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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카레, 그것도 매운맛으로

어떤 모임에 갔는데, 옆자리에 일간 경제지 식품 담당 기자가 앉았다. 멋진 여성이었다. 매력에 반응해야 예의다. 먼저 말을 걸어 분위기를 이끌어 보기로 했다. 좋은 물건에 관심이 많은 나를 소개했고 식품업계 동향부터 물었다.  
 

윤광준의 新 생활명품
<64> 오뚜기 백세카레

그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범적인 식품회사로 오뚜기를 꼽았다. 한결같은 자세로 제대로 된 먹거리를 만든다는 이유다. 나의 첫 반응은 “아! 오뚜기 카레”였다. 평소 카레를 즐겨 먹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브랜드가 오뚜기다. 그동안의 선택은 좋았던 셈이다.  
 
멋진 여기자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오뚜기에 대한 관심을 이어 가지 못할 뻔 했다. ‘오뚜기’하면 카레가 우선 떠오른다. 상징화에 성공했다는 건 지배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카레로 출발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회사가 된 이력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담당자를 소개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자신 있다는 듯 바로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호기심은 풀라고 있는 거다. 오뚜기의 본사와 충북 음성군에 있는 생산 공장을 바로 찾았다. 최신 설비가 들어찬 공장의 내부란 어디나 비슷하다. 작업자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자동화의 모습이다. 혹시 유입될지 모르는 외부의 유해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마저 밀봉한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꽉 채운 식품회사라면 일단 안심된다. 좋은 재료와 철저한 관리로 안심할 만한 음식을 만드는 게 싱거운 비결이다. 밥과 국수에서 라면과 즉석 레토르트 식품, 마요네즈와 토마토 케찹까지, 일상의 식단을 채우는 수백 종의 먹거리가 신뢰로 이어진 바탕은 단순했다.  
 
카레 본산지에서 발견한 국산 카레
카레는 세계인이 즐겨먹는 식품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요즘 말로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는’ 중독성 있는 먹거리다. 카레의 본산인 인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진 이유다.  
 
특히 일본인의 카레 사랑은 유별나다. 카레를 활용한 온갖 요리가 넘친다. 어느 도시를 가도 카레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이미 일본 음식이 된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카레가 들어온 것도 일본을 통해서다. 오뚜기가 첫 국산 카레를 만들어 시판한 1969년이 출발이다. 이후 우리의 입맛까지 휘어잡게 된다. 전국의 마트와 시장의 진열대에 쌓여있는 카레를 보라.  
 
카레는 노란색 강황을 주 재료로 쓴다. 여기에 이국적 향신료 20여 종이 첨가되어 맛을 더한다. 카레 재료 모두가 약재로 쓰일 만큼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다. 미국의 타임지는 강황을 넣은 카레를 50대를 위한 건강식품으로 꼽았다. 카레의 효능은 객관적 검증과 선호하는 사람의 숫자로 입증되었다고나 할까. 독특한 향과 노란 색깔로 뒤덮인 카레라이스는 맛과 건강까지 생각하는 이들이 선호한다.  
 
네팔과 인도,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떨어진 섬 스리랑카까지 인도권 국가를 돌아본 적이 있다. 여행하며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 줄곧 카레만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부실부실 흩어지는 안남미에 닭고기와 야채를 곁들인 카레는 독특하다. 향과 맛이 너무 강렬해 어떨 때는 역겨울 때도 있다. 카레와 범벅이 된 밥을 손가락으로 집어먹는 건 더욱 괴롭다. 문화가 다른 나라의 관습이란 이해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처음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불결하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싫다면 굶어야 한다. 인상을 찡그리며 먹게 된 인도식 카레가 의외로 맛있었다. 거부감과 역겨움도 이내 익숙해진다. 선입견에 가려진 본토 음식의 고유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카레의 독특함이 기억의 각인으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음식이 그리움으로 바뀌는 건 사랑이다. 귀국하고 나서 힌두의 향과 맛이라 부를 카레가 스멀스멀 떠올랐다. 우리 입맛에 맞춘 국산 카레의 순화된 맛이 외려 싱겁게 느껴질 정도다. 기억은 선호로 이어지고 반복을 통해 익숙해진다.  
 
