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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사들에게 공 넘긴 대법원장 …불씨 남은 법원 갈등

양승태(69) 대법원장이 평판사들의 대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 측의 '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사법행정 개혁 논의의 공은 다시 법관회의 측으로 넘어갔다.
 

'상설화 소위' 30일 첫 회의, 의결 부칠 안건 마련 나서
양승태 "모두가 공감할 합리적 안 기대"…한계 시사
갈등 재점화냐 수습이냐, 내달 24일 2차 회의가 분수령

이에 따라 법관회의 측은 각급 법원 대표 판사 10명으로 ‘상설화 소위원회’(위원장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구성하고 7월 24일 2차 법관회의에서 논의할 상설화의 구체적 그림을 마련하기로 했다. 법관회의 상설화에 관한 안을 의결해 양 대법원장에게 제출하면 법관회의 측과 양 대법원장 및 법원행정처와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2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전날 법관회의 상설화를 전격 수용해 사법행정 개혁 논의의 공을 법관회의 측에 넘겼다. [사진 서울=연합뉴스]

2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전날 법관회의 상설화를 전격 수용해 사법행정 개혁 논의의 공을 법관회의 측에 넘겼다.[사진 서울=연합뉴스]

하지만 상설화된 법관회의의 구체적 위상과 기능, 권한에 대해서는 법관회의 내부에서도 다양한 이견이 존재해 당분간 논란과 진통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법행정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 기구로 해야 한다”(차성안 전주지법군산지원 판사) “판사 보직 배분은 법원별 판사회의가 결정하고 전국법관회의는 의결을 통해 사법행정을 견제해야 한다"(김영훈 서울고법 판사) “소수의 대표자들이 사법정책을 사후적으로 심의ㆍ의결하는 기구가 적당하다"(설민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의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소위원장인 서 부장판사는 “소위는 상설화와 관련된 다양한 스펙트럼을 연구ㆍ정리해서 1안, 2안, 3안 등으로 정리해 법관회의에 상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후 표결에 부쳐 법관회의의 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원회는 30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어디까지가 양 대법원장이 수용할 수 있는 상설화된 법관회의의 역할인지도 문제다. 양 대법원장은 28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올린 입장문에서 “상설화된 법관회의의 모습에 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고, 부분적으로 이견도 있을 수 있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하여 널리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법관회의의 모습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법관회의의 모습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동안 고법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 법관들 사이에선 “법관회의가 상설화되며 사실상 법관 노조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음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법관회의가 의결하는 상설화 방안이 대법원규칙 개정이 아닌 법원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수준이라면 법관회의의 권한과 기능을 최종적으로 국회가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  
 
양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전면 거부했다는 점은 언제든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는 불씨로 남게 됐다. 지난 19일 10시간 남짓 계속된 첫 법관회의는 대부분의 시간을 ▶법원행정처 내 특정 컴퓨터에 대한 포렌식을 포함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방해 의혹과 관련한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책임 소재 규명과 징계 요구를 결정하는 데 썼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의 한 판사는 “양 대법원장이 일부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강경파들도 대법원장 퇴진 주장 등 거센 주장을 계속하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법관회의 상설화 하나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접고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회의의 권한과 기능을 제대로 설계해 제도 개선의 실마리를 찾는 게 지나간 문제에 집착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방향이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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