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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톡 쏘아대는 당신, 톡소 감염 때문일 수도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20억 명 머리 속의 기생충, 톡소포자충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기생충이 포유동물의 뇌를 조종하는 드문 사례다. [pixabay]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기생충이 포유동물의 뇌를 조종하는 드문 사례다. [pixabay]

세계 인구의 3분의 1, 즉 20억 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있는 기생충이 있다. 이것은 초기에 미약한 독감 증세를 일으킨 후 대부분 뇌에 자리 잡고 잠복기에 들어간다. 작은 주머니 모양의 혹, 즉 낭포를 형성해 몇 십 년이라도 조용히 숨어 있는 것이다.
 

덜 익힌 고기, 씻지 않은 채소
고양이 배설물 등 통해서 감염

기생충에게 유리하게 마음 조종
조현병·자살·공격성 폭발과 연관

도파민 생산·분비 증가에 영향
쥐가 고양이 무서워하지 않게 해

톡소포자충 [위키미디어]

톡소포자충 [위키미디어]

톡소포자충(이하 톡소로 지칭)이라 불리는 단세포 원생동물 얘기다. 무성생식도 하고 새와 포유류를 중간숙주로, 고양이과 동물을 종숙주로 삼아 유성생식도 한다. 사람이 감염되는 것은 주로 덜 익힌 고기, 씻지 않은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감염 초기인 고양이의 배설물 처리 상자를 치우다가 옮기도 한다. 임신한 여성이 처음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에이즈 환자나 장기 이식자, 암 치료 등으로 면역이 약화된 사람들도 위험하다. 생후 6개월 이내의 유아도 취약하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다. 감염됐다는 유일한 단서는 혈액 속에 항체가 존재한다는 것뿐이다. 얼마 전까지 그렇게 생각돼 왔다. 하지만 이 기생충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점점 쌓이고 있다.
 
 
쥐가 고양이 오줌에 매력 느끼게 만들어
우선 동물 실험 결과부터 보자. 1990년대 중반 조안 웹스터(현재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재직)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톡소가 생쥐와 들쥐를 좀 더 활동적이고 두려움을 덜 가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을 키우는 자살적 행태다.
 
웹스터가 2000년 8월 발표한 결과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톡소는 들쥐가 겁을 덜 먹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양이 오줌 냄새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효과에는 ‘치명적인 고양이의 유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일으키고 있을까?
 
2009년 영국 리즈대학 글렌 맥콘키의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을 보자. 톡소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도파민 전구체의 생산을 돕는 특정효소(tyrosine hydroxylase)를 만드는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도파민은 포유동물의 뇌에서 쾌락 및 고통에 관여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앞서 1980년대 중반엔 톡소에 만성 감염된 설치류의 도파민 수준이 그렇지 않은 생쥐에 비해 14% 높다는 사실이 보고됐었다.
 
2011년 11월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은 톡소가 도파민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저널에 발표했다.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원인은 감염된 뇌세포에서 도파민의 생산과 분비가 여러 배 증가한 탓으로 나타났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및 쾌락 중추를 제어하며 공포 같은 감정 반응을 조절한다.
 
 
감염돼 낳은 아이 조현병 가능성 커
인간과 관련한 연구에 큰 획을 그은 것은 체코 카렐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야로슬라프 블레그르다. 그가 1994년 발표한 결과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톡소에 감염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규칙을 무시하거나 과도하게 의심이 많거나 질투심이 큰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몇 년 후엔 컴퓨터 기반의 검사를 통해 이 기생충에 감염된 남녀는 일반인에 비해 반응시간이 뚜렷하게 느리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2002년 그는 프라하에서 교통사고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와 보행자(146명)는 일반 주민(446명)보다 감염율이 2.6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들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톡소 감염은 무모한 행동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같은 연관성은 다른 연구팀의 후속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그 결과 톡소가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인간에게 더욱 해롭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의 경우도 도파민을 복용하면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할 위험이 커진다.
 
