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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EDM+미디어아트+조명디자인=무토!

박훈규 박우재

박훈규 박우재

국악 회춘 프로젝트 ‘여우락 페스티벌’(7월 7~22일 국립극장)이 올해로 8회를 맞는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의미의 ‘여우락’은 한국 음악을 기반으로 창의적 활동을 하는 뮤지션들이 매년 여름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과 경계를 파괴한 무대를 시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대표적인 한국음악 축제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 음악의 자기 진화’. 원일 예술감독은 “진짜 자기 음악이 있는 오리지널한 뮤지션들만 모셨다”며 “이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또 한 걸음의 자기 진화를 이룰 것”이라고 호언했다.
 

‘여우락’ 무대 오르는 아트프로젝트 무토 박훈규·박우재

원 감독이 “‘자기 진화’가 가장 두드러진 하이엔드 무대”로 꼽은 공연이 바로 ‘아트프로젝트 무토’의 ‘두 개의 산’(16일 달오름극장)이다.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를 중심으로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그룹 이디오테잎 프로듀서 신범호·조명 디자이너 홍찬혁이 뭉친 프로젝트 그룹 무토는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음악 장르 간 소통을 넘어 국악과 전자음악, 비주얼아트가 합체한 참신한 예술 장르 ‘뷰직’(View+Music)을 선보일 예정. 영상과 음악, 무대 세트까지 하나의 예술이 된다는 ‘뷰직’의 실체는 어떤 것일까. 박훈규(46)와 박우재(36)에게 그 결합의 메커니즘을 물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산 마르틴극장 공연(2016)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산 마르틴극장 공연(2016)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산 마르틴극장 공연(2016)

서울역 RTO 공연(2016)

서울역 RTO 공연(2016)


 
“거문고와 함께 하는 서정적 EDM의 비주얼라이제이션이랄까요.(웃음)”(박우재, 이하 ‘우’)
 
무토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니 돌아온 답변이다. 어렵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5월 결성된 자신들을 취재하는 첫 매체가 중앙SUNDAY라고 했다. 통상적인 질문을 한두개 던지자 “우리 팀이 아주 복잡하다. 무대 세팅에만 3일이 걸린다”며 겁을 줬다. 야구 모자까지 쓰고 나타난 두 남자의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기운에 ‘오늘 촬영은 망했다’ 싶었지만, 반전이 있었다. 실제 작업에 쓴다는 영상 컨트롤러까지 들고 와 땀을 뻘뻘 흘리며 예쁜 컬러의 불빛을 만들어 내더니, 의외로 해맑은 웃음까지 장착하며 성공적인 촬영 비주얼을 완성했다. 링크를 걸어 들려준 음악도 복잡하고 난해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잔잔하고 서정적인 앰비언트 뮤직이었다.  
 
무토의 맏형인 박훈규는 15년 이상 빅뱅 등 아이돌그룹을 비롯해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영상을 도맡아온 업계의 거장. 그런데 이제 상업 활동에선 손을 뗐다. “패티김부터 G드래곤까지” 다 섭렵하고 나니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어졌단다. “선배가 계속 버티고 있으면 되나요. 홍대 앞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많은 뮤지션들을 만나다 보니 내가 가진 기술들을 덧붙여서 재미있는 팀을 만들고 싶어진 거죠.”(박훈규, 이하 ‘훈’)
 
두 사람은 몇 해 전 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 예술인력프로젝트 ‘아야프’를 통해 만났다. 아야프 선정 아티스트였던 박우재가 워크숍 강사로 초빙된 박훈규의 ‘뷰직’을 3일 속성으로 체험하며 자신의 음악과 그래픽 영상이 연동되는 신세계를 맛본 것. 박훈규도 당시 많은 국악 뮤지션 중 독특한 주법으로 연주하는 박우재의 거문고 음색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한 번도 같이 해보지 않은 장르가 국악이었거든요. 이제껏 서양 디자인 교육을 받고 서양 음악에 관련된 활동을 해왔는데, 마침 생각과 의식에 전환기가 온 거죠. 한국에 살고 있는데 우리 것이 더 생소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 호기심과 새로운 작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훈)
 
주목받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는 특이하게도 유럽 현대무용계에서 맹활약 중이다. 벨기에 유명 안무가 시디 라르비 쉐르카위 팀에 작곡과 연주자로 참여해 수시로 함께 월드 투어를 돌고 있다. 소위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예술가’인 셈인데, 거문고 좌우를 뒤집어 활로 연주하거나 괘를 제거한 독특한 스트로크 등 자기만의 창조적인 연주법을 통해 얻어진 독보적인 음색이 신선한 감흥을 일으킨다.  
 
“색다른 행동을 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활을 쓰는 것도 연습할 때 장난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죠. 첼로 비슷한데 잡음이 많아 묘하게 들릴 거에요. 현이 명주실이라 줄 꼬임새가 성기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데, 그 잡음이 더 매력적이라고들 하죠. 국악기 중에서 거문고가 상대적으로 개량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중인 악기인데, 그만큼 저로서는 맘대로 바꿔가고 소리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 더 즐겁네요.”(우)  
 
“저와 신범호씨도 거문고 활 연주를 처음 듣고 ‘되게 더러운 소리가 나서 좋다’고 공감했어요.(웃음) 송진 덜 바른 해금소리 같은, 정말 못 들어본 소린데 그게 주는 영감이 너무 컸죠. 우리 팀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구요. 우리는 다들 얼터너티브 씬에 있는 사람들이고, 앞으로 또 어떤 사람과 같이 할지 몰라요. 우재가 일하는 현대무용 쪽과 함께 할 수도 있고, 신범호 EDM 팀에서 국악과 함께 하는 공연을 만들 수도 있죠. 아예 무대 밖으로 나가 미술관이나 자연 속에서 전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구요. 그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열려있는 팀입니다.”(훈)
 

