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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 버리지 않으면 강원랜드 미래 없어”

취임 3년 맞은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
“정부와 정치권이 강원랜드를 돈줄로만 생각하고 이용자를 예비 범죄자 취급해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일본은 아베가 리조트개발 뛰는데
우리는 카지노 수익 빼먹을 궁리만

정선을 가족 친화 힐링 리조트로
마카오·싱가포르와 차별화해야

이미 고객 80%는 30~40대 가족
동강·장호항과 연계 개발 계획도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카지노 리조트 강원랜드 함승희(66·사진) 대표의 얘기다. 그는 이웃 일본·마카오·싱가포르 등이 카지노 리조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은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시설 투자, 문화 공연 하나까지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에 허약하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컨벤션호텔 2층 집무실을 찾은 지난달 29일은 마침 강원랜드가 19번째 생일을 맞은 날이었다. 함 대표는 “일본은 아베 총리가 복합리조트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최근엔 차관급 실무자가 강원랜드의 카지노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세 차례나 방문했다”며 “일본은 총리가 뛰고 있는데, 우린 산업통상자원부 석탄산업과가 강원랜드를 담당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왼쪽은 컨벤션 호텔, 오른쪽은 강원랜드 호텔.

왼쪽은 컨벤션 호텔, 오른쪽은 강원랜드 호텔.

연 매출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강원랜드는 골프장·스키장·호텔·콘도 등을 갖춘 복합 리조트이지만 수익의 95%는 여전히 카지노에서 나온다. 함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싱가포르와 같이 강원랜드도 자연 환경을 활용한 가족 친화적인 힐링 리조트로의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난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한 차례 국회의원(16대·새천년민주당)도 지냈다.
 
3년째 강원랜드 경영을 맡아오고 있는데.
“검사만 해봤지 따로 돈 벌어 본 적이 없는데 기업 경영을 하게 됐다. 해외 경쟁업체들을 돌아보며 강원랜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지금까지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놓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각오로 3대 적폐를 청산하는 역할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적폐를 말하는 건가.
“첫째, 인사다. 주인이 없는 데다 폐광지역이라는 특성까지 겹쳐 정치권, 정부, 지역 유력인사들의 인사 개입이 심했다. 인사 개입은 이권으로 이어진다. 역대 사장들 중에는 견디다 못해 사임한 경우도 있고, 한술 더 떠 감옥에 간 경우도 있다. 난 한 번도 청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 둘째가 복지부동이다. 사장의 명이 먹히지 않는다. 해고할 수도 없고 겨우 할 수 있는 게 한직 발령인데 사장이 바뀌면 전임 사장 반대 세력이라고 해서 발탁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눈먼 돈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분위기다. 나도 ‘도지사·국회의원 안 나올 거냐. 인심 좀 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부는 현재 25%인 폐광지역개발기금을 35~40%까지 올리고, 레저세도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도 카지노 입장료 9000원은 전액 세금으로, 강원랜드는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강원랜드의 미래는 없다.”
 
성과가 있었던 부분은.
“임원 후보 20명을 발탁, 그중 5명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직원들 가운데 1년에 60명씩을 선발해 해외 리조트에 보냈다. 최고급 리조트에 1인 1실로 묵도록 했다. 최고급 서비스를 받아봐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할 것 아닌가. 직원들의 자세가 적극적으로 변했고 올 초에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대상’도 받았다. 그런데 감사원이 공기업 기준을 넘는 과잉·호화 출장을 보냈다고 지적하더라.”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눈총을 받는다.
“취임 후 사채업자들을 근절했다. 도박하기 위해 사채까지 쓰는 것은 생사의 문제가 된다. 두 달 연속으로 월 15일 이상 방문하면 입장 금지, 가족이 신청하면 출입금지, 본인이 출입금지를 신청할 경우 귀가비 지원 등의 제도도 도입했다. 싱가포르도 정선의 노하우를 배워 갔을 정도다. 문도 못 열고 망한 영월 상동테마파크를 100억원에 인수해 스마트폰·게임·도박 중독을 치유하는 행위중독힐링센터로 만들었는데 올가을 개장한다.”
 
경쟁력 있는 리조트를 만들 방안은.
“먹고 마시는 마카오·싱가포르와 자연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정선을 찾는 사람은 다르다. 30분 거리에 래프팅을 할 수 있는 동강이 있고, 내년 말 새 도로가 뚫리면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삼척 장호항까지 30분이면 간다. 산·계곡·바다를 갖춘 세계 유일의 힐링 리조트가 될 수 있다. 취임 후 곤드레밥 등 로컬푸드 식당, 야생화와 동물을 보는 트레킹 길, 돔 모양의 플라네타리움과 망원경을 갖춘 별자리과학관 등을 신설 또는 확충했고 공사 중인 워터파크도 내년에는 문을 연다. 이미 이용객의 80%가 어린이를 동반한 30~40대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남은 문제는.
“일본 홋카이도에는 도마무·루스쓰 등 자연 환경이 훌륭한 리조트가 많다. 이런 곳에서 카지노까지 운영하기 시작하면 정선은 설 자리가 없다. 그 전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종합적인 비전 없이 개발하다 보니 스키장·골프장과 리조트 건물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지역 택시업체들의 반발로 고한 버스터미널에서 리조트까지 셔틀버스도 운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당포·여관 등이 난잡하게 자리 잡은 주변 환경도 정비해야 한다. 일본 유후인처럼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고 협궤열차로 리조트 시설과 연결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의 공감대만 형성되면 만드는 건 금방이다.”
 
임기가 11월이면 끝난다.
“2~3년 정도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시작한 일들을 직접 마무리하고 싶다. 하지만 누가 후임 사장으로 오더라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무산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렇게 (언론을 통해) 조목조목 개선 상황과 미래 청사진을 적시해 두면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지 않겠나.(웃음) 우리나라의 온라인 도박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하지만 손도 못 대고 있다. 표만 의식해 정선 카지노에서 뽑아 먹을 궁리만 하다가는 강원랜드도 망치고 불법도박만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정치인들이 꼭 감안했으면 좋겠다.”
 
 
정선=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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