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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으로] 전기차로 9일간 1600㎞ 투어 이벤트 … 상용차 생산 않는 스위스서 연 까닭

유럽 전기차 대회 ‘웨이브’ 
6월 9일 스위스 취리히 호숫가 광장에 전기자동차 112대가 집결했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를 포함해 폴크스바겐·닛산·기아 등의 최신 전기차가 도열한 모습은 마치 모토쇼 행사장 같았다. 1960년대 시트로앵 2CV를 개조한 전기차와 79년산 전기버스 폴크스바겐 eT2 등 ‘올드카’도 눈에 띄었다. 또 인력 자동차 ‘트와이크’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등 난생 처음 보는 운송수단도 많았다. 운전자 넷 중 셋은 스위스인이었고, 나머지는 독일·프랑스 등 주변국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레이싱대회 아닌 자동차 미션 여행
테슬라·트위지 등 전기차 112대 참가
차 장식·퀴즈 등 점수로 순위 매겨
지구 온난화 심각성 알리려고 기획
“해발 2000m 넘는 산악지형에서도
전기차 여행 가능하다는 것 보여줘”

6월 9~17일 스위스에서 전기자동차 대회 ‘웨이브(WAVE)’가 열렸다. 그라우뷘덴주에 있는 율리어고개를 질주하는 참가자들. [최승표 기자]

6월 9~17일 스위스에서 전기자동차 대회 ‘웨이브(WAVE)’가 열렸다. 그라우뷘덴주에 있는 율리어고개를 질주하는 참가자들. [최승표 기자]

이들이 여기 모인 건 전기자동차 대회 웨이브(World Advanced Vehicle Expedition·WAVE) 참가를 위해서다. 오후 3시, 출발 신호와 함께 모든 참가자가 광장을 빠져나갔다.
 
웨이브는 속도를 겨루는 레이싱 대회가 아니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 자동차 여행을 즐기며 미션을 수행하는 세계 최초의 전기차 대회다. 물론 순위를 따지기는 한다. 자동차 장식, 대회 중 블로그 포스팅, 퀴즈풀이 등을 종합해 점수를 매긴다. 2017년은 6월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스위스에서만 1600㎞ 코스를 소화했다. 하루 약 200㎞를 이동하며 중간중간 관광명소를 둘러보기도 했다.
 

인력 자동차 트와이크.

모로코에서 트와이크를 타고 온 '수퍼캅'. 모로코 최초로 전기 운송수단을 이용한 환경운동가다.
웨이브에는 첨단 전기차 말고도 기존 차량을 개조한 전기차도 많았다. 1960년대에 생산한 시트로엥 2CV를 개조한 차량이 눈에 띈다.
전기차는 물론 일반 상용차 생산량이 ‘제로’인 스위스에서 어떻게 이런 대회가 열리게 된 걸까. 웨이브를 기획한 스위스 환경운동가 루이스 팔머는 이렇게 설명한다. “탄소를 내뿜지 않는 친환경 운송수단으로도 이런 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첫 대회인 2011년 이후 전기차 성능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충전소 등 인프라도 부쩍 늘었다. 무엇보다 스위스와 유럽에서 전기차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웨이브 대회를 기획한 루이스 팔머. 헝가리에서 나고 스위스에서 자란 팔머는 2007~2008년 태영열 자동차를 타고 세계일주를 감행했다. 

웨이브 대회를 기획한 루이스 팔머. 헝가리에서 나고 스위스에서 자란 팔머는 2007~2008년 태영열 자동차를 타고 세계일주를 감행했다.

팔머는 10년 전까지 초등학교 교사였다. 2007년 중대한 결심을 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태양열 자동차를 몰고 세계일주를 하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 도움으로 태양열 자동차 ‘솔라 택시’를 만들어 1년 반 동안 한국을 비롯해 38개 국에 걸쳐 5만3540㎞를 달렸다. 현지 사람들에게 솔라 택시를 태워주며 ‘대안 운송수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팔머는 “솔라 택시의 맥을 잇고자 웨이브를 기획했다”며 “대회 초기에는 전기차 관련 종사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참가자 70%가 업계와 무관한 일반인”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지금까지 2~3개 국가를 투어 코스로 삼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스위스관광청이 대회를 후원하면서 2014년 조성한 자동차 여행 코스 ‘그랜드투어’를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올해부터 ‘e그랜드투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2016년 기준, 스위스에 등록된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는 6만8163대. 2015년보다 전기차 판매량이 42.4%포인트 늘었다. 전체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이 1.5%로, 유럽 평균(1%)보다 조금 높다.
 
