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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 보약 부럽지 않은 8000원짜리 보양식 한 그릇, 순댓국

맛대맛 다시보기⑪ 연희동백암왕순대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11회는 순댓국(2014년 4월 16일 게재)다.  

순대가 싸구려 불량식품? 몸에 좋은 보약
돼지 사골과 돼지무리 우려낸 진한 국물
양배추·살코기·두부·달걀 넣어 부드러워

연희동 백암왕순대는 순댓국 국물을 돼지사골과 돼지머리를 우려내 만든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 한약재와 생강 등 채소를 넣는다. 김경록 기자  

연희동 백암왕순대는 순댓국 국물을돼지사골과 돼지머리를 우려내 만든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 한약재와 생강 등 채소를 넣는다. 김경록 기자

서울 연희삼거리 인근 연희우체국 건너편 골목에 있는 백암왕순대.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푸근한 느낌이 드는 이곳은 1997년 문을 연 이후 2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순삼(55) 사장이 처음 순댓국집을 연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평안도 선천이 고향인 홍 사장 어머니는 30대 중반 6·25 전쟁 때 피란 내려와 보따리 장사로 다섯 형제를 키웠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60년대 부천시장에 순댓국집을 냈다. 피란 오기 전 평소 즐겨 먹던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1997년 문을 연 백암왕순대 외부 모습. 김경록 기자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1997년 문을 연 백암왕순대 외부 모습. 김경록 기자

대 이으려 사업 그만둬
가게를 연희동으로 옮긴 건 홍 사장이 35살 되던 97년이다. 강남에서 가공식품 대리점을 하던 홍 사장은 문득 어머니를 이어 순대를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신혼 살림을 차린 연희동엔 음식점은 많았지만 순댓국집은 없었다. 전셋집을 빼고 마련한 돈으로 가게를 차렸다. 아내와 가게 한쪽에 단출한 살림을 차리고 먹고 자며 음식을 팔면서 연구했다. ‘제대로 된 음식을 팔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쫓아다녔다. 돼지를 잡는 도축장도 여러 번 다녀왔다. 가게 이름은 수도권에서 순대가 유명한 지역인 용인시 백암에서 따왔다. 
“북한은 아바이나 신의주 순대 같은 게 유명한데 수도권에선 백암순대가 유명하잖아요. 백암은 옛날부터 도살장이 있던 동네라 푸줏간이 많았대요. 거기도 참 많이 갔죠. ”
밀려드는 손님을 빨리빨리 맞기 위해 속이빈 채로 뚝배기를 올려 미리 데워놓는다. 김경록 기자

밀려드는 손님을 빨리빨리 맞기 위해 속이빈 채로뚝배기를 올려 미리 데워놓는다. 김경록 기자

비율 알아내는 데 3년 
그가 가장 먼저 시도한 건 냄새를 잡는 일이었다. 홍 사장은 순댓국 국물을 돼지 사골과 돼지머리를 우려서 낸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 당귀·감초 등 한약재와 양파·생강 등 채소를 넣는다. 이렇게 원하는 국물 맛을 내기 위한 재료 비율을 알아내는데 3년 넘게 걸렸다. 그동안 국물 맛을 내려 별 걸 다 넣었다. 닭발을 넣어보기도 하고 족발에 많이 사용하는 오향(향신료)도 넣어봤다. 하지만 향이 너무 강했다. 양식 레스토랑에서 많이 쓰는 로즈마리나 월계수도 넣아봤지만 순대랑 궁합이 맞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버린 사골만 600㎏이 넘는단다. 이 과정에서 홍 사장은 돼지뼈가 소뼈와 달리 이틀 정도만 끓여도 뼈가 다 녹아 국물에서 텁텁한 맛이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때문에 핏물 뺀 사골을 8~11시간 정도만 삶는다. 
홍순삼 사장이 직접 만드는 순대에 들어가는 재료.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잘게 간 돼지머릿고기, 두부, 대파,간·염통, 부추, 양파, 선지, 달걀, 갈은양배추, 갈은 대파, 갈은 살코기.김경록 기자

