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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를 화나게 한 구글의 수법…구글이 3조원 벌금 맞은 이유 들여다보니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미국 기업 구글에 사상 최고액인 24억 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7년이다. EU는 2010년부터 구글의 사업 방식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고 보고 조사를 시작했다.
 

EU "구글, 일반 검색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쇼핑 검색 서비스 분야에서 부당하게 이용"
검색창에 상품명 치면 '구글 쇼핑'만 상단,
경쟁 가격 비교 사이트는 눈에 안 띄는 곳 배치
구글 검색 결과 1위가 클릭의 35% 가져가
2위가 17%, 3위가 11%…2페이지부터는 1% 미만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기 위해 EU는 지난 7년간 상세하게 구글의 사업 방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활용해 '쇼핑' 서비스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고, 경쟁 회사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구글 본사 로고와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오른쪽). [연합뉴스]

구글 본사 로고와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오른쪽). [연합뉴스]

 
EU는 구글을 대상으로 3건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해 EU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도 처음이다. 3조 원대의 과징금을 불러온 구글의 수법을 EU가 배포한 자료와 블룸버그통신ㆍ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토대로 짚어봤다.
 
문제의 발단은 ‘구글 쇼핑’이라는 가격 비교 서비스였다. 국내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다. 블룸버그통신이 구글의 독일 사이트(www.google.de)에서 쇼핑 검색을 실연하며 구글의 수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예컨대 독일에서 구글 검색창에 ‘가스 그릴’이라고 치면 ‘구글 쇼핑’의 검색 결과가 가장 상단에 노출된다. 구글 쇼핑에 등록한 업체의 가스 그릴 5개의 사진ㆍ가격ㆍ링크 정보가 뜬다. 다른 가격 비교 사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구글 독일 사이트에서 검색창에 ‘가스 그릴’이라고 치면 ‘구글 쇼핑’ 서비스의 검색 결과가 1위~5위에 노출된다. 구글 쇼핑에 등록한 유통업체의 가스 그릴 5개의 사진ㆍ가격ㆍ업체 링크 정보가 눈에 띄게 배치된다. 다른 가격 비교 사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 블룸버그]  

구글 독일 사이트에서 검색창에 ‘가스 그릴’이라고 치면 ‘구글 쇼핑’ 서비스의 검색 결과가 1위~5위에 노출된다. 구글 쇼핑에 등록한 유통업체의 가스 그릴 5개의 사진ㆍ가격ㆍ업체 링크 정보가 눈에 띄게 배치된다. 다른 가격 비교 사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 블룸버그]

 
스크롤 다운해 화면 아래로 내려가면 검색 결과 리스트 6번째, 11번째에 구글과 경쟁하는 가격 비교 사이트 2개가 등장한다. 그나마 11번째에 오른 검색 결과는 비용을 지불한 ‘광고’다.
  
구글 검색 결과 화면 6위(Idelo)와 11위(Moebel24)에 구글과 경쟁하는 가격 비교 사이트 2개가 등장한다. 더구나 Moebel24는 비용을 지불한 광고다. [사진 블룸버그]

구글 검색 결과 화면 6위(Idelo)와 11위(Moebel24)에 구글과 경쟁하는 가격 비교 사이트 2개가 등장한다. 더구나 Moebel24는 비용을 지불한 광고다. [사진 블룸버그]

 
EU가 문제 삼는 부분은 검색 결과물 순위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구글 검색 결과가 뜨면 상단에 나온 결과물을 훨씬 더 많이 클릭한다. EU 조사에 따르면 데스크톱 PC에서 구글 검색을 했을 때 첫 화면에 나오는 상위 10건의 결과물이 전체 클릭의 95%를 가져간다. 특히, 제일 위에 나오는 1위 검색 결과는 전체 클릭의 35%를 차지한다. 2위 검색 결과가 클릭의 17%를, 3위가 11%를 가져간다.
 
구글 사용자가 검색 결과 화면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두 번째 페이지의 첫째 검색 결과가 최고 1%의 클릭을 얻는다고 전했다. 그 뒤로는 1% 이하라는 뜻이다.
 