르노에서 만든 2인용 전기차 ‘트위지’도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 안에 한국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르노에서 만든 2인용 전기차 ‘트위지’도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 안에 한국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처음으로 10개국 기자를 초청했다. 일부 코스에 기자들이 참가 차량에 동승했다. 한국에서는 중앙일보가 유일하게 참가했는데, 대회 이틀째인 6월 10일 다보스에서 차를 배정받아 탔다. 번쩍번쩍 광이 나는 최신형 테슬라 모델S 75D이었고, 운전자는 네덜란드에서 온 노부부였다. 남편인 포코 바커는 차 자랑에 바빴다.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차체를 높이는 기능이 특히 마음에 든다며 17인치 터치 스크린을 만졌다. 목적지인 생모리츠로 가는 길은 험했다. 해발 2000m가 넘는 왕복 2차로 산악도로를 약 2시간 동안 달렸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조용했다.
 
이튿날에는 폴크스바겐 e골프를 탔다. 운전자는 독일 전기차 부품 회사를 다니는 프랭크 크나플라와 프랭크 슈뢰더. 이들은 난해한 전기용어를 써가며 자동차 성능 설명에 열을 올렸다. 이들이 올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상품으로 니콘 카메라와 내년 대회 무료 참가권을 받았다.
 
상품은 소박한데 숙박·식사를 포함한 참가비는 2인 1팀 기준으로 2200유로(약 280만원)나 된다. 그래서 후원을 받아 참가비를 충당한 이도 많다. 생모리츠 인근 마을 ‘투지’에서 군부대가 제공한 점심을 먹은 뒤 타게 된 차(e골프)의 운전자 마이클과 루시엔도 급속 충전기 회사, 시계 브랜드, 수퍼마켓에서 후원을 받았다고 했다.
 
다음 목적지 로카르노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게 험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산 베르나르디노 고개’를 오를 때는 이러다가 차가 방전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해발 2066m, 고개 정상 호숫가에서 숨을 고른 뒤 다시 차를 탔다. 1시간 가까이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운전석 터치스크린에는 ‘Rekuperation(회복)’이란 글자가 떴다. 약 150㎞였던 주행가능거리가 300㎞로 늘었다. 마이클은 “전기차는 내리막길을 갈 때 가속페달을 밟지 않으면 저절로 충전이 된다”며 “충전소를 들르지 않아도 돼 시간을 벌었다”고 좋아했다.
 
[S BOX] 테슬라 하루 렌트비 38만원 비싸지만 여행해 볼 만
유럽에서 렌터카로 여행하는 한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굳이 ‘웨이브’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전기차를 빌려서 1643㎞에 달하는 그랜드투어를 즐기는 게 가능할까. 조금 비싸긴 해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스위스 관광명소에 있는 그랜드투어 안내판.

스위스 관광명소에 있는 그랜드투어 안내판.

렌터카 회사 중 유럽카가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다. 모델S 하루 대여료는 330스위스프랑(약 38만원). 하루 10만원 수준인 소형 가솔린차보다 훨씬 비싸다. 유럽카는 7월부터는 보다 저렴한 e골프를 들여올 계획이다. 다른 렌터카 회사도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를 갖고 있지만 보유량이 적어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전기차 충전소는 그랜드투어 코스에만 300여 곳이 있다. 그러나 여행 중 어렵게 충전소를 찾아가 1~2시간(급속), 혹은 8시간 이상(완속) 기다릴 순 없는 노릇. 대신 충전시설을 갖춘 호텔을 이용하면 밤새 충전할 수 있어 편하다. 충전시설을 갖춘 호텔이 114개다. 충전요금은 5~7스위스프랑 선인데, 공짜로 충전해 주는 곳도 있다. 하루 이동거리 200㎞ 이하로 일정을 잡고 배터리 잔량이 30%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안전하다. 스위스관광청 홈페이지(myswitzerland.com/e-grand-tou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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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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