방정식 대부분도 그렇게 해서 적중률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방정식 추출 이후의 미래 사건을 동일한 방정식으로 적중하는 비율은 훨씬 떨어진다.
 
 
발생한 사건에 맞는 4행시 찾아 해석
1994년 여러 언론에서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을 미리 맞힌 예언가로 필자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필자는 북한 지도자의 사망 가능성을 음양오행으로 해석했을 뿐이라, 과장 보도를 정정한다고 귀찮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나머지 다른 주장을 모두 기각시킬 확실한 근거가 부족한 특정 예언을 단정적으로 확신하는 것은 과학적 태도가 아니다.
 
예언에는 직업 또는 비즈니스로서의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예언 자체가 미칠 영향까지 계산해서 예언해야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 또 평판 관리도 예언 직업인의 고려 대상이다. 적중하거나 적중하지 못했을 때의 효과는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와 또 발생하지 않았을 때가 각기 다르다. 체제가 종식되면 잘못된 예언을 따질 겨를이 없다고 판단하는 영악한 예언가는 체제 종식의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예언할 것이다. 반대로, 위기론을 확산시키려는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국 예언서 『추배도』의 60번째 그림

중국 예언서 『추배도』의 60번째 그림

오늘날 인터넷 검색에서 노스트라다무스 등 예언서와 관련된 주요 연관어 하나는 바로 북한이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예언에 의존하는 게 인간 심리다. 초씨역림, 추배도, 백시선, 정감록, 격암유록, 송하비결이 각각 처음 작성된 시점으로 추정되는 기원전 1세기 한나라, 7세기 당나라, 16세기 프랑스, 16세기 조선, 17세기 조선, 19세기 조선 모두 불확실한 미래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오늘날 한반도는 예언의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는 만큼이나 불안하다는 뜻일 게다.
 
사이비 예언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것뿐 아니라 운명, 숙명, 팔자 등으로 각인시켜 변화를 봉쇄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잠재적 변화를 알려주고 이에 미리 대비하게 만드는 예언은 매우 유익한 정보다. 고대 전쟁에서조차 거북 등이나 별자리로 점을 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무런 전망 없이 무작정 싸우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미래를 전망할 수 있어야 한다.
 
 

김재한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 박사. 2009년 미국 후버 내셔널 펠로. 2010년 교육부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정치 현상의 수리적 분석에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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