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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은 대화와 결합할 때 성공 가능성 커질 것”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정보기관 수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 진실된 최상의 정보를 제공해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정보기관 수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 진실된 최상의 정보를 제공해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중앙정보국(CIA)에서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에서 국방정보국(DIA)…. 미국에는 16개 정보기관이 있다. 이들을 통할하는 최고 수장이 국가정보국장(DNI)이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아
쿠바식 접근법이 소통에 도움
北 점진적 변화 유도가 바람직

한?미 훈련 축소는 양보로 비칠 것
북 선제타격 땐 엄청난 인명피해

중국의 사드배치 우려는 일리 없어
배치 초래한 원인 먼저 생각해야

연방수사국 독립성 침해한 트럼프
미국의 제도를 내부적으로 공격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DNI의 속칭은 ‘정보 차르(tzar·황제)’ 또는 ‘최고 스파이(Spy Chief)’. 정보기관 간 유기적 공조 실패가 9·11 테러를 막지 못한 최대 원인이었다는 반성에서 2004년 신설된 장관급 직책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6년 반 동안 ‘정보 차르’로 활동한 제임스 클래퍼(76)가 지난주 방한했다. 클래퍼는 북한에 억류돼 있던 케네스 배, 매슈 토드 밀러 등 2명의 미국인 송환을 위해 2014년 11월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앙일보·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포럼 참석차 서울에 온 그를 중앙SUNDAY가 만났다.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 동결을 현실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귀하의 의견이다.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뜻 아닌가.
“그렇다. 2년 반 전 평양에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내린 결론이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핵은 그들의 생존 티켓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외부의 공격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공격을 막는 억지력인 동시에 레버리지이자 체면 확보 수단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것이 핵무기다. 핵을 포기하는 순간 세 가지를 다 잃는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귀하는 중앙일보·CSIS 포럼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쿠바식 접근법을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공식 외교 관계가 없는 쿠바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해 운영했던 것처럼 평양에 미 외교관이 상주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차원에서 한 얘기다.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런다고 문제가 풀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북한과의 소통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오토 웜비어의 끔찍한 사망으로 격앙돼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연설에서 북한의 ‘부드러운 내부 파열(soft implosion)’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무슨 뜻으로 한 얘기인가.
“북한 체제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을 중국은 몹시 우려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난민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우리가 어떤 대화를 제안해도 중국은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급격한 정권 교체보다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북한이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독립 국가로 당분간 유지되는 과도기적 상황도 상정해 볼 수 있다. 물리력을 동원해 급격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당장은 매력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주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트럼프는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를 대북정책 기조로 제시했지만 일단은 압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압박과 함께 대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이 맞다고 보나.
“두 가지를 결합할 때 성공 가능성이 커질 걸로 본다. 제재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의 해외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압박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 당연히 대화에도 이점이 있다. 압박이나 대화 한 가지만으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는 북한의 핵 동결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한·미 연합훈련은 방어를 목적으로 한 훈련이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훈련이 아니다. 훈련 축소는 북한에 유인책보다 양보로 비칠 것이다.”
 
만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할 경우 트럼프가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별로 없다고 본다. 선제타격을 하면 북한은 자동적으로 맞대응할 것이다. 비무장지대 인근에 배치된 대포와 로켓이 서울을 향해 불을 뿜게 되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개인적으로 선제타격 옵션에는 매우 부정적이다.”
 
트럼프는 CIA 본부에 북한임무센터를 신설했다. 또 마이클 폼페이오 CIA 국장에 따르면 트럼프가 일일 정보보고에서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이 북한 관련 정보라고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좋은 소식인가, 나쁜 소식인가.
“좋은 소식이다.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트럼프가 인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균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우려에 일리가 있다고 보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인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하면서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핵과 미사일로 북한이 한국과 이 지역을 위협하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이다. 사드가 싫다면 사드의 한국 배치를 초래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미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타당한 시각이라고 보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의 용도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글로벌 MD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사드 배치가 철회되면 한·미 동맹이 깨질 수 있다고 말하는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있다.
“그런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 일은 없을 걸로 본다.”
 
한국은 사드 때문에 미·중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보나.
“그에 대해 내가 뭐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사드를 계속 한국에 둘지 말지는 결국 한국 정부 결정에 달렸다.”
 
한국의 주권 문제란 뜻인가.
“그렇다. 한국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다.”
 
귀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안팎에서 공격받고 있다고 했다. 미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뜻인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제도(institutions)’ 가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는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트럼프가 미국의 제도를 공격하고 있다. 사법부나 판사들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으로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국내 정보기관을 ‘나치’로 매도하고, FBI 국장의 독립성을 침해했다. 트럼프의 이런 행위들은 미 제도에 대한 공격이다.”
 
외부에선 러시아가?
“그렇다. 지난해 러시아는 미 대선에 매우 직접적이고, 공격적으로 개입해 우리의 시스템과 역사에 손상을 입혔다. 러시아가 미 선거에 개입한 기록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번 대선처럼 노골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없다. 해킹부터 e메일과 소셜미디어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정보를 유포시켰다. 러시아가 만든 가짜 뉴스들이 온라인으로 확산되면서 여론을 오염시켰다.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영어 뉴스 채널인 RT는 아주 정교한 선전선동으로 힐러리 클린턴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트럼프에게는 도움을 줬다. 유례없는 수준의 선거 개입이다.”
 
증거가 있나.
“물론이다. 방대한 양의 통신 정보는 물론이고 포렌식 정보도 많이 있다.”
 
귀하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 의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가 탄핵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비하면 워터게이트가 초라해 보인다고 표현했다. 워터게이트는 ‘강도 사건’에서 촉발된 스캔들이지만 지금 사태는 미국을 떠받치는 기둥인 선거 과정에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개입하면서 불거졌다.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가 결탁한 증거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증거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못 봤을 뿐이다.”
 
한국 국민은 국정을 농단한 현직 대통령을 촛불시위로 파면시켰다. 트럼프도 탄핵될 수 있다고 보나.
“내가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유착 가능성을 수사하기 위해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이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사법방해나 탄핵 등 사법적 결정에 대해 법률가도 아닌 내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러시아, 중국, 이슬람국가(IS), 북한 중 미 안보에 최대 위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러시아다.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는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이다. 중국도 핵보유국이지만 규모에서 러시아와는 비교가 안 된다. 또 중국은 ‘선제 핵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을 갖고 있다. 중국도 지역적으로는 미국에 잠재적 위협이고, 테러리즘의 관점에서는 IS도 위협이지만 최대 위협은 역시 러시아다.”
 
오바마는 귀하를 DNI로 임명하면서 ‘클래퍼는 귀에 거슬려도 대통령이 꼭 알 필요가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임명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과 정보기관 수장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보기관 수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 항상 진실을 말하고, 입수 가능한 최상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는 물을 타거나 정치색을 입히는 등 정보를 왜곡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정보기관을 보호함으로써 그 수장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오바마는 아주 휼륭했다. 내가 DNI로 있는 동안 오바마는 항상 팩트와 최상의 정보 분석을 요구했고, 이 점에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영문 정리=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제임스 클래퍼 1941년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태어나 메릴랜드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공군 소위(신호정보장교)로 임관해 65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85년 주한미군 정보차장(준장) 등을 거쳐 2007년 미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을 지냈다.2010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4대 국가정보국장(DNI)으로 재직했다. 

 
 
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bae.myungb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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