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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카오, 네이버+미래에셋, 1등 DNA로 디지털 금융 장악 노려

눈앞에 다가온 IT발 금융 지각변동
인터넷 업계의 맞수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운 격전지로 금융을 택했다. 지난달 26일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원씩 상호 지분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다음날 카카오뱅크와 롯데가 유통·금융 부문 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KDB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1위 증권회사로 올라섰고, 롯데는 한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유통 1위 업체다. 이들은 포털 시장 부동의 1위인 네이버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를 파트너로 삼아 쌍끌이 마케팅으로 새로 진입하는 디지털 금융 시장에 최대한 빨리 안착하고,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엘페이 실험 만족스럽지 못한 롯데
카카오와 ‘한국판 알리페이’ 준비

신한은행 등 저울질했던 네이버는
미래에셋과 함께 글로벌 시장 겨냥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 국내외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를 공동 추진할 뿐 아니라 금융 인공지능(AI) 연구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자사주(미래에셋대우 주식 7.1%) 대신 네이버 지분(1.7%) 5000억원어치를 보유함에 따라 향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모바일 쇼핑 분야에서 성과가 부진했던 롯데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가입자 수 4300만 명을 자랑하는 카카오와 협업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 결합인 ‘옴니채널’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2015년 9월 출시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엘페이’. 이달 출범 예정인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새로운 결제 모듈을 만들기로 했다. [중앙포토]

롯데가 2015년 9월 출시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엘페이’. 이달 출범 예정인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새로운 결제 모듈을 만들기로 했다. [중앙포토]

롯데 엘페이 가입자 신세계의 7분의 1
롯데는 사실 오래전부터 모바일 결제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2015년 9월 출시했던 ‘엘페이(L.PAY)’가 대표적이다. 롯데그룹 내에 ‘e2(e-커머스 2.0) 프로젝트팀’을 발족시키고 1년6개월간의 개발기간을 거친 뒤 내놓은 서비스였지만 그룹 내에서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진 못했다. 엘페이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가 공식적으로 가입자 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등 각종 사용지표를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집계에 따르면 엘페이의 다운로드 수는 약 50만 건으로 신세계그룹의 결제 서비스 SSG페이(370만 건)보다 300만 건 이상 적다. 삼성페이 가입자 수(600만 명)와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한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롯데리아·롯데시네마·세븐일레븐·롯데하이마트·롯데월드 등 전국에서 엘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수만 개에 달하지만 마케팅이나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소극적이어서 롯데마트에서도 지난해 말에야 도입됐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신세계의 경우 2014년 1월 일찌감치 유통 계열사 4곳(신세계몰·신세계백화점·이마트몰·트레이더스)의 온라인 몰을 통합한 SSG닷컴을 선보였다.
 
QR코드 기반으로 스마트폰 결제가 진행되는 중국의 ‘알리페이’. [중앙포토]

QR코드 기반으로 스마트폰 결제가 진행되는 중국의 ‘알리페이’. [중앙포토]

