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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었다고 '연가투쟁'도 합법?..원칙 바꾸는 교육부

지난 2014년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평일에 조퇴해 집회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해 강하게 대응해 왔다. 하지만 오는 3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는 전교조 교사들의 연가투쟁은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4년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평일에 조퇴해 집회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해 강하게 대응해 왔다. 하지만 오는 3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는 전교조 교사들의 연가투쟁은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오는 30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 전교조 교사들이 참여해 '연가투쟁'을 하는 것을 교육부가 사실상 묵인하기로 했다. 연가투쟁은 수업이 있는 평일에 교사가 연가를 내고서 파업·집회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전교조, 30일 민주노총 총파업 때 '연가투쟁'
교육부 "정치적 편향성 없다" 사실상 묵인

김대중정부 이래 강력 대응해온 것과 대조
국가공무원법 66조 "공무 외 집단행동 금지"

학교 "그동안 불허, 이번엔 어쩌란거냐" 불만
전문가 "법 해석 바뀌면 안돼. 정책일관성 지켜야"

 교육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래로 연가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해 강력 대응해왔다. 교육계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부가 그동안 지켜온 원칙까지 바꾸려 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교조는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사회적 총파업에 참여해 ‘전교조 합법화’ ‘비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보도자료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에 노동인권 계기교육과 집회 참여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가를 내거나 조퇴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전교조 교사는 1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29일 “총파업 전에 연가투쟁 교사에 대한 징계 방침을 학교에 별도로 전달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퇴진 등을 주장했던 과거 집회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참여하면 징계하겠다’는 식의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전교조의 연가투쟁과 관련해 지난 28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총파업 관련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에 신경 써달라’는 내용의 두 줄짜리 공문을 발송한 게 전부다. 여기엔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교사에 대한 징계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처럼 교육부가 연가투쟁을 사실상 묵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창익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장은 “총파업 자체가 합법적인 행사인데다 폭력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나 정치적 편향성도 적기 때문에 이전 집회와는 다른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교육부는 연가투쟁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역대 정부가 사전에 전교조 교사들이 집회 참여 목적으로 연가를 내거나 조퇴를 하지 못하도록 강경 대응해 온 것과 대조된다. 가장 최근에 있던 연가투쟁인 2015년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집회가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집회 11일 전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집회 참가 등 목적으로 조퇴·연가 신청할 경우 불허하고, 이를 허락한 교장에겐 책임을 묻겠다는 강도 높은 지침을 내렸다.  
 
 역대 연가투쟁에선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가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는데 법원은 징계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2006년 11월 전교조는 성과상여금제도 시행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고 연가투쟁 참여 교사를 징계했다. 이에 불복한 전교조 교사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8년 법원은 “연가투쟁 집회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정당한 단결권의 행사를 벗어난 행위이고, 수업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교육부의 연가신청 불허 지시는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엔 정반대의 논리로 교육부가 원칙을 바꾸면서 일선 학교는 혼란에 빠졌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그 동안 해온 걸 생각하면 연가투쟁을 불허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부가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며 “모든 책임을 학교장에게 떠넘긴 꼴”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평일에 연가내고 집회에 참여하면 학생들의 수업권 자체가 흔들린다”며 “법은 그대로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불법이 합법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공무원법 66조는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도 얼마든 연가를 낼 순 있지만 교육의 연속성을 위해 가능한 자제하도록 돼 있다”며 “더욱이 연가의 목적이 집회에 있다면 ‘공무외 집단행동 금지’ 의무를 저버린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반대하는 학부모들. [중앙포토]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반대하는 학부모들. [중앙포토]

  총파업에 정치적 편향성이 없다는 교육부의 논리도 궁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교육부가 강력히 대응했던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폐지나 2006년 교원평가 저지 연가투쟁보다 이번 집회의 정치색이 더 옅다고 보기만은 어렵기 때문이다. 최미숙 학사모 대표는 “학생들을 볼모로 정부에는 법외노조 철회를 압박하고 사회적으론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정치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교육부의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교육부가 원칙을 확고히 세워주길 주문했다. 김동석 본부장은 “갑자기 법 해석이 달라지는 건 지금껏 교육부가 해온 일이 잘못이었다고 시인하는 꼴”이라며 “법과 원칙을 저버리는 교육부의 정책을 누가 믿고 지지하겠느냐”고 말했다.  
 
 송기창 교수는 "교육부는 이번 파업이 교육현장에 바람직한 일인지, 정책의 일관성을 저버리진 않았는지, 반복될 경우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연가투쟁을 합법이라고 인정했을 때 앞으로 전교조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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