혹시 검색 결과가 1위로 뜨는 이유는 관련도가 높기 때문 아닐까. 이에 대해 EU는 “가장 상단에 나온 검색 결과를 세 번째로 내려놨더니 클릭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련도가 높아서 클릭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클릭이 나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U는 구글이 몇 가지 기준을 포함시킨 알고리즘을 설정해 경쟁 회사의 검색 결과물 순위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경쟁하는 가격 비교 사이트들은 평균적으로 검색 화면 4 페이지쯤부터 등장한다고도 했다. 검색 화면 2 페이지가 전체 클릭의 1%를 얻는다면, 4 페이지는 트래픽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EU와 구글은 적절한 수준의 조정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의 경쟁담당 집행위원인 마그레트 베스타거의 전임자는 2014년 구글과 검색 결과 표시 방법을 바꾸는 데 합의했다. 구글 쇼핑과 경쟁 사이트의 결과물을 나란히 배치하는 방안이다.(아래 그림 참조) 하지만 합의는 결렬됐다. 구글이 비용을 지불을 요구하자 경쟁사들이 거부했다.  
2014년 EU와 구글이 한 때 시도를 검토했던 새로운 검색 결과 표시 방안. 위 사진처럼 구글 쇼핑(왼쪽 3개)과 경쟁 가격 비교 사이트(오른쪽 3개)의 검색 결과를 나란치 배치하는 방안이었다. [사진 블룸버그] 

2014년 EU와 구글이 한 때 시도를 검토했던 새로운 검색 결과 표시 방안. 위 사진처럼 구글 쇼핑(왼쪽 3개)과 경쟁 가격 비교 사이트(오른쪽 3개)의 검색 결과를 나란치 배치하는 방안이었다. [사진 블룸버그]

 
이제 구글은 90일 안에 지금의 불공정 관행을 고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도 구글이 경쟁회사에 공정한 기회를 주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 세계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베스타커 집행위원은 “서비스 자체의 질을 높여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 보다는 검색 엔진으로서 가진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자사의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경쟁사의 서비스는 격하시켰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유럽 검색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EU는 이같은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베스타거 집행위원은 “다른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기 때문에 구글의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무엇보다도 유럽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할 기회와 혁신의 이익을 누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2004년 유럽에서 가격 비교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서비스 이름이 ‘푸르글(Froogle)’이었다. 2008년 ‘구글 상품 검색’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13년부터 ‘구글 쇼핑’이 됐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상품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아마존ㆍe베이 등 전자상거래 업체, 중소 판매업자들이 올려 놓은 상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글이 2004년 ‘푸르글’이라는 이름으로 가격 비교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이 몇몇 있었다. 당시 푸르글의 실적은 미미했다. EU는 구글이 스스로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푸르글은 요약하자면, 안 될 사업이다’라고 적은 2006년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  
 
EU는 이렇게 저조했던 사업을 구글이 불공정 경쟁을 통해 키웠다고 보고 있다. 가격 비교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트래픽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자 수가 많아야 클릭이 늘고, 매출도 상승한다. 유통업자들도 트래픽이 많은 가격 비교 사이트에 상품을 등록하고 싶어한다.
 
일반 검색 분야에서 구글은 압도적 우위에 있다. 당연히 매일 엄청난 양의 트래픽을 끌어 당긴다. 이에 착안해 구글은 2008년 쇼핑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지지부진한 가격 비교 서비스를 키우려는 목적으로 검색을 위해 구글을 찾는 방문자 트래픽을 활용하기로 했다는 게 EU의 조사결과다.
 
EU는 법리적으로 이 부분을 가장 문제 삼았다. 가격 비교 쇼핑 서비스 간에 공정하게 경쟁하지 않고, 일반 인터넷 검색에서의 우위에 기댄 비즈니스 전략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구글이 조직적으로 자사의 가격 비교 서비스에 가장 좋은 자리를 내어주고, 경쟁사는 검색 결과 목록에서 하위에 배치해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EU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고객들이 다른 가격 비교 사이트를 찾아다니는 데 관심이 없다. 검색을 통해 곧바로 유통업체의 웹사이트로 가기 위해서 구글에 들어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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