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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혼밥스쿨에서 혼밥 만들기 배우세요" 1인 가구 520만 시대, 수원시 혼밥스쿨 가보니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광교청소년수련관. 조리대에 토르티야와 치즈·두부·시금치·파프리카·옥수수·양파·버섯 등 식재료가 올라오자 신나게 수다를 떨던 20여 명의 남·여 중학생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수원시의 혼밥스쿨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피자를 만들고 있다. 최모란 기자

수원시의 혼밥스쿨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피자를 만들고 있다. 최모란 기자

 

수원시 이달 10일부터 4회에 걸쳐 혼밥스쿨 운영
청년·청소년·노인·여성 등 주로 혼밥을 먹는 이들

파스타·피자·샌드위치 등 연령대가 선호하고 만들기 쉬운 음식
시 전체 인구의 26.7%가 1인 가구, 영양 불균형 등 문제때문

"어떤 음식인지 재료만 보고도 알겠죠?. 오늘 토르티야를 이용한 피자를 만들 겁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재료를 깨끗하게 씻는 겁니다. 물기를 한번 털어주시고 이렇게 먹기 좋은 크기로 재료를 잘라주세요."  
 
학생들의 눈이 일제히 재료를 손질하는 요리 강사 이방은(31·여)씨의 손끝으로 향했다. 프라이팬에 살짝 구운 토르티야 위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손질한 야채를 차곡차곡 올린다.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해 으깬 두부와 치즈·시금치를 올린 뒤 뚜껑을 덮어 약한 불에서 치즈가 녹을 적도로 구우면 끝. 어느새 피자가 만들어졌다.
수원시의 혼밥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피자를 자랑하고 있다. 최모란 기자

수원시의 혼밥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피자를 자랑하고 있다. 최모란 기자

 
"이제 직접 해볼까요?."  이씨의 말에 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분주하게 재료를 씻고 칼과 도마를 가져와 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요리하는 동안에도 이씨는 '양파를 만진 손으로 눈을 만지면 안 된다', '양파는 꼭지를 자르고 썰면 잘 썰린다', '재료가 너무 크면 안 익는다'고 조언했다.
 
연무중학교 1학년 허현범(13)군은 "피자는 만들기 어려운 음식인 줄 알았는데 재료도 방법도 간단해서 집에서 혼자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수원시가 운영하는 '혼밥 스쿨'의 두 번째 수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혼밥'은 이른바 '혼자 먹는 밥'.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맥(혼자 마시는 맥주)' 등 비슷한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사회 문화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2010년 422만 가구에서 2015년에는 520만 가구로 100만 가구 이상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혼자 사는 입장에선 밥을 해먹기엔 귀찮고 식당을 찾기엔 다른 사람들의 눈이 무섭다. 도시락이나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충 떼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영양 불균형 등으로 인한 고혈압·위장질환·비만 등 질병을 앓기도 한다.  
 
지난 10일 진행된 청년 대상 혼밥스쿨. 이날은 수퍼푸드인 햄프씨드를 넣은 갈릭새우오일파스파를 만들었다. [사진 수원시]

지난 10일 진행된 청년 대상 혼밥스쿨. 이날은 수퍼푸드인 햄프씨드를 넣은 갈릭새우오일파스파를 만들었다. [사진 수원시]

 
허숙경 수원시 생명산업과 급식지원팀장은 "1인 가구는 늘어나는데 식당에선 1인 손님을 꺼리다보니 혼밥·혼술을 즐기기 어렵다"며 "혼자 식사를 하더라도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혼밥스쿨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지난 10일 시작돼 다음달 8일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0일은 청년, 24일은 청소년, 다음달 1일은 어르신(시니어), 다음달 8일은 여성을 대상으로 각각 운영된다. 주로 혼밥을 먹는 이들이다. 교육 전 15명씩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무료로 진행되는데 반응도 좋다. 청소년 수업이 열렸던 이날 수업의 경우 당초 인원보다 6명이 더 참여했다.  
 
수업은 철저하게 연령대에 맞춰 진행된다. 좋아하는 음식도, 필요한 영양소도 달라서다. 청년이 대상이던 10일은 '햄프씨드 갈릭새우 오일파스타', 청소년이 참여한 이날은 '토마토 두부 토르티야 피자'를 각각 만들었다.
 
어르신이 참여하는 다음달 1일은 '고구마 인절미 롤샌드위치', 8일은 '월남쌈 군만두'를 배운다. 강사 이방은씨는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해 20~30대 청년층의 수업 레서피에는 수퍼푸드인 '햄프씨드', 청소년엔 시금치와 두부. 어르신에겐 고구마 등을 각각 추가했다"고 말했다.  
 
혼밥에 걸맞게 재료도 딱 1인분씩 소개한다. 마늘 4톨, 토르티야 1장, 새송이버섯 반개, 시금치 한줌 등이다. 계량은 밥 숟가락으로 한다. 
10일 진행된 청년 대상 혼밥스쿨 참석자들이 본인이 만든 파스타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수원시]

10일 진행된 청년 대상 혼밥스쿨 참석자들이 본인이 만든 파스타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수원시]

 
매원중학교 1학년 이예나(13·여)양은 "엄마를 도와서 카레나 샐러드를 만들어 본 적은 있지만 직접 요리를 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부모님이 외출하시면 주로 배달 음식을 먹었는데 이제는 혼자 요리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조기동 수원시 생명산업과장은 "하반기엔 혼밥족에게 요리교육은 물론 새로운 관계 형성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혼밥원정대(가칭)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혼밥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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