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글로벌 원전 시장 어디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원전은 살아 있다

원전 폐쇄 국가 많지만 재가동·신규건설 하는 곳도 많아… 한국 원자력 수출 르네상스 맞을 절호의 상황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모습.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모습.

지난 21일 일본 도시바의 이사회가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입찰에서 한국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자로 결정했다. 3국 연합 컨소시엄은 SK하이닉스와 함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일본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일본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출자가 아닌 대출 형식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금은 2조 엔(약 20조5747억원)으로 매각 작업은 내년 3월 말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폭스콘 브랜드로 유명한 대만 훙하이(鴻海)정밀은 3조 엔을,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은 2조 엔을 각각 제시했지만 도시바는 3국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기술 유출과 고용 문제를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도시바가 알짜배기 반도체 사업을 팔기로 한 것은 2005년 인수한 웨스팅하우스의 원전사업에서 천문학적인 적자를 보면서다. 9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3월 파산을 신청했다. 모기업인 도시바에도 7000억 엔(약 7조원)의 원전사업 손실을 안겼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도사바 몰락의 원인이 된 웨스팅하우스
원전은 도시바 몰락의 단초가 됐다. 2013년 10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에서 한 참석자가 도시바 원전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원전은 도시바 몰락의 단초가 됐다. 2013년 10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에서 한 참석자가 도시바 원전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1998년 전력 부문을 독일 지멘스에 매각한 데 이어 1999년에 원자력 부문을 영국원자력연료사(BNFL)에 팔았다. 웨스팅하우스란 브랜드를 쓸 수 있게 된 BNFL은 이 원자력 회사에 ‘웨스팅하우스 전기(Westinghouse Electric Company)’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그 직후 이를 일본의 도시바에 팔았다. 당시 웨스팅하우스의 몸값은 예상 외로 뛰었다. 도시바는 물론 미국의 GE와 한국의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원전 산업의 굵직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인수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원자력 분야의 강자를 꿈꾸던 도시바는 인수 의지가 강했다. 이는 도시바가 인수가로 예상 매각가격 17억 달러의 3배나 되는 54억 달러(약 6조원)를 써냈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당시 웨스팅하우스 영업이익의 37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로써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한 세계최고 수준의 원전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6월 17일 가동을 중단한 한국의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전수에서 시작했을 정도이니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도시바로선 날개를 단 기분이었을 것이다.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는 단박에 전 세계 원전 건설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미국과 중국에서 잇따라 원전을 수주하면서 단박에 프랑스 아레바, 미국 GE와 더불어 전 세계 원전건설을 주도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웨스팅하우스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원자로 건설과 유지, 핵연료 제조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80개의 자회사를 포함해 약 1만 2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2015년 매출액은 5000억엔(약 5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기술에서 발생했다. 웨스팅하우스가 2006년 개발해 최고의 원전기술로 홍보했던 원전건설 신기술 AP1000에서 안전상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AP1000은 원자로의 안전 관련 밸브를 50%, 펌프를 35%, 안전 관련 파이프를 80%, 컨트롤 케이블을 80%, 가동 건물 크기를 45%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설계의 원전이었다. 이를 통해 공사기간을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적은 인원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가 발견돼 인증에 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이 기술을 적용한 세계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로 중국 상하이 남쪽에 건설되던 산먼 원전의 공사가 3년간 중단됐다. 공기가 지연되는 것만큼 거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도시바는 중국 시장에서 신용을 잃을 지경이 이르렀다. 미국에서도 조지아주 보틀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V.C. 서머 원전에 추가로 4기의 반응로를 설치하는 공사가 하염없이 지연돼 여기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결국 웨스팅하우스가 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은 AP1000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그 파장이 도시바 메모리를 내다 파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인한 전력공급 중단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6기 중 3기에서 멜트다운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2기가 도시바의 제품이었다는 사실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은 사고 직후 50개 원자로 전체를 폐쇄했다. 최근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원자로 관련한 사업 수주는 불투명한 상태다. 2016년 4월에는 도시바가 무려 2248억 엔(약 2조2000억원)에 달하는 회계부정을 한 사실이 발각돼 국제신용사로부터 정크 수준의 등급을 받았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도시바는 알짜배기 기업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반도체 부분이 그 중의 하나다. 직원수 18만7800명에 이르는 도시바 그룹은 80여 개의 자회사로 이뤄져 있으며 2016년 3월 결산 기준 매출이 5조66986억 엔에 순이익 4600억 엔을 기록했지만 웨스팅하우스의 여파로 알짜배기 업체를 팔아치우고 서서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글로벌 원자력 산업 절망적 상황 아니야
국영 프랑스전력(EDF)이 운영하고 있는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 원전.