홍순삼 사장이 직접 만드는 순대에 들어가는 재료.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잘게 간 돼지머릿고기, 두부, 대파,간·염통, 부추, 양파, 선지, 달걀, 갈은양배추, 갈은 대파, 갈은 살코기.김경록 기자

양배추 듬뿍 넣은 건강 순대 
순대 속도 건강한 재료로 채웠다. 어머니가 팔던 초창기 순대에는 들어가는 재료가 별로 없었다. 선지와 당면, 우거지가 전부였다. 홍 사장은 몸에 좋은 양배추를 많이 넣었다. 곱게 간 돼지살코기·두부·달걀 등을 함께 넣어 식감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순대에 쓰는 대창·소창·막창은 소금에 절여 냉동실에서 일주일간 숙성시킨다. 순댓국 국물은 매일 아침 사골과 돼지머리를 끓여서 준비한다. 
순대뿐 아니라 식당에서 쓰는 대부분의 식재료를 직접 만든다. 김치와 깍두기는 수시로 담근다. 된장과 간장은 매년 담그는데 이 간장으로 순댓국에 넣는 다대기 양념을 만든다. 손이 많이 가지만 홍 사장은 단 한번도 귀찮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순대와 달라진 건 또 있다. 돼지 소창을 나무로 만든 깔때기에 끼운 후 직접 손으로 내용물을 넣었던 어머니와 달리 그는 기계를 써서 작업효율을 높였다. 
홍순삼 사장은 열을 오래 유지해 맛이 더 진하게 우러날 수 있도록 가마솥으로 순대를 삶는다. 김경록 기자

홍순삼 사장은 열을 오래 유지해 맛이 더 진하게 우러날 수 있도록 가마솥으로 순대를 삶는다. 김경록 기자

외환위기보다 더한 구제역 위기
홍 사장의 노력은 통했다. 문을 연 초창기부터 장사가 잘됐다. 가게를 연 지 한 달 만에 외환위기가 왔지만 한 그릇에 4000원인 순댓국은 오히려 더 잘 팔렸다. 불경기라 어렵다고 하는 요즘도 꾸준히 장사가 잘된단다. 홍 사장 부부에게 가장 큰 위기는 2010년말이었다. 구제역 파동으로 절반이 넘는 돼지들이 살처분됐다. 당장 재료를 구할 수 없었다. 
“돼지머리 값이 3배 이상 뛰었는데도 물량이 없어서 구하질 못했어요. 그게 한 2년 갔어요. 새끼 돼지가 크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공급이 제대로 될 수 없었던 거죠. ”
당시 주변에 있던 돼지고기 관련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홍 사장도 오리고기집으로 업종을 바꿔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다른 음식을 잘 알지 못하는 데다 그동안 쏟아부은 정성이 아까웠다. 게다가 그 난리통에도 찾아준 단골손님에게 미안했다. 손님의 발길이 끊긴 가게를 지키며 버텼고 2년이 지나자 다시 가게는 북적였다. 
 
순대는 보약  
맛대맛에 소개된 지 3년이 지난 요즘도 홍 사장은 여전히 공부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다. 소금 하나도 염분을 낮추기 위해 볶아서 사용했던 3년 전처럼 여전히 덜 짜게 만들기 위해 고민중이다. 다만 3년 전 하던 절임음식 관련 연구는 그만뒀다. 순대와 궁합이 맞지 않아서다. 순대를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공부중이다. 
“건강하려면 운동도 해야하지만 무엇보다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집 음식에는 몸에 해로운 건 하나도 없다고 확신하고요. 좋은 재료를 넣으니 우리집 순대는 보약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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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 순댓국(8000원), 얼큰이탕(9000원), 토종순대(2인·1만3000원) ·개점: 1997년(사장 어머니는 부천에서 1960년대 시작)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13-6(연희1동 122-18) ·전화번호: 02-337-7894(1547) ·좌석수: 92석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9시30분(설·추석 당일 휴무) ·주차: 6대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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