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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부산에서 출항한 지남호 한 척이 잡은 참치가? 어느새 원양어업 ‘환갑’

지남호가 잡아 경무대로 공수한 청새치. 청새치 왼쪽 첫번째가 이승만 대통령이다. [사진 국가기록원]

지남호가 잡아 경무대로 공수한 청새치. 청새치 왼쪽 첫번째가 이승만 대통령이다. [사진 국가기록원]

 
1957년 6월 29일 부산항. 230t급 선박 하나가 제 1부두를 나와 바다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인도양. 당시엔 일본어 ‘마구로’ 또는 영어 ‘튜나’라고 불렸던 참치를 잡기 위한 항해였다. 참치를 직접 본 적도 없었던 윤정구 선장과 16명의 선원은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부를 건져오라’는 뜻으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이름을 지은 ‘지남(指南)호’에 몸을 실었다. 

29일 한국 원양어업 60주년 기념식
1957년 6월 지남호 부산항에서 출항
70~80년대 효자 수출 상품으로 각광
각국 어업자원 보호 정책으로 위기
ODA 등으로 어업 자원국과 합작해야

 
지남호는 미국이 1946년 49만 달러를 들여 해양조사선으로 건조한 워싱턴호를 한국 정부가 49년 32만5000만 달러에 사들인 배다. 거금이 투입된 이 선박은 크기는 작았지만, 냉장시설과 수심·어군 탐지기 등 최신장비를 갖고 있었다. 지남호의 임무는 한국 최초의 원양어업 항해였다.
 
1957년 6월 29일 출항한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의 모습[사진 해양수산부]

1957년 6월 29일 출항한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의 모습[사진 해양수산부]

 
여정은 쉽지 않았다. 인도양으로 가는 도중 대만과 싱가포르 해역에서 벌인 참치잡이 조업에선 번번이 허탕을 쳤다. 지남호에는 실제 참치 연승(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바닷속에 늘어뜨린 후 참치를 잡는 방식) 조업을 해 본 선원이 1명도 없었다. 유일하게 경험이 있던 주한 미국 경제협조처(USOM) 어업 고문은 인도양에 도착하기 전에 허리를 다쳐 대만에서 내렸다. 그런데도 윤 선장과 선원들은 직접 부딪혀 가며 도전했다. 
 
결국 출어 후 두 달 만인 57년 8월 15일, 인도양 니코바르 섬 해역에서 0.5t의 참치를 건져냈다. 그해 10월 11일 부산항으로 돌아온 지남호엔 10t가량의 참치가 실려 있었다. 지남호는 이듬해에도 출항해 남태평양 사모아 근해에서 1년 3개월간 조업하며 약 150t의 참치를 잡았다.
 
실제 크기의 20분의 1로 제작된 지남호. 국립해양박물관 1층 다목적 홀에서 선보인다. [사진 국립해양박물관]

실제 크기의 20분의 1로 제작된 지남호. 국립해양박물관 1층 다목적 홀에서 선보인다. [사진 국립해양박물관]

 
지남호의 출항으로 한국 원양어업 역사가 시작된 지 올해로 60주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29일 오전 10시엔 부산시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옆 공원에선 원양어업 진출 60주년 기념식과 기념 조형물 제막식이 열린다. 너비 3.5m, 높이 3m인 조형물은 지남호와 뛰어오르는 참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너비 1.4m, 높이 95㎝인 기념비도 세워진다. 
 
기념식에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지남호 인도양 참치 시험조업 당시 선장이었던 윤정구(90), 당시 어업지도관이었던 이제호(89), 냉동사 이정현(85), 통역관 안승우(85)씨 등 지남호 승선자들이 참석한다.
 
지남호가 출항하기 전에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한국원양산업협회]

지남호가 출항하기 전에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한국원양산업협회]

기념식에 이어 국립해양박물관 1층 다목적 홀에서는 기념전시 ‘먼바다, 만선의 꿈’ 전시가 개막한다. 전시는 오는 9월 17일. 1957년 지남호 출항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희귀사진과 당시 선원수첩 등이 공개된다. 
 