웬만한 음식에는 조미료 역할 톡톡
인도 향신료의 향과 맛은 한번 매료되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여행지에 가면 뭔가에 홀린듯 향신료 파는 시장을 찾아 기웃거리게 된다. 몇 년 전 캘커타의 시장을 어슬렁거리다 놀라운 광경을 발견했다. 부대 자루에 담긴 수십 종의 향신료 한 편에 노란색 포장의 오뚜기 카레가 놓여져 있지 않던가. 눈을 의심했다. 카레의 본산인 인도에서 국산 카레가 팔릴 줄이야.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통역을 통해 상인에게 물어봤다. 오뚜기 카레를 찾는 인도인이 꽤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수입품인 한국 물건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품질에 대한 선택일 수도 있다. 어쨌든 본토 카레 속에 섞여도 주눅 들지 않는 오뚜기 제품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도권 나라에 가서 정통 카레를 맛볼 수 없다면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슈퍼마켓 진열대에 들어찬 카레의 종류를 꼼꼼히 살폈다. 세분화된 카레의 종류가 많은 데 놀랐다. 분말이 아니면 초컬릿처럼 부러뜨려 사용하는 고형 카레로 크게 분류된다. 분말로 된 카레는 고형제로 쓰는 기름이 들어가 있지 않아 담백하다. 물에 개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고형 카레는 편리함이 돋보인다. 고형 카레가 진화한 모습임엔 틀림없다. 그렇다고 더 좋다고 할 수 없다. 분말에 비해 맛과 향이 미진한 부분이 있는 탓이다.  
 
카레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좋아서 먹는 것이니 기왕이면 최고의 것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노란색을 기본 톤으로 삼은 오뚜기의 포장 디자인은 촌스럽기 짝이 없다. 카레로 출발한 회사의 고유한 개성이니 어쩔 것인가. 카레 맛이 본질이니 더 이상 시비 걸지 않겠다. 번거롭지만 분말 카레만이 관심이다. 순한 맛에서 매운맛의 단계가 나뉘어져 있다. 똑같아 보이는 카레의 종류와 선택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나의 선택은 오뚜기 백세카레 매운맛이다. 강황의 함유량이 높고 향신료의 종류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침침한 눈으로 좁쌀만한 크기의 성분표를 유심히 들여다본 결과의 확인이다. 향이 풍부하고 일반 카레에 비해 깊은 맛이 더해진 백세카레다. 죽은 빛깔의 고형 카레에 비해 노란색이 돋보이는 비주얼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즐겨 먹다보니 카레에 무한한 용법이 있음을 알겠다. 웬만한 음식에 뿌리면 향과 맛이 더해지는 조미료 역할이다. 정해진 재료의 용도를 확장시키는 일 또한 창의적 시도 아니던가.  
 
우리 집에선 일요일에 카레를 해 먹는다. 일요일은 평소 얼굴 보기 힘든 아들이 있는 날이다. 하필 카레를 메뉴로 삼은 이유는 없다. 아니다.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일요일은 오뚜기 카레.” 한 때 지겹게 나오던 광고 때문이다. 뭔가 특별한 메뉴를 떠올리던 마나님의 자동연상 출처는 뻔하다. 각인된 광고의 효과란 이토록 대단하다. 아무렴 어떤가. 카레가 풍기는 향만으로 평소와 다른 맛과 분위기를 내면 되는 것이지. ●
 
 
윤광준 : 글 쓰는 사진가. 일상의 소소함에서 재미와 가치를 찾고, 좋은 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즐거운 삶의 바탕이란 지론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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