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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넘어 군사까지, 이스라엘에 꽂힌 중국

중국은 IT 등 각종 하이테크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개발한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IT 등 각종 하이테크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개발한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이스라엘은 중국에 군사 기술을 팔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방산업체인 라파엘의 엔지니어인 아리 사셔(Ari Sacher)의 말이다. 그는 지난 27일 차이나랩이 중국과의 기술 제휴나 무기 거래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라파엘은 이스라엘 영토 전체를 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는 미사일 방어 체계인 ‘아이언돔(Iron Dome·전천후 이동식 방공 시스템)’을 개발해 유명해진 업체다.

이스라엘 방산전시회, 중국군 관계자 몰려
中, 이스라엘 투자액도 지난해보다 10배 늘어나
인공지능·바이오의약··IT·반도체, 분야도 불문
반면 한국·이스라엘 협력, 통신 분야에만 치중

아이언돔 요격미사일(왼쪽), 아이언돔 시스템 개요도(오른쪽) [사진 중앙포토·부승찬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아이언돔 요격미사일(왼쪽), 아이언돔 시스템 개요도(오른쪽) [사진 중앙포토·부승찬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아이언돔의 요격미사일은 사거리 4∼70㎞ 내의 단거리 미사일, 로켓 등에 대한 방어 무기로 분당 최대 1200개의 표적을 요격할 수 있다. 아리 엔지니어는 “아이언돔 체계나 미사일은 해외에 판 적은 있지만, 고객에게 기술을 공개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말대로 2000년부터 이스라엘은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과의 군사기술협조를 중단한 상태다.  
중국은 마오쩌둥 집권 때 중소분쟁으로 구소련과 관계가 악화되자 프랑스, 이스라엘로 항공기 기술도입선을 바꿨다. 중국이 최초로 독자 설계·생산한 전투기 J-10 외형은 이스라엘이 개발하다 중단한 ‘라비’ 전투기와 닮았다. 프랑스 항공기술이 이스라엘을 거쳐 중국에서 안착한 셈이다. [사진 코맥]

중국은 마오쩌둥 집권 때 중소분쟁으로 구소련과 관계가 악화되자 프랑스, 이스라엘로 항공기 기술도입선을 바꿨다. 중국이 최초로 독자 설계·생산한 전투기 J-10 외형은 이스라엘이 개발하다 중단한 ‘라비’ 전투기와 닮았다. 프랑스 항공기술이 이스라엘을 거쳐 중국에서 안착한 셈이다. [사진 코맥]

하지만 지난 6일 열린 이스라엘 방산전시회 ISDEF에 참석한 이의 말은 조금 달랐다.  

이스라엘 입국 전부터 중국인들이 많았습니다. 단순 관광객이 아니라 인민해방군(PLA) 관계자였죠. ISDEF 행사 당일엔 인민해방군 관계자들이 위성 체계와 무인기 부스에서 몰려있었습니다. 관련 중국 업체 부스만 7개나 됐죠. 한 부스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기술을 넘겨주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기술 자문은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해줬습니다.

부승찬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은 ISDEF 현장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중국항공공업집단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대응 요격미사일인 ‘ASN-301’이 이스라엘제 레이더 대응 미사일을 분석해 개발했다는 중국 내 공식 보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방산전시회 ISDEF에서 드론 감시 장비를 시연 중인 부승찬 연구원(왼쪽) [사진 부승찬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이스라엘 방산전시회 ISDEF에서 드론 감시 장비를 시연 중인 부승찬 연구원(왼쪽) [사진 부승찬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어느 쪽이 맞든 중국이 이스라엘 기술을 탐내는 것만은 분명하다.  
 
비단 군사 분야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IT 등 각종 하이테크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개발한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이 이스라엘 벤처 기업을 사는데 쓴 돈만 165억 달러(18조6000억원)에 이른다. 전년보다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로이터는 “미국 기업 사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스라엘이 중국의 하이테크 유망 투자처로 뜨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대형 가전사 TCL 집단 리둥성(李東生) 회장, 중국 광대(光大) HD 천솽(陳爽) 최고경영자(CEO) 등도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 투자 대상을 물색할 정도다.  
중국이 지난해 이스라엘 벤처 기업을 사는데 쓴 돈이 165억 달러(18조6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미국에서 무산된 중국발 인수합병 계약 규모는 265억 달러에 달했다. [자료 로이터통신]

중국이 지난해 이스라엘 벤처 기업을 사는데 쓴 돈이 165억 달러(18조6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미국에서 무산된 중국발 인수합병 계약 규모는 265억 달러에 달했다. [자료 로이터통신]