국영 프랑스전력(EDF)이 운영하고 있는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 원전.

서방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시장은 지금까지 2005년 일본 도시바로 넘어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GE, 그리고 프랑스의 아레바(AREVA), 한국의 한국전력공사(KEPCO)가 분할해왔다. 그런데 웨스팅하우스가 이렇게 된 데 이어 프랑스 아레바도 심상치 않다. 핀란드 원전 건설에서 심한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아레바는 핀란드 올키루오토 3호기를 수주해 독일 지멘스 컨소시엄과 함께 건설해왔다. 하지만 2009년 완공돼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던 이 프로젝트는 표류에 표류를 거듭하면서 추가 공사금액이 50% 이상으로 불었으며 기회비용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애초 30억 유로로 예상됐던 공사비는 45억 유로 이상이 들어가 ‘돈 먹는 하마’가 된 상황이다.
 
반면 한국의 원전 건설은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KEPCO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270km 떨어진 사막에 지난 2009년 1400MW 용량의 바라카 원전 4기를 200억 달러에 수주해 건설해왔다. 한국형 원자로는 두산중공업이 공급한다. 이는 한국이 해외에서 수주한 첫 원전이며 중동 최초의 원전이기도 하다. 지난 5월 1호기가 예정된 시기에 완공돼 시운전 중이며 앞으로 1년에 하나씩 추가 완공될 예정이다. 2020년이면 UAE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을 생산하게 된다. 한국은 완성된 원전의 운영권을 따냈으며 10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바라카 5~8호기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원전 정책 국가별로 제각각
한국전력은 2020년까지 UAE 원전 1~4호기 건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은 2020년까지 UAE 원전 1~4호기 건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사진:한국전력

그렇다면 향후 글로벌 원전 건설 시장은 어떻게 될까. 흔히 2011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대형 사고가 난 뒤 원전 건설 시장이 위축됐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원전 보유국 31개국 중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폐쇄를 결정한 나라는 4개국에 불과하다. 독일은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8기를 2011년까지 폐쇄한 데 이어 나머지 9기는 2021년까지, 마지막 3기는 2021년까지 각각 가동을 중단하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22년 탈원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2011년을 기준으로 독일 원전은 전체 에너지의 17.6%를 생산했다. 독일은 당시 평균 전력 예비율이 82%나 되는 등 풍부한 발전소 설비용량 덕분에 이 같은 선택이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58기의 원전을 바탕으로 전력이 풍부한 이웃 프랑스와 전력망이 연결돼 필요하면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다는 배경도 있다. 독일의 원전을 폐쇄해도 풍부한 예비전력으로 전력 부족현상을 막을 수 있고, 설사 계절성 수요 증가 등으로 일시 전기가 부족할 때가 생겨도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하면 된다. 이는 풍력이나 일사량 등에 따라 생산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의 사용에도 그대로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재생 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생산량이 들쑥날쑥하다. 모든 조건이 맞으면 재생에너지만으로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이다. 날씨가 영원히 맑고 바람이 강하게 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가스 등으로 돌리는 예비발전소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 비용이나 설비용량이 문제가 되면 프랑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다 쓰면 되는 것이 독일인 것이다.
 