2008년 연구자들은 톡소 항체를 지닌 사람은 조현병 발병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다. 38건의 기존 연구를 검토한 2012년의 한 논문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톡소 항체 보유율은 일반인의 3배였다. 또한 톡소에 감염된 조현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와 뇌의 해부학적 구조가 다르며 증상도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루이스빌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폴 이왈드는 조현병의 3분의 1 가량은 톡소 때문에 유발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톡소 감염은 상황에 맞지 않게 공격성이 폭발하는 증상, 즉 간헐적 폭발성장애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3월 임상정신의학 저널에 발표한 내용을 보자. 연구팀은 폭발성장애 환자, 다른 정신질환자, 건강한 일반인 등 성인 358명을 검사했다. 그 결과 폭발성장애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양성반응이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다른 정신질환자도 감염율이 더 높았다. 모든 그룹에 걸쳐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은 음성에 비해 공격성, 분노, 충동성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톡소가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변화시켜 공격성을 키우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여기 감염된 수컷 들쥐는 그렇지 않은 들쥐보다 암컷에게 특별히 인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생충에 감염된 개체는 이성의 호감을 받지 못하는 진화적 경향과는 반대의 현상이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의 연구팀이 2011년 11월 ‘PLOS ONE’에 발표한 내용이다. 이런 들쥐는 짝짓기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걱정일랑 던져 버리고 과감하게 행동한다. 톡소는 섹스를 통해 암컷에게 옮겨지고 후손 중 60% 가량에게 전달된다. 이와 비슷한 효과는 사람에게서도 확인된다. 톡소에 감염된 남성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이상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남성은 특별히 사내답고 지배적이라는 평가를 여성에게서 받는 경향이 있었다. 2013년 실험생물학 저널에 실린 내용이다.
 
 
자살 시도할 위험도 7배나 높아
보균자는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7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과 메릴랜드대학, 스웨덴 룬트대학 등의 공동연구팀이 ‘임상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2012년 8월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이번 연구는 자살위험 평가 척도를 이용해 상관관계를 조사한 최초의 사례다. 연구대상은 자살을 시도해 스웨덴 룬트대학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54명과 룬트시의 주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30명의 대조군이었다. 이들은 모두 성인이었으며 톡소 감염 여부를 검사받았다.
 
여기에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은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의 리나 브룬딘 박사는 “톡소포자충은 인체에서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됐지만 사실은 뇌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염증에 따른 대사산물이 축적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이나 경우에 따라 자살 생각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연구는 모두가 상관관계에 대한 것일 뿐 인과관계에 대한 것은 없다. 사람을 감염시켜서 실험을 할 수는 없는 탓이다. 하나의 방법은 감염된 사람을 치료해서 행태가 달라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방에 둘러싸인 낭종 속에 숨어 있는 톡소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집고양이 때문에 감염될 확률 아주 낮아
올해 2월 ‘정신의학(Psychological Medicine)’저널에 발표된 결과를 보자.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연구팀은 13~18세의 청소년1만여 명을 조사했다. 집안의 고양이와 일찍부터 접촉한 것이 정신 질환 증상을 일으킬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본 것이다. 그 결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이 주제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이면서 가장 통제가 잘된 연구로 꼽힌다. 인종과 계층 그리고 동물 변과의 접촉을 통제하기 위해 개 소유 여부도 조사했다. 그 결과 고양이 소유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을 보고한 기존 연구들은 여타의 다른 가능성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은 영국의 조사결과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길고양이 감염율은 10%대로 알려져 있다. 감염돼도 1, 2주 후에는 면역력이 생겨서 감염력이 있는 유충이나 주머니를 내보내지 않는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때문에 감염될 가능성은 정말로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2~8%,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10세 이하 환자들의 8.5%가 항체 양성반응을 보였다. 감염율이 그 정도라는 얘기다(임상기생충학,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1).
 
다만 임신부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고양이를 집안에만 두고 익힌 통조림 음식만 먹일 경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냥을 하거나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는 고양이다. 급성 감염이 된 고양이는 2주간 5억 개의 감염성 낭포체를 배출한다. 일년간 물이나 흙에서 감염성을 띠고 살아남을 수 있다. 한알이라도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다. 치료를 하면 기생충이 해를 끼치지 않게 만들 수는 있으나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  백신과 치료법은 개발 중이다. 항말라리아제와 설파제를 병용하지만 만족스러운 약제는 아직 없다.
 
 

조현욱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 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 칼럼을 연재했다. 빅 히스토리와 관련한 저술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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