또 지남호를 실제 크기의 20분의 1로 축소한 지남호 모형 선박이 전시된다. 지남호 모형선박은 지남호 설계도와 지남호 사진, 이제호 당시 어업지도관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전시장엔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에서 원양어업에서 잡은 청새치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사진이 있으며, 이곳에서 관람객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국내 원양어업은 예순의 역사를 맞이하는 동안 큰 성장을 거뒀다. 57년 지남호 1척 뿐이었던 원양어선은 10년여 만인 70년 278척, 80년엔 750척까지 늘었다. 특히 60~70년대에는 원양어업이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71년 원양어업 수출액 5510만 달러는 당시 한국 전체 수출액(10억6760만달러)의 5%를 넘기도 했다. 
 
이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연구원은 “수출 5%는 액수는 절대비교가 불가하지만 비중으로만 보면 오늘날 휴대폰(6%), 자동차 부품(5%)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1976년 원양어업이 벌어들인 외화는 2억 6000만 달러로 당시 13만 가구의 1년 총소득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평가했다. 80년대 이후엔 서민들이 참치를 비롯해 명태, 오징어, 꽁치 등의 먹거리를 밥상에 손쉽게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엔 먼 바다로 나가 고기만 잡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진출해 유통, 가공, 판매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기업도 늘고 있다. LF푸드는 2012년 인도네시아에 연육(으깬생선살) 가공 공장을 설립해 매년 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원산업은 2008년 미국 1위 참치 가공 업체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뒤 현재 남태평양 사모아에 참치 가공공장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원양어업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원양어선의 수는 1990년 810척을 정점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어선 수는 255척이다. 1990년 92만t이던 생산량도 지난해는 절반도 안 되는 45만t 수준에 머물렀다. 
 
강인구 해양수산부 원양산업과장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대만, 태국 등 후발 주자들이 원양어업에 진출하며 경쟁이 심화된데다, 배타적경제수역(EEZ) 체제가 정착됨에 따라 조업지역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경영난을 겪던 업체들의 도산도 잇따르고 있다. KMI에 따르면 2002년 131개이던 원양업체가 2015년에는 67개로 줄었다. 선원 이직률 증가와 재승선 기피 현상이 심해져 내국인 선원 수는 점차 감소하고 그 자리를 외국인 선원이 대신하고 있다. 선원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 전체 원양어선의 선원 가운데 50세 이상이 58.8%에 달했다. 2007년의 29.6%와 비교하면 배나 높아졌다. 선원의 고령화는 재해와 안전사고 위험 증가, 산업의 활력 감소, 기술과 노하우의 단절 등으로 이어진다.
 
어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각국은 최근 자국의 어업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원양어선의 조업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거나 어업 허용 쿼터를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사회 및 지역수산기구를 중심으로 공해 해양보호구역(MPA) 설치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 한국은 지난 2013년 11월 서부아프리카에서 불법조업을 한 원양어선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 불법어업국(IUU)으로까지 지정됐다. 만일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다면 두 지역에 수산물을 수출하거나 어선을 입항시킬 수 없게 된다. 2015년 4월 IUU지정은 해제됐지만 그 과정에서 국내 원양업계가 미국의 태평양 어장을 사실상 잃는 결과를 겪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런 와중에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원양어업을 중점산업으로 선정했다. 5개년 계획을 세워 어선 개조, 세금 감면, 연안국과의 수산협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원양어업 효율성 증대를 위한 사업비 보조와 기술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원양어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해수부는 원양산업의 경영실태와 업종별 현황, 타 원양조업국 정책 동향 등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벌일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원양산업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해외수산업진출지원법’ 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어장 확보를 위해서는 어업 자원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어장을 가진 국가와 교류를 넓혀 안정적으로 수산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명화 KMI 국제수산연구실장은 “ODA는 기존에 어업 자원국에 물자지원을 하던 것에서 수산인프라를 개선하거나 어업기술, 수산양식 기술 전파, 수산자원 관리 등 중장기 프로그램형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한국 원양어선이 진출해있어 조업권과 ODA 연계가 가능한 솔로몬·키리바시 등 태평양 도서국과 향후 수산 자원 개발 가능성이 높은 중남미, 인도양 연안국과의 협력사업을 확대·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 원양업체의 규모 확대를 위해 원양어선 풀(Pool)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어선 풀제는 같은 해역에서 동일 어종을 잡는 원양업체들이 대표 선주에게 생산을 일임하고 운영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중복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연안국과 가격협상력을 높이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이동림 KMI 연구원은 “어선 풀제 운영을 위해선 업체들의 영업 노하우 노출 등 난제가 있지만 원양어업 제2의 도약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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