코트라 이스라엘 텔아비브무역관 윤주혜 담당자도 “홍콩 억만장자인 리카싱이 세운 투자 회사 ‘호라이즌 벤처’도 2011년부터 인터넷 분야 이스라엘 벤처기업에 투자 중”이라며 “세계 1위 PC 생산업체 레노버를 비롯한 많은 중국 회사들이 이스라엘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등 기술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도 있었다. 지난해 6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華爲)가 이스라엘 보안업체 ‘토가 네트웍스’(Toga Networks)와 7년간 기술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됐다. 최근 토가가 개발 중인 ‘딥-패킷 검사 기술’(deep-packet inspection technology) 때문이다.    
토가 네트웍스 홈페이지 [사진 토가]

토가 네트웍스 홈페이지 [사진 토가]

이 기술은 통신 사업자가 전화통화, 이메일 외에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토가의 기술 이전은 미국 입장에 배치되는 것이며, 전 세계 인터넷과 통신 사용자들을 도청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화웨이나 토가 모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중국과 이스라엘은 IT 분야에서 관계가 더 긴밀해지고 있다. 알리바바·바이두·샤오미 등도 이스라엘 기반의 벤처펀드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5년 모바일 지불 결제 시스템 개선을 위해 이스라엘의 QR코드 개발 회사에 ‘비주얼리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고, 바이두는 이스라엘 R&D 센터를 준비 중이다.  
알리바바는 2015년 모바일 지불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QR코드 개발 업체 ‘비주얼리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사진 테크크런치]

알리바바는 2015년 모바일 지불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QR코드 개발 업체 ‘비주얼리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사진 테크크런치]

중국의 ‘이스라엘 바라기’, 까닭이 뭘까.  
 
이스라엘은 첨단 기술기업이 모여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상용화는 어렵지만, 첨단 기술을 가진 신생 기업이 몰려 있다. 미국·중국 기업 다수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근처에 R&D 센터를 운영하는 이유다. 게다가 미·중 간 기술유출 문제도 불거졌다. 앞서 본 토가 사례도 중국의 이스라엘 기술에 목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정부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스라엘 시장 특성상 신생기업들은 해외 자본을 이용해 기술 발전을 꾀하거나 회사 규모를 키우는 식이 많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창업을 주도하는 대학과 연구기관이 오히려 기술 이전 시스템 마련에 앞장서 산학 협력의 장까지 마련해뒀다.
 
2015년부터는 아예 ‘중국·이스라엘 혁신투자대회’를 열어 이스라엘 기술형 스타트업 투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분야도 인공지능, 바이오의약, 농업기술, IT, 반도체 등 중국이 주력하는 제조업 전반에 걸쳐있다.  
현존하는 군사용 드론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군사용 드론은 이스라엘 기업 엘빗시스템이 만든 ‘헤르메스 900’. 군사용 드론에 관심이 많은 중국 방산업체는 이스라엘 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시도 중이다. [사진 엘빗시스템]

현존하는 군사용 드론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군사용 드론은 이스라엘 기업 엘빗시스템이 만든 ‘헤르메스 900’. 군사용 드론에 관심이 많은 중국 방산업체는 이스라엘 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시도 중이다. [사진 엘빗시스템]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아비 하손(Avi Hasson) 이스라엘 산업자원노동부 수석과학관은 “이스라엘 기업들은 중국 자본을 단순한 투자금이 아니라 더 큰 시장을 가져올 수 있는 ‘스마트 머니’(Smart Money)”로 본다”며 “신생기업들도 서구 시장만을 보고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 ibktimes]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 ibktimes]

양국 간 경제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3월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특히 과학 인력 교류와 합동 연구 협력은 물론 글로벌 기술 교류 부문도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신기술을 찾아 헤매는 중국과 ‘탈서구’를 꾀했던 이스라엘이 만난 셈이다. 오태영 코트라 텔아비브 무역관장은 중국과 이스라엘 산업 협력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IT, 의료 바이오, 항공우주, 화학, 다이아몬드, 식품 산업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아닌 ‘활용하는 제조업’을 키웠습니다. ‘중국제조 2025’를 내걸고 제조업 탈바꿈에 나선 중국 입장에서 ‘이스라엘 바라기’는 당연한 이유일 겁니다. 더 나아가 중국은 항공기 개선과 항공시스템, 레이더 및 관련 전자 시스템, 무인비행기 (UAV) 등 고부가가치 방산 기술까지 탐내고 있죠. 하지만 한국은 통신 기술 협력에만 국한돼 있습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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