문래아트센터 공연(2016)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산 마르틴극장 공연(2016)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산 마르틴극장 공연(2016)
매번 다른 컨셉트로 공연하는 ‘열려있는’ 팀
‘두 개의 산’은 우리 강산의 풍경과 함께 무토 특유의 모션 그래픽을 6m 높이의 거대한 LED 병풍 스크린에 영사해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무대를 준비중이다. 그 속에서 박우재의 거문고와 신범호의 전자음악이 기묘한 조화로 어울려 동양과 서양, 음악과 시각예술이 하나 되는 독특한 공감각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아마 저희가 ‘여우락’에서 세팅이 가장 힘든 팀일거예요. 신범호씨는 모듈러 신디사이저라고 덩어리 수십개를 회로처럼 연결한 악기를 쓰는데, 그게 거문고 소리를 받아서 변환시키죠. 저는 모듈러 신디사이저에서 보낸 신호를 받아서 음악의 모든 구조들을 구분해 각 사운드에 반응하는 비주얼을 LED 영상으로 내보내고, 홍찬혁씨도 그 신호를 받아 현장에서 라이브 조명을 쏘게 됩니다.”(훈)
 
‘라이브’를 강조하니 즉흥적일 것 같지만 음악은 물론 영상까지 석달 전부터 준비해 왔다. 원일 감독이 개막공연 ‘장단 DNA-김용배적 감각’에서 조명하는 남사당패의 루트를 비주얼 테마로 삼아 남사당패가 ‘싸돌아다녔을’ 법한 우리 강산 구석구석을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함께 돌며 직접 드론으로 촬영했다.  
 
“거대한 땅을 뜻하는 ‘무토’라는 팀명부터 내추럴한 걸 추구하고 있거든요. 보통 공연의 미학적인 부분들이 다 서양의 포맷에 맞춰져 있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양배우 얼굴을 미적 기준으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로, 풍경이라고 하면 그랜드캐년처럼 거대한 걸 떠올리지 가까운 곳에서 쉽게 지나치는 이미지는 간과하게 되죠. 우리 풍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생각에 나섰는데, 드론으로 부감한 풍경들이 너무 거칠어서 놀랐어요.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에서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지더군요. 우리가 잃어버린 미가 이 속에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을 보게 됐어요.”(훈)
 
박우재(왼쪽)가 거문고를 연주하면 박훈규의 영상 컨트롤러가 음악을 그래픽 영상과 연동시킨다

박우재(왼쪽)가 거문고를 연주하면 박훈규의 영상 컨트롤러가 음악을 그래픽 영상과 연동시킨다

음악과 비주얼이 영감 주고받는 진짜 협업
이들의 작업은 단순히 곡을 작곡하고 그 곡에 어울리는 영상과 무대를 세팅하는 순차적인 작업이 아니다. 국악과 전자음악, 영상과 조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영감을 주고받아 ‘뷰직’ 장르의 작품을 만들고 공연에서 라이브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진정한 협업이라는 게 새로움의 핵심이다.  
 
“무토에서 하는 음악은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요. 연주자가 영상을 주문하는 게 아니라 협업을 통해 만드는 건데, 궁극적 목표는 음악과 비주얼이 제대로 믹스돼서 하나의 결과물로 보여지는 것이죠. 우리가 함께 만든 첫 곡 ‘GON’의 경우, 제가 만든 멜로디 한 소절에서 시작됐지만 신범호씨가 전자음악과 조율하면서 색다른 색채를 만들고, 거기에 영상을 붙여보며 합을 맞춰갔죠. 그 곡이 뭔가 이뤄질 것 같은 하나의 씨앗이 돼서 계속 다음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훈규 형이 먼저 보여준 영상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만들기도 하고, 결국 다양한 영감들을 하나로 잘 배치하는 일이죠.”(우)  
 
여우락은 뮤직 페스티벌이기에 콘서트 형식으로 음악 연주자를 최대한 내세우지만, 궁극적으로는 비주얼 아티스트들도 콘솔을 벗어나 무대에 직접 오르는 보다 실험적인 공연을 지향한다는 게 이들의 속내다. ‘무대를 완전 바꿔버릴 엄청난 컨셉트’를 향해 조금씩 단계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실험적인 페스티벌이라면 가능해요. 실제로 류이치 사카모토 공연에는 비주얼 아티스트가 무대에 서기도 하거든요. 저희도 그 단계로 향하고 있어요. 매번 공연 때마다 컨셉트와 포맷이 달라지고, 다음에 또 어떤 공연을 할지 모르거든요. 이번에 사용하는 LED 병풍도 처음 사용해보는 것이구요.”(훈)
 
이들은 국악이나 전자음악, 미디어아트 각각의 매니어보다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에 관심있는 사람들”(우) 이 무토 공연을 보러 오면 좋겠다고 했다. “매 공연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팀”(훈) 이기 때문이다. “뭘 기대하면 좋으냐구요? 기대할 수 없겠죠. 이 복잡한 팀을 어떻게 기대하겠어요. 다만 우리가 준비하면서도 재미있고 신선한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가 재미있으니 관객도 당연히 재미있지 않을까요.”(훈)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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