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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리즈·웨이징성·왕단처럼 망명 반체제 인사의 길 걷나

미·중 간 이슈로 떠오른 류샤오보의 출국 치료
2010년 12월 10일 노벨위원회 위원장인 투르뵤른 야글란드가 중국 당국의 불허로 류샤오보(왼쪽)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빈 의자에 메달과 증서를 올려놓고 있다. [AP=연합뉴스]

2010년 12월 10일 노벨위원회 위원장인 투르뵤른 야글란드가 중국 당국의 불허로 류샤오보(왼쪽)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빈 의자에 메달과 증서를 올려놓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61)가 최근 옥중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되면서 그의 거취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그가 해외로 출국할 경우 위구르인의 ‘달라이 라마’로 불리는 라비야 카디르(70) 세계 위구르회의 대표의 재판이 될 것을 우려한다. 국제 인권기구와 반(反)중국 세력은 류샤오보의 치료를 이유로 내세우며 그의 출국을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이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지정하는등 미·중 관계의 허니문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면서 미·중 사이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산당 일당 독재 종식 등 주장
08헌장 기초해 투옥 중 노벨평화상
간암 말기 판정받자 최근 가석방

反中세력 “치료 위해 출국하게 하라”
“당대회 앞둔 중, 국내서 관리” 관측
미국, 중국 압박 카드로 활용할 듯

 
천안문 사건 참여하며 반체제 운동가로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 맞춰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을 비판한 혐의로 투옥됐던 라비야가 병보석으로 석방됐다.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의 백만장자 사업가로 중국의 의원 격인 전국인민대표로 활동했던 라비야는 미국 망명 후 투사로 변신했다.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은 2012년 5월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클린턴 힐러리 국무장관의 도움으로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중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자(2010년)로 선정된 류샤오보는 지명도에서 이들을 능가한다.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출신인 류샤오보는 베이징사범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강단에서 중국 현대문학을 가르치던 학자이자 작가였다. 미국 컬럼비아·하와이대와 노르웨이 오슬로대 등지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하던 중 1989년 천안문 사건이 발생하자 귀국해 본격적인 반체제 운동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그는 천안문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반혁명 혐의로 투옥되는 등 20여 년 동안 수차례의 투옥과 가택연금 등을 되풀이하며 시련을 겪었다. 류샤오보는 2008년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지식인 303명이 서명한 ‘08헌장’을 기초했다. 헌장은 공산당 일당 독재 종식, 직접선거, 집회·결사·종교의 자유 등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당국은 그를 국가 전복 선동 혐의로 체포해 11년형을 선고,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 수감했다. 그러나 최근 병세가 악화되자 가석방시켰다.
 
류샤오보의 거취는 민족주의 논객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편집인)이 출국 허용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후 총편집은 지난달 28일 환구시보 사평(社評·사설)을 통해 “중국 법률에는 병보석으로 풀어줘 치료받는 자에게 출국 치료를 허용하는 규정은 없지만 선례는 있었다”며 “라비야가 바로 그 경우”라고 지적했다. 후 총편집은 “라비야는 출국 전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정치 활동에 결코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배반하고 거물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류샤오보가 일단 중국을 떠난다면 서방의 반중 여론은 그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 것”이라며 “웨이징성·왕단·천광청 등도 출국한 뒤에 주목을 받지 못했고 류샤오보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 총편집의 칼럼은 중국 인터넷에서 검열로 삭제됐다. 당국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의미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류샤오보는 중국 국민이고 해당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다른 나라와 논의할 필요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노벨상 수상자 154명, 시진핑에 연명 편지
반중 세력은 총결집에 나섰다. 류샤오보가 해외로 망명해 반중 활동을 펼치거나 숨질 경우 모두 중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독일로 망명한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는 트위터를 통해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劉霞·56)가 지난 4월 부부의 출국을 도와달라며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154명이 연명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시간이 긴박하다. 인도주의에 따라 류씨 부부가 미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편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 대사에게도 전달됐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브랜스테드 신임 미국 대사는 28일 베이징 부임 기자회견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미국인은 그가 다른 곳에서 치료받을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도 지난달 29일 별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가 취한 행동으로 비록 자신은 호된 징벌을 받았지만 중국을 도리어 더 조화롭고 안정되며 번영된 나라로 이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만도 류샤오보를 치료하겠다며 나섰다. 이날 린허밍(林鶴明)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기꺼이 가능한 협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옥중 영상 공개 놓고 ‘의도적 유출’ 공방
류샤오보가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동영상이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AP=연합뉴스]

류샤오보가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동영상이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AP=연합뉴스]

류샤오보 파문이 커지자 지난달 28일 해외에 서버를 둔 반중 매체 보쉰(博訊)망은 류샤오보의 옥중 모습을 담은 3분5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류샤오보가 감옥에서 소지품을 검사받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상은 간수와 배드민턴을 치고, 조깅하고 노역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혈압과 시력, 흉부 X선 촬영, 초음파 등 신체 검사를 받는 모습과 함께 의사와 일문일답을 하는 장면도 보였다.  영상이 공개되자 옥중 건강검진을 부각시켜 중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해 유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콩의 중국인권민운정보센터는 “중국 당국이 주장한 정기 검진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종양을 확인하는 알파태아단백(AFP) 이상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류샤오보 신병 문제는 미국의 대중 압박 카드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은 79년 대만과 단교 이래 군함 정박을 피해왔던 관례를 깨고 대만 항구에 미국 군함을 배치할 수 있도록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트럼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만에 무기 판매를 허용했다. 브랜스테드 미국 대사가 류샤오보 사건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양국 간 긴장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라비야, 천광청에 앞서 89년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우주물리학자 고 팡리즈(方勵之) 박사의 망명도 성사시켰다.
 
트럼프 취임 후 밀월관계를 이어오던 미·중 관계도 투이불파(鬪而不破·싸우되 관계를 깨지 않는다) 상태로 돌아갔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앙SUNDAY에 “중국은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부정적 이미지를 조성할 류샤오보는 통제하기 쉽도록 국내에서 관리할 것”이라며 “옥중 영상 공개는 절충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불확실성이 잠시 유예됐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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