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무대와 객석, ‘벽깨기’가 대세라는데 …

컬트 뮤지컬 ‘록키호러쇼’ 공연장 로비에선 이상한 물건들을 판다. 손전등·고무장갑·블로우아웃·빵 등이다. 입장 시 나눠주는 신문지를 안 챙겼다간 물벼락을 맞는다. ‘록키호러쇼’ 만의 독특한 관람문화인 ‘콜백’을 위한 도구들이다. 이 공연에선 관객들이 바쁘다. 극중 폭우가 쏟아지면 객석도 함께 비를 피해야 하고, 길 잃은 배우들을 위해서는 손전등을 비춰줘야 한다. 군무 타임에는 벌떡 일어나 공연 시작 전 영상으로 숙지한 안무까지 따라 춘다. 1973년 초연된 이 뮤지컬에서 요즘 트렌드가 된 ‘관객참여형’ 공연은 시작됐다.  
 

관객참여형 공연의 진화

지난달 29일 봉준호 감독의 ‘옥자’ 개봉과 함께 집에서 최신 영화도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TV를 켜고 백여 개의 채널을 돌리다 보면 심심할 틈이 없다. 가만히 앉아서도 온갖 문화 콘텐츠가 배달이 되니, 비싼 티켓 값에 먼 걸음까지 요구하는 아날로그의 대명사 ‘공연’은 뭘로 관객을 끌어들여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공연장에서 무대와 객석의 ‘벽깨기’가 트렌드가 된 이유다.  
 
지난주 딱 4일간 공연된 문화예술위원회의 ‘씨어터 RPG 1.7-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도 일반적인 공연관람과 다른 차원의 경험을 줬다. 2013년 마로니에 축제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연극 장르에 이동형 극장 투어와 롤플레잉 게임의 접목이라는 참신한 형식을 내세워 앙코르 때마다 게임 업그레이드처럼 버전 1.0부터 진화 중이다.  
 
관객은 대학로 예술극장 지하부터 옥상까지, 분장실부터 사무실까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연극과 게임의 일부가 된다. 비좁은 좌석에 갇혀 2시간 동안 숨죽여 앉아있는 게 아니라, 벽 한 면이 온통 거울인 댄스 스튜디오에서 안무가에게 춤을 배우고, 극장 직원들의 성희롱 관련 논쟁에도 참여해야 한다. 카페에서 연출과 작가의 살벌한 싸움을 말리다 분장실에선 자존심 센 배우들을 다독여야 하는 조연출의 애환도 엿본다. 마침내 모든 미션을 끝내면 대극장 무대에 올라 거창한 벽깨기 퍼포먼스와 함께 커튼콜의 주인공이 된다.
 
이게 바로 요즘 뜨는 이른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다. 이제 배우에게 몰입연기를 보여달라 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영어교육의 슬로건인 ‘이머젼 방식’처럼, 공연계에서도 관객이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가 화두가 됐다. 요즘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연극이라는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는 호텔로 꾸며진 공간에서 관객이 가면을 쓰고 수십개 객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테마로 한 설치예술·상황극·춤과 마임 등에 참여하면서 자기만의 공연을 스스로 완성하는 컨셉트다.
 
한국에서도 봇물이 터졌다. ‘내일…’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가 제작한 ‘로드씨어터 대학로’도 스마트폰 앱의 안내로 연극인들의 터전인 대학로 곳곳을 깊숙이 체험하는 신개념 공연이었다. 4월 초연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도 객석의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받아 즉흥적으로 공연을 완성하는 컨셉트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형 창작가무극을 만드는 서울예술단도 9월 신작 ‘꾿빠이 이상’에서 객석과의 벽 허물기에 도전한다.
 
‘내일…’이 공공연히 ‘벽깨기’라는 주제를 내건 것처럼, 모두 공연이라는 장르의 벽을 깨는 시도들이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벽깨기인지에 대해 더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내일…’의 경우 성인 관객의 눈에는 신선한 형식이란 그릇만 반짝여 보였지만, 가령 청소년을 타깃 삼아 내용적 일관성을 갖추고 참여 비중을 높인다면, 그야말로 또다른 벽깨기도 가능할 터다. 탁상공론처럼 느껴지는 페미니즘 등 사회적 이슈를 연극인지 실제인지 헷갈리는 상황극에 직접 참여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면, 청와대 행정관의 여성혐오 망언 논란같은 것도 원천봉쇄되지 않을까. 아예 이 포맷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면 어떨까. ‘벽깨기’가 필요한 건 공연계만의 사정은 아닐테니 말이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