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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코레일·SR 통합 추진 … 철도 경쟁 반년 만에 재검토

SRT가 운행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사진 SR]

SRT가 운행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사진 SR]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을 코레일에 통합하는 작업에 곧 착수할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에 따른 득실을 따진 뒤 통합 여부를 결정짓는 절차를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6개월의 실적만으로 경쟁 효과를 판단하는 건 무리인 데다 자칫 경쟁을 통한 고객서비스 향상과 철도산업 발전이라는 정책 취지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28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다음달에 전문가 위주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SR과 코레일 분리 운영의 성과를 평가할 계획”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경쟁 체제를 유지할지, 통합할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측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또 지난 정부에서 SR 출범에 관여했던 철도 분야 고위 공무원들도 조만간 교체할 방침이다.
 

철도노조와 약속한 대선공약
국토부 “경쟁 득실 따질 것”
전문가 “결국 독점체제 회귀”

지난해 12월 9일 출범한 SR은 코레일의 지분이 41%로 가장 많고, 사학연금(31.5%)·IBK기업은행(15%)·산업은행(12.5%)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당초 정부는 민간에 SRT 운영을 맡길 계획이었지만 코레일과 철도노조 등의 반발로 이를 철회하고 코레일의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SR이 운영하는 SRT는 하루 평균 5만 명가량이 이용했으며, 이달 말이면 누적 승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KTX보다 10%가량 저렴한 요금과 넓은 좌석, 좌석별 전기콘센트 설치 등의 서비스로 고객들로부터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얇은 의자 재질을 사용해 KTX보다 넓어진 SRT의 좌석. [사진 SR]

얇은 의자 재질을 사용해 KTX보다 넓어진 SRT의 좌석. [사진 SR]

 
그런데 갑자기 통합 방안이 검토되는 걸 두고 철도업계에서는 현 정부와 철도노조 측과의 교감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지난 5월 초 철도노조와 ‘경쟁체제란 이름 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맺었다.
 
김현미 장관, 의원 때 코레일·SR 분리 반대 
 
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야당 의원 시절 공개적으로 SR 출범을 반대한 바 있다.
 
대선 당시 철도노조와 문재인 후보가 맺은 정책협약서 [사진 철도노조]

대선 당시 철도노조와 문재인 후보가 맺은 정책협약서 [사진 철도노조]

철도노조 관계자는 “경쟁체제 명분의 철도 민영화 정책이 바로 SR 출범”이라며 “우리는 현 정권이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레일과 철도노조 등은 ‘가짜 경쟁’이라며 줄곧 통합을 요구해왔다. SR이 내세우는 ‘10% 싼 요금’은 실제로는 국토부가 직접 정한 것이어서 경쟁 효과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SR과 코레일 분리운영을 반대했다. [사진 코레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SR과 코레일 분리운영을 반대했다. [사진 코레일]

코레일 관계자는 “사실상 수요가 보장된 황금노선만 떼서 준 것이어서 시작부터 불공정했다”며 “SR 출범 이후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도 “SR로 인해 벽지 노선 등을 운행하는 코레일이 올해 4년 만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분리운영 체제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 코레일과 SR을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SRT와 KTX 비교

SRT와 KTX 비교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이승호 SR 사장은 “제대로 된 경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조만간 독자적인 발매 시스템을 갖춰 코레일과는 차별화된 요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섣부른 통합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향상시키는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최근 코레일이 KTX 좌석수를 늘리기 위해 특실 일부를 일반실로 전환하고 이전에 없앴던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했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철도 경쟁으로 인해 더 많은 편익을 누리게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교수도 “경쟁 효과가 나오려면 최소 2~3년은 있어야 할텐데 6개월 만의 실적으로 성과를 따진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통합을 얘기하는 쪽은 공공성 확보를 얘기하지만 공공성이 독점 허용은 아니지 않으냐”며 “ 통합하면 결국 코레일 독점 체제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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