이번 MOU를 통해 롯데가 얻고자 하는 것은 한국판 알리페이 서비스다. 롯데와 카카오뱅크는 공동으로 ‘앱투앱’ 기반의 새로운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엘페이나 카카오페이와는 다른 제3의 서비스다. 앱투앱 결제란 신용카드 리더기 등 별도 기기 없이 단지 스마트폰 앱에서 각종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앱을 통해 이용자의 은행 계좌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결제대행(VAN)·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를 경유하는 기존 간편 결제와 원론적으로 다르다. 대표적으로 중국 알리페이가 결제 대행업체 없이 사용자 계좌에서 가맹점에 대금을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직불 거래 방식으로 SSG페이·엘페이 등과는 달리 신용카드 등록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롯데와 카카오 연합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대금을 주고받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수수료를 사실상 없앨 수 있는 데다 향후 메신저 카카오톡과 시너지를 발휘하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페이·위챗페이 같은 앱투앱 서비스가 보편화된 중국의 경우 모바일 직불 결제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38조 위안(약 6200조원)에 달한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이 모바일 결제를 하는 주된 이유는 온라인 쇼핑”이라며 “국내에서도 쇼핑과 페이를 연결하면 압도적인 유무형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롯데와의 협업으로 얻는 이점이 크다. 은행업계 후발 주자 입장에서 롯데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용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롯데백화점과 마트·세븐일레븐 등에는 5000여 대의 ATM이 설치돼 있다. 이에 더해 롯데멤버스가 보유한 회원 3700만 명의 데이터를 공유해 개별 소비유형에 맞춘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올 1분기 기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는 약 120개, 편의점(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은 약 8630개, 수퍼마켓 약 540개, 영화관 111개, 하이마트가 456개에 달한다.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옛 정책본부) 관계자는 “모바일 분야에서 그동안 독자 기술 개발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며 “카카오가 알리바바와도 협업관계에 있는 만큼 경쟁업체를 따라잡는 수준을 넘어 신동빈 회장의 옴니채널 전략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태국 장악한 라인과 미래에셋의 결합
최근 들어 IB 업계에선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2015년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다 고배를 마신 신한은행이 네이버와 손잡고 세 번째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두 회사는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한 송금·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엔화로 라인페이를 충전하면 국내 신한은행 ATM을 통해 원화로 출금할 수 있는 ‘라인페이 ATM 환전출금’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지난해 말 두 회사가 5000억원씩 출자해 신성장 기술 펀드를 만들 당시 박현주(62)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이해진(51) 네이버 창업자 겸 라인 회장이 만나 전략적 제휴를 위한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국내외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미래 금융에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세계적인 IB 골드만삭스는 스스로를 금융 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지금 세계적인 트렌드는 금융과 IT가 융합되는 것”이라며 “이번 전략적 제휴는 두 회사가 기술과 금융 분야에서 서로 협력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AI 기술과 미래에셋대우의 투자 정보를 결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가능해진다. 주식 거래, 금융상품 선택을 로봇이 대신해주는 식이다. 네이버는 AI 엔진 클로바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에선 올해 안에 AI 스피커 웨이브를 내놓는다.
 
국내가 아니라 해외 시장을 바라보는 것도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의 공통 분모다. 미래에셋대우는 유럽·미국을 포함해 중국·홍콩·인도네시아·베트남·브라질 등 전 세계 9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 역시 일본·태국에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MAU가 2억1700만 명에 달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서비스를 결합하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미래에셋대우 현지 법인이 모바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네이버는 국내뿐만 아니라 라인의 지배력이 높은 일본과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도 금융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산분리 규제로 혁신 멈춰설 수도”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흡수로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규모는 6조7000억원에서 7조2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려는 초대형 IB 인가 기준(자기자본 8조원)에 다가섰다. 초대형 IB로 인가받을 경우 발행한도를 제한하지 않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가 가능해진다. 특히 IMA는 펀드와 달리 원금보장 상품으로 안정성·수익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증자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8조원까지 자본 규모를 늘리기는 무리”라며 “최소 몇 년간은 미래에셋대우가 IMA 업무를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선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영역 파괴는 물론 산업 간 융합 노력도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10%로, 의결권은 이보다 훨씬 낮은 4%로 각각 제한해놓고 있다.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이 은행을 필요할 때마다 일종의 사금고로 쓰는 일을 막기 위한 사전적 규제다. 인터넷 전문은행에는 특례법을 적용해 IT 기업의 경우 지분을 최대 50%까지 보유하도록 허용해 주자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나 20대 국회 들어서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작 IT 강국에서 인터넷은행·핀테크 등 새로운 실험이 각종 규제로 선진국에 비해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이미 산업과 금융의 결합이 현실화되는 만큼 은산분리의 취지를 살리되 혁신적 서비스가 생겨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발휘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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