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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투자 감안하면 미국이 손해 아니라고 설득해야

[한·미 정상회담] 수면 위로 떠오른 한·미 FTA 재협상 논란
지난달 30일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문재인 대통령의 등을 감싸며 함께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김성룡 기자

지난달 30일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문재인 대통령의 등을 감싸며 함께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김성룡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양국 장관들이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통상 분야에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기자단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한·미 FTA 체결 후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며 “더 이상 이런 적자가 계속되도록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넘겼다.

한국도 인도와 CEPA 재협상 중
상호 이익 균형점 찾아 바꾸면 돼

FTA로 미국 적자 예상보다 감소
양국 모두 상대방 시장점유율 증가

현대차·SK 美 투자로 일자리 창출
재협상할 때 대미 설득 포인트

사드·방위비 등 안보 지렛대 삼은
트럼프식 빅딜 요구에 대비해야

 
로스 상무 장관, FTA 불균형 사례 나열
고령(80세)의 억만장자인 그는 느릿하지만 또박또박한 말투로 미국 입장에서의 무역불균형 사례를 나열했다. 대표적인 업종은 자동차·철강이다. 로스 장관은 “한국의 각종 비관세장벽 때문에 미국차 가운데 한국 수출이 허용되는 것은 단지 2만5000대뿐”이라고 말했다. 배기량(cc) 기준인 한국의 자동차세 부과 기준, 주황색으로 법제화한 헤드램프 점멸등 같은 국내 자동차 관련 법규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철강 수출과 관련해서도 로스 장관은 “유정용 파이프와 철강제품 역시 한국은 아예 시장이 없어 전량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수입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이 천연가스와 관련해 알래스카 등 여러 주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 그렇게 하시면 좋겠다”고 하는 등 비즈니스맨의 면모를 과시했다. 비즈니스맨 입장, 더 나아가 미국의 ‘경제 사령관’으로서 할 얘기를 다 한 셈이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거주하는 백인 블루칼라의 집단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답게 그들의 이익을 지켜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통상 압박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선거 캠페인 기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한·미 FTA를 일컬어 ‘재앙’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레이건의 선거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88년 한국과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수퍼 301조’를 적용했던 바로 그 레이건 행정부다. 플라자 합의로 미국 달러화를 평가절하하고, 엔화를 평가절상시키면서까지 미국 수출 경쟁력을 회복시키려 했던 때도 바로 레이건 시절이었다.
 
현실 반영한 한·미 FTA 2.0 으로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재협상’이라는 단어에 지나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나타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도 FTA 상대국에 재협상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은 인도를 상대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을 요청해 현재 양국 정부가 협상 중에 있다. 트럼프의 말대로 한·미 FTA도 발효된 지 5년이 넘었다. 미국이 주장하는 무역 불균형 문제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고도화를 반영해 FTA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고도 볼 수 있다. 상호 이익이 균형점을 찾는 방향에서 한·미 FTA를 개정 또는 업그레이드하면 되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 최우선 순위는 무역적자 감축이다. 이를 위해 공정무역(fair trade)을 강조하면서 ‘불리한 가용정보(AFA)’ ‘특별 시장상황(PMS)’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원용, 철강·차량·조선·반도체 등 6개 산업에 대해 안보상의 이유로 긴급무역제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사전 조사를 개시하기도 했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한·미 FTA가 양국에 상호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한·미 FTA가 미국 무역적자를 줄여줬다는 건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품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15년 283억 달러였지만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 적자 규모는 실제보다 55% 더 늘어난 440억 달러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림1 참조>
 
대미 투자가 향후 협상의 지렛대 될 것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는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3억 달러로 확대됐다. 그렇지만 최근 5년간 한국과 미국 모두 상대방 시장에서 점유율이 증가했다. 한국 수입시장에서 미국산 상품·서비스 점유율은 8.5%에서 10.6%로 2.1%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상품·서비스 점유율도 2.6%에서 3.2%로 0.6%포인트 증가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17년 무역장벽보고서에서도 한·미 FTA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찾을 수 있다. USTR은 “2011년 한·미 FTA 발효 전에 비해 미국의 대한국 서비스 수출은 23.1%, 제조업 수출은 3.8% 증가했다”며 “한국의 규제시스템 투명성이 높아졌으며 비관세장벽 완화로 시장접근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상품 무역수지와는 달리 한국의 대미 서비스 무역수지는 141억 달러 적자(2015년 기준)였다.
 
한국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한 상위 12개 한국 기업이 연간 3만7000개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했다. 삼성·현대차 등 한국 기업이 미국 근로자에게 지급한 급여는 다른 외국 투자 기업에 비해 1만 달러(약 1200만원)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기업 52곳은 향후 5년간 미국 시장에 총 128억 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억8000만 달러(약 4345억원)를 투입해 가전 공장을 짓고, 내년 초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고용 규모는 약 950명 수준이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선 SK그룹은 제너럴일렉트릭(GE), 콘티넨털리소스와 셰일가스 개발 관련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는 올 1월 트럼프 취임 직후 일찌감치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키로 결정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앨라배마 현지 생산을 늘리면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있다.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 수퍼 301조 등 각종 무역보복에서 과거와 달리 일정 수준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국민이 공포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NAFTA 재협상 면밀히 관찰해야
한국이 향후 한·미 FTA를 업그레이드할 때 미국을 설득시킬 포인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국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수지 적자가 두 배 늘어난 것만으로 미국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긴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과정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초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던 과격한 언사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등 자국 공산품의 수출이 늘어나는 방향에서 NAFTA를 수정하고 있다. USTR이 ‘2017년 각국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언급한 비관세조치와 법률시장 개방, 약가산정, 각종 쿼터 및 제한, 국내표준 등 30개 분야에 걸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쇠고기 문제 역시 보고서에서 불균형 사례로 지목됐고,  농산물 및 식품의 잔류농약 기준치 허용에 대한 추가 논의 요구도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맨은 언제든지 ‘빅딜’을 요구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비용 요구,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안보 이슈를 지렛대 삼아 통상 분야에서의 추가적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대미 ‘선도 활동’을 배가해야 한다. 에너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한 미래지향적 경제동반자 관계 구축을 제시하고 신무역 이슈에 대한 선제적 공동 대응과 국제규범 선도를 제안해야 한다. 양국의 공통 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등을 위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 자동차·철강업계 ‘난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자동차·철강 분야를 압박하자 관련 업계는 미국 수출로 인한 실익이 크지 않다며 난감한 표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FTA로 관세를 낮추긴 했으나 그 폭이 크지 않아 한국산 자동차의 실익이 생각보다 적다는 입장이다. 한국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매기는 관세는 2012년 FTA 발효 뒤 4년간 2.5%를 적용했다가 지난해 1월부터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이 늘어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6만99대로 1년 전보다 22.4% 증가했다.  
 
이미 미국의 수입 규제를 받고 있는 철강업계는 위기로 받아들인다. 지난 3월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이 한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모두 11.7%를 적용한데다 한 달뒤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최대 24.9%의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추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전반적으로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원구원장 iskang@sookmyung.ac.kr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UCLA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숙명여대 교수, 유엔개발계획(UNDP)·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등을 지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과정에서 노정된 한국의 국제통상 협상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상론』을 공동 집필한 국제통상 전문가다. 2015년부터 현대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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