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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쟁점 조율엔 성공했으나 FTA·동맹역할 확대 숙제로

[한·미 정상회담]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회담 결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20여 분간 단독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40여 분간 확대 정상회담을 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20여 분간 단독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40여 분간 확대 정상회담을 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 재확인 등 여러 가지 성과와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 등 많은 과제도 남겼다. 다양한 평가가 나오지만 두 정상이 첫 만남에서 신뢰와 우의를 다지며 기대 이상의 좋은 출발을 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회담 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한·미 군사훈련 축소 논란 등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불협화음 속에서 정상들이 직접 만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회담 전 다듬지 않은 메시지 노출
걱정 있었지만 “좋은 출발” 평가
장진호 연설로 의구심 불식시켜

한·미 간 특수한 감성카드 잘 활용
40조원 투자 선물로 트럼프에 어필

한·미 FTA 재협상 문제 불거지고
미·중 갈등 속 동맹 역할 요구받아

 
정상회담의 백미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만남 자체보다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한 연설이었다. 버지니아의 국립해병대학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한 문 대통령은 “67년 전인 1950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고 연설했다. 연설의 압권은 문 대통령이 기념사 도중 눈물을 쏟아 내는 노병들을 연설을 멈추고 지그시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 하나로 미 조야가 가졌던 문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에게 장진호 기념비에서의 연설에 대해 칭송의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면서 축하의 말을 전했을 정도다.
 
한국만이 가진 미국에 대한 독특한 감성카드도 잘 활용됐다. 5만 명 젊은이들의 피를 대가로 한국을 지켜낸 결과 미국에 한국은 한국전,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을 같이한 혈맹이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함께 이룩한 유일한 모범 케이스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수천억 달러의 수표를 미국에 제공하고도 가질 수 없는 한국만의 특수한 감성카드를 문 대통령은 장진호 연설을 통해 유감 없이 과시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으로 기록된 이번 회담에서 짧은 준비기간과 외교안보 인선의 혼선에도 불구하고 매우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그것은 양국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의 굳건한 채널이 작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고 있다(왼쪽). 김정숙 여사가 조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부인에게 분홍색 한복을 선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고 있다(왼쪽). 김정숙 여사가 조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부인에게 분홍색 한복을 선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대의 갈등 이슈였던 사드 문제는 정상회담 전 미국 측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되었다고 본다. 그 단초는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에서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에 관한 미측의 우려에 대해 “사드는 한·미 동맹에 기초한 합의고 국민과 주한미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전 정부 합의라고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이므로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절차가 늦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드 문제에 관한 미 조야의 의구심을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발언이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 간 이견 가능성 또한 사전에 최대한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방미하는 기내에서 우리 기자단에 “핵 동결과 한·미 연합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 한·미 공식 입장이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적어도 북핵 폐기를 위한 진지한 대화 국면에 들어설 때만 논의할 수 있고, 당연히 국제공조의 틀 안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하여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전선에서 한국이 이탈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성공적 회담을 위한 환경 조성은 핵심 쟁점에 대한 조율뿐만 아니라 이익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에 대한 철저한 준비 과정에서도 보여진다. 앞서 열렸던 미·일, 미·중, 미·독 정상회담에서의 잘된 점과 실패한 사례들도 철저히 고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방법도 연구했다고 본다. 재계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추어 40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중국과 일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의 국력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투자를 마련했다. 삼성전자·현대·SK·한진 등 50여 개 기업이 트럼프가 관심을 갖는 일자리와 인프라, 에너지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만남에서 둘 다 무늬 없는 파란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점은 우연이라기보다는 이심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열정적이고 전투적인 빨간 넥타이다.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에도 빨간 넥타이를 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가 공식 만찬과 정상회담의 이틀에 걸쳐 파란 넥타이를 맨 것은 우연이 아니라 문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이고자 하는 메시지였다고 짐작된다. 2시간에 걸친 공식 만찬을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적 공간인 백악관의 트리니티룸으로 문 대통령 내외를 안내했고 링컨 대통령의 집무실도 공개했다. 회담 직전 모두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가 매우, 매우 강하고 좋다(very, very strong and good)고 특유의 화법으로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 못지않게 중요 동맹국인 한국 대통령과의 개인적 우의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던 셈이다.
 
공식 만찬에 이어 다음날 열린 정상회담은 잘 짜인 의제에 따라 예상대로 진행되었다. 통역을 둔 한 시간 회담은 매우 짧다. 우리 언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문제와 방위비 분담에 대해 쓰나미 같은 압박을 가했다고 했지만, 예상범위였고 가장 핵심적인 의제들은 이미 지적했듯이 사전 조율을 통해 일정 부분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일자리를 죽이는 불공정 협정으로 비난했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공동성명 발표가 회담 이후 7시간이나 늦춰진 것은 결국 한·미 FTA 재협상 문제에 대한 이견 탓이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결국 한·미 양국은 동맹 강화,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발전, 여타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증진,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적극적인 공조, 동맹 미래 등 6개 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대북정책과 관련,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은 단계적·포괄적 접근에 대한 적시 없이 북한 도발에 대한 경고와 유엔 결의안 준수 촉구, 북한의 인권 문제 심각성 적시 그리고 최대한의 대북 압박에 대한 한·미 및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에 대화의 길이 열려 있음을 제시했고. 한·미 간 고위급 전략협의체를 두어 비핵화 문제를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 또한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압도적 억제력을 구축하기로 하고 공동성명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한·미 외교·국방 장관 간 2+2 회의를 비롯한 고위급채널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물론 한·미 정상회담은 적지 않은 과제도 남겼다. 한·미 FTA 재협상 문제도 있지만 미·중 대립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지역 차원에서의 한·미 동맹 역할 문제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을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한·미 동맹에 있어 북한과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애써 지역적 차원에서의 동맹 역할에 대해서는 회피해 왔다. 공동성명은 아태 지역에서의 규범에 기반한 기초 질서를 지지하며 유지하기 위해 공조해 나갈 것임을 확인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움직임을 견제했다.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양 정상 간의 깊은 우의와 신뢰를 형성하는 좋은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확인함으로써 북한 핵무장의 현실화, 지역 열강정치의 부활, 보호무역 경향이라는 퍼펙트스톰과 같은 외교안보적 도전들을 헤쳐 나가는 동력을 마련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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