독일에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 1977년 녹생당이 결성돼 원내에 진출한 것은 물론 수시로 연정을 구성해 내각에 참여해 왔다.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속함)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집권 좌파인 사회민주당이 10년간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1998년 사회당-녹색당 연립정권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 2002년 원자력법과 재생에너지법을 통과시켜 2033년까지 원전을 모두 정지하기로 했다가 이를 2022년까지 당겼다.
 
스위스는 1984년부터 네 차례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원전 중단을 결정하지 못했는데 지난 5월 58.2%의 찬성으로 이를 결정해 5기의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전체 에너지의 36.4%를 원전에서 얻어왔다. 수력발전이 57.9%, 재생가능 에너지가 5.7%를 차지한다. 스위스 정부는 2035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00년 기준으로 43%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에너지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력의 55%를 원전에 의존해온 벨기에는 2025년까지 원전 7기를 모두 폐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4기를 모두 폐쇄한 이탈리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시절 재가동을 추진했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논의가 수그러들었다. 심지어 전체 전력의 77%를 원전에서 얻고 있는 원자력 강국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의 취임으로 2025년까지 이를 50% 줄이는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전폐쇄를 거론하지 않거나, 멈춘 원전의 재가동에 나서거나, 원전 추가 건설에 나서는 나라도 적지 않다. 42기를 보유한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발전량의 30%를 담당하던 원전을 모두 정지시켰다. 이후 편의점이나 식당, 술집 등에 ‘절전중’이라는 표시를 붙이고 에어컨을 끄거나 가동을 줄여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전기료도 크게 올라 평균으로 봐서 민간용이 20%, 산업용이 30%나 올랐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대단했다. 원전 가동을 중지하는 대신 LNG 발전소 가동을 크게 늘렸는데 그 결과 LNG 수입량이 크게 늘어 국제수지 적자가 확대됐다. 그러자 아베 정권 들어 8기의 원전 재가동을 승인했으며 이 가운데 5기는 현재 가동중이다. 후쿠시마로 엄청난 재앙을 당한 일본이 오히려 앞장서서 원전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후쿠시마 사태는 자연재해이지 원전 가동으로 비롯한 사고가 아니라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에너지 수급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감안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진이 빈발하는 대만도 2025년까지 원전 6기를 폐쇄하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했지만 최근 원전 2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여름 수요 등을 감안한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사고가 지진 해일로 원자로에 전기를 공급하던 전원 공급 장치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것이지 지진 자체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진 설계로 충분히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러시아·영국 등 원전 확대
104기를 보유한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사고 이후 34년 만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5기의 추가 건설을 허가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36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은 앞으로 48기의 원자로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공사 중인 것을 포함한 숫자다. 러시아도 2030년까지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 비중을 25%에서 30%로 높일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2012년 가동 원전 15기의 수명을 2030년까지 연장해서 운용하고 있다. 10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스웨덴도 신규 원전 건설 금지 정책을 최근 철회했다.
 
섬나라인 영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오히려 친원전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16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20년간 노후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한 뒤 2030년까지 신규원전으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자력 발전 비중도 더 높일 예정이다. 핵무기 보유국인 영국은 보유하고 있는 잉여 플루토늄을 소모하기 위해서도 원전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렇게 글로벌 원전 산업은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획기적인 대체에너지가 나오지 않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를 줄여 글로벌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시도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적절한 ‘에너지 믹스’로만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된 원전 건설능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활성화된 원전 건설에는 서방 세계에서 KEPCO가 거의 유일하다. 우리가 개발한 기당 1400MW의 발전용량을 갖춘 한국형 원자로 APR 1400은 국내의 고리 3·4호기를 거쳐 UAE에 건설하는 바라카 원전 1호기에도 성공적으로 장착됐다.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정해진 기간 안에 배정된 예산 범위에 맞춰 완공됐다는 점에서 세게 원전 건설 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환경도, 우리의 업적도 '한국 원전 르네상스'를 부르고 있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의원 ciimccp@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