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50년 번 돈, 보따리에 꽁꽁 싸 기부한 ‘보따리장사’ 할머니

“장사 별거 다 해봤어요.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50년 동안 기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쭉 먹다가…”
 

작년 보성군에 8000만원 내놔
77세 서부덕씨 행복나눔인상

‘보따리장사’는 서부덕(77·사진) 할머니에게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다. 결혼 후 가난을 덜어보려고 나선 게 직업이 됐다. 강원도에선 고등어와 명태를 팔았다. 부산으로 가서는 김밥·핫도그 같은 분식도 팔아봤다.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50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 얼굴의 주름살과 거친 손, 어렵게 모은 9000만원이 그에게 남았다.
 
서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쭉 마음먹었다’던 꿈을 실현했다. 고향이자 현 거주지인 전남 보성군을 위해 8000만원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지역 인재 육성에 써달라며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장학금 전달 방식도 ‘보따리장사’다웠다. 현금을 보따리에 꽁꽁 싸서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했다. 그는 “옛날에 없이 살아서 제대로 못 배운 게 한이 됐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2017년 행복나눔인 시상식’을 열고 서 할머니를 비롯한 개인 43명과 단체 10곳에 복지부장관상을 수여한다.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2011년부터 해마다 주는 상이다.
 
그의 나눔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엔 평소 다니는 벌교복지관에 남은 돈 1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이웃과 독거노인들 좋은 데 쓰라고 있던 돈 다 줘버렸다”며 웃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도 술술 풀리고 있다. 3년 전쯤 허리를 다치고 장사도 그만둔 뒤 한글 수업을 꾸준히 들었더니 실력이 늘었다. 원래는 이름 석 자 쓸 엄두도 못 냈지만 이젠 이름도 쓰고 글도 곧잘 읽는다. 가난에 따른 한은 기부로 풀고,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만학(晩學)으로 풀어버린 셈이다.
 
남은 재산은 이제 방 두 칸짜리 집 정도다. “이제는 더 기부할 것도 없어요. 나라에서 기초연금 주니까 살기 괜찮지”라며 웃었다. 그래도 목표했던 바를 모두 이뤘다는 서 할머니는 힘을 주어 말했다. “당장 내일 죽어도 마음이 편해요. 할 일 다해서 여한이 없으니까.”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