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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자력 발전, 탈핵 아닌 ‘제3의 길’이 있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정부는 원전 중심 발전체계의 단계적 폐기를 확정했다. 40년 뒤 ‘원전 제로’ 비전도 구체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제주총회와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이고 석탄발전을 줄이고 탈원전 국가로 변모” 의지를 공식 천명했다. 이는 경제성과 안정 공급을 강조해 온 종전과 많이 다른 정책적 함의가 느껴진다. 어쩌면 각자 믿고 싶은 것만을 강하게 주장하는 ‘탈(脫)진실(Post Truth)’ 시대에서 에너지정책 실패를 ‘탈핵=국민 욕구’라는 간명한 명제로 설명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 욕구에 기초한 정치적 선택은 항상 시장에서 유효한 대안으로 검증돼야만 성공한다. 40년 장기 탈핵 과정에서의 시장여건 변화와 기술 진보가 조성할 새로운 시장 균형의 효율성 검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발표 후
쏟아진 반대 논리 허점 많아
사양화하는 기존 원전 기술
신형 원전 기술로 극복해야

따라서 이번 탈핵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초기 단계의 상대적으로 급격한 발전원(源) 구성 변화의 적정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만약 2030년까지 원전과 석탄발전 신규 건설과 수명 연장을 전면 중지한다면 현재 원전 설비 비중 21%는 13%로, 발전량의 경우도 32%에서 18%로 떨어진다. 또한 현재 39%인 석탄발전 비중도 24%대로 급감할 것이다. 이에 일부 학계와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탈핵 정책으로 전력요금이 20~80% 오르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 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인다 해도 피크 수요 때의 신재생에너지 기여도는 10% 이하일 것이며, 비싼 가스발전 비중을 현재 19%에서 37%로 배증하지 않으면 정전 위험이 크다고 한다. 탈핵 정책의 기반인 신재생에너지 기술 혁신에 회의적인 셈이다.
 
그러나 필자는 상술한 반대 의견에도 여러 논리적 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 선택이 제한된 현 체제를 합리화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압경수로(PWR) 방식의 핵분열기술체계라는 우리나라 기존 원전의 태생적 한계 인식에 근거한다. 사실 우리 원전은 급히 상용화된 핵잠수함 기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는 완전한 핵폐기물 처리 방안이 없다. 또 소형 심해잠수함 기술을 대형 육상 기술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안전한 냉각체계가 미비했다. 스리마일, 후쿠시마 등 원전사고의 배경이다. 비(非)성숙 기술의 전형으로 투자를 늘려도 궁극적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여기에다 용량 증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도 한계에 달한 것 같다.
 
결국 기존 원전은 확률적 예상 사고비용을 감안하면 경쟁력을 상실한 사양기술로 전락할지 모른다.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직후 모든 원전을 동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등 유럽 각국이 탈원전 정책을 결정한 것과 미국이 30년간 신규 원전 건설보다 폐로시킨 원전이 더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되돌아보면 우리나라 원전은 에너지안보 강화와 저가 대량 전력공급이라는 장점을 살려 세계 6위 원전 대국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산학연 이해집단 형성이 전문성이라는 이름 아래 용인됐다. 그렇지만 핵폐기물과 폐로 처리 방안 미확보, 불량부품 사용 등 경영 비효율과 국토면적 대비 세계 최고 원전 집적도, 그리고 지진 등 자연재해 증대 현상은 원전 경쟁력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물론 원전 관련자들은 ‘규모의 경제’ 신화를 고집하며 수출로 경쟁력 확보 가능성을 주장하지만 사양기술의 한계는 분명하다. 원전 수출도 선진국들의 관련 산업 붕괴에 따른 단기 ‘잔존(Long Tail)’ 효과일 수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핵폐기물, 원전 사고 위험이 극소화된 미래 원전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모든 사고 위험에 원천 대응이 가능한 ‘수동형(Passive)’ 특성과 수요 변화에 탄력적인 모듈(Module) 구조를 가진 SMR(소형모듈원자로: Small Modular Reactor) 개발을 거의 완료하고 2019년 최종 설계인증이 예상된다. 10조(兆) 달러대의 새로운 발전설비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은 웨스팅하우스 등 자국 원전산업 붕괴로 그 실용화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전략적 연대가 불가피하다. 다행히도 우리가 최적의 연대 파트너로 지목된다. 이미 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한·미 전략적 연대의 효용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허와 안전성 인증 및 자금 조달 면에서 독보적이고 우리는 설비 제조, 건설, 운전 부문에서 강점이 있다. 이에 2019년까지 SMR 상용화를 위한 한·미 전략적 연대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양국 최고 권위 연구기관, 예컨대 과학기술한림원 사이의 호혜적 연대방안 공동연구가 바람직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은 기존 원전을 단기간 내 도태시키기보다 4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 아래 사회비용을 최소화하는 새롭고 다른(他) 원전을 적극 도입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다 신재생에너지 전력과의 공생관계를 확대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신형 원전은 기술특성상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융합의 4차 혁명시대에는 뺄셈보다 덧셈이 더 좋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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