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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소설집 낸 김애란 "모르는 이야기, 모르는 방식으로 쓰고 싶었다"

소설가 김애란씨. 상실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주로 그린 소설집 『바깥은 여름』을 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소설가 김애란씨. 상실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주로 그린 소설집『바깥은 여름』을 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눈물과 감동이 부족한 이들에게 희소식이다. 소설가 김애란(37)씨가 새 소설책을 냈다.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어쩐지 안쪽 계절이 궁금해지는 제목의 소설집이다. 가깝게는 올봄, 멀게는 2012년 겨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단편 7편 모음집인데, 결국 5년 동안 소설책이 없었다는 얘기다. 공백이 제법 길었다고 묻자 김씨는 "준비 부족으로 연재하던 장편을 중간에 엎었다"고 답했다. 28일 인터뷰에서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는 이야기를 아는 방식으로 쓰기보다 모르는 이야기를 모르는 방식으로 써보고 싶었다." 
 

상실의 고통 그린 단편 7편 담아 『바깥은 여름』출간
"'쾌락의 포인트' 건드려 손쉬운 감동 얻으려고 하지 않아"

 일찌감치 등단(22세)해 잇단 최연소 수상(한국일보문학상·이상문학상),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까지.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작가 이력인데도 결핍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상문학상을 안긴 실험적인 작품 '침묵의 미래'는 그런 고민의 물증이다. 나머지 6편은 소설책 제목에 부응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깥의 안쪽은 인물의 내면. 그곳에서는 손발이 얼어붙고 눈보라가 친다. 한 치 앞 바깥세상은 '시끄럽고 왕성'하거나('풍경의 쓸모'), '무자비한 초록이 태연하게 일렁'이는데도 말이다('노찬성과 에반'). 물론 상실과 실패의 고통 때문이다.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 표지.

김애란 소설집 『바깥은 여름』 표지.

 감정 묘사의 달인인 김씨는 난경에 처한 인물들의 얼굴 표정을 그리는데 오차가 없다. 가령 어렵게 얻은 52개월 아들 영우를 교통사고로 잃은 미진은 도배를 하다 아들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끅끅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운다('입동'). 일그러진 얼굴 표정이나 울음은 인간 감정의 물리적 실재일 텐데, 김씨가 이끄는 대로 인물 내면의 격동을 따라가다 보면 턱, 하니 덩달아 숨 막히는 순간을 맞게 된다. 이런 눈물과 감동의 드라마를 김씨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과 함께 엮어낸다. 
 
 "미지근한 논물 위로 하루살이 떼가 둥글게 뭉쳐 비행했다. 마치 허공에 시간의 물보라가 이는 것 같았다."(58쪽 '노찬성과 에반')
 
 현실의 진짜 고통을 잊게 하는 당의정일 수도 있겠지만 김씨 소설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준비 부족으로 장편을 엎었다니, 취재가 완벽해야 작품 쓰는 스타일인가
예전에 내 경험이나 주위 사람들 얘기를 주로 썼다면 이제는 내가 잘 모르는 나이, 직업, 계급에 속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게 된다. 낯선 인물 안으로 들어가자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공항 얘기를 쓰기 위해 공항을 찾아가 한참 앉아 있었던 적도 있다. 인물과 관련된 정보는 수집하면 되지만 정서나 마음의 생김새는 그렇게 못한다.
 
'노찬성과 에반'은 반려견 에반을 잃은 소년의 이야기인데
반려견을 키워본 적이 없다. 반 년 넘게 도움이 될 만한 신문기사를 챙겨보고 책을 읽었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반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개의 마음을 잘못 쓰면 알아챌 것 같아서다.
 
김애란 특유의 문장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은 것 같다
문장은 소설가라는 직업의 작업도구다. 그에 대한 애정, 자의식이 있다. 사람들이 영화나 웹툰, 드라마나 연극을 제쳐두고 이야기를 활자로 경험하고자 했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내 도구로 할 수 있는 걸 하자, 반드시 수사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어도, 밋밋한 문장들이나 문장 사이의 공백에서 긴장을 유발할 수 있고, 단어 선택이나 한국어의 특징인 조사의 빼고 더하기, 같은 뜻의 단어라도 한글을 쓰느냐 한자를 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읽은 이의 격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이야기는 매혹적이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인물에 다가갈 때 서둘러 언어화하지 않는달까. 머뭇거리거나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이야기가 위험하다니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야기에는 일정한 유전자 구조가 있다. 말하자면, 갈등이 해결되든 이야기가 완결되든 독자가 만족을 느끼는 쾌락의 포인트 말이다. 그걸 성급하게 건드려 손쉬운 감동을 준달까, 인물들로 하여금 '자 여기가 쾌락의 포인트니까 혹은 서사의 변곡점이니까 어서 나와요, 그렇게 바닥에 주저 앉아 있지 말고' 이런 식으로 쓰지 않으려 한다는 거다.
 
소수, 약자, 아웃사이더를 주로 다루는 것 같다
작가라면 의당 그렇기도 할 텐데, 한국은 특히 보통사람이 되는 기준이 높아 도넛 안의 구멍처럼 일부 소수만 보통사람일 뿐 나머지 대다수는 중심의 바깥 변두리 인생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다루는 부류가 아웃사이더는 아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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