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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발효시켜야 초콜릿이 된다고?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고도(高度)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이 있다. 해발 4000m부터 바닷속 깊은 곳까지 고도의 폭이 넓은 페루의 생태계를 접시 위에 담아낸다. 이를 위해 강의 녹조류부터 고지대 원주민이 먹는 감자까지 기존 유통망에서 볼 수 없는 식재료를 찾아 연구하는 것도 셰프의 주된 업무다. 이 레스토랑 ‘센트랄’은 지난해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4위에, ‘남미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위에 올랐다. 음식맛은 물론이고, 사라져가는 식재료를 발굴해 그 의미를 되살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빵 와인 초콜릿』
저자: 심란 세티
옮긴이: 윤길순
출판사: 동녘
가격: 1만9000원

이 책은 사라져가는 음식의 풍미와 맛을 찾아 떠난 4년간의 여행 기록이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의 연구자인 저자는 생물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 끝에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떠났다.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기 전, 저자는 생물다양성이 왜,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설명한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전 세계 칼로리의 95%가 30종에서 온다. 먹을 수 있는 식물 종 3만 개 가운데 인류는 약 150종을 재배한다. 전 세계에서 먹는 음식물의 4분의 3이 겨우 12종의 식물과 5종의 동물에서 올 정도로 종이 엄청나게 줄었다.”
 
저자는 대형 마트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미국 내 한 월마트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가짓수는 정말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같은 회사제품이고, 90% 이상이 한 품종의 소에서 나온 우유로 만들어졌다. 저자가 연구를 위해 만났던 환경 보호 활동가 콜린 코우리는 “먹을 것을 기르거나 제조하는 시스템이 클수록 다양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생산 규모는 동일한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산업화된 먹거리 체계가 영양이나 맛, 다양성이 아니라 효율과 수확량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상징되는 산업화 체계가 꼭 나쁜 걸까.  
 
“농업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우리는 갈수록 취약한 처지에 놓인다. 기온 상승이나 단일 해충이나 질병으로도 우리가 기르고 재배하고 먹는 것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1840년대 감자 기근도 어느 정도는 농업 생물다양성이 감소한 탓이었다.”  
 
모든 음식물의 근원을 쫓는다는 것은 평생을 바쳐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품목을 정했다. 와인, 초콜릿, 커피, 맥주 그리고 빵이다. 쌀과 옥수수 같은 주식이 아니다. 사실 저자의 개인 취향이 듬뿍 담긴 품목이다. “주식이 아닌 음식도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알 것이다. 거기에는 삶과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카카오의 생물 다양성이 뭐 그리 있을까 싶지만, 10가지 유전자형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맛의 경우 카카오 함류량과 첨가물에 따라 쓰거나 달거나 다른 맛이 나는 정도일 듯 하다. 저자가 만난 한 초콜릿 브랜드 제조 관계자는 “흔히 와인이 더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만 더 복잡한 것은 초콜릿”이라며 “코코아는 800가지 풍미를 지녔고, 이렇게 많은 풍미를 지닌 식품은 없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카카오의 생물 다양성을 확인하기 위해 에콰도르의 최북단에 있는 도시 에스메랄다스의 카카오 농장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카카오가 발효되기 전에는 초콜릿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콩의 발효가 진행되고, 결국 씨가 죽어야 맛이 탄생한다. 게다가 갓 수확한 카카오 열매의 맛은 시큼하면서 달다고 했다. 저자는 “이것이 생물다양성의 맛”이라고 전한다.  
 
저자처럼 음식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저자는 비교적 쉬운 답을 알려준다.먹는것, 그리고 맛보는 것이 우리가 먹거리를 변혁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길이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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