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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의 퍼스펙티브] 사드 논란은 정부의 결정 장애와 소통 부재가 부른 참사

사드가 뭐길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적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중간에서 가로채 무력화하는 방어용 무기다. 레이더로 적의 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하다 최적의 순간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두 미사일을 충돌시키는 ‘직격(hit-to-kill)’ 방식이다. 음속의 8.2배(초속 2.8㎞)로 날아가는 요격미사일이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과 충돌하면 300MJ(메가줄)이라는 엄청난 운동에너지가 발생한다. 1t 무게의 자동차가 시속 160㎞로 부딪쳤을 때 나오는 에너지가 1MJ이다. 사드의 요격미사일은 X-밴드 레이더의 유도와 미사일에 내장된 적외선 탐색기의 도움을 받으며 적 미사일의 탄두를 정확하게 가격한다. 그때 생기는 에너지와 고열로 탄두는 완전히 분해돼 가루가 되거나 녹아 없어진다.

6·25도 비켜간 성주 소성리
사드가 기습 반입되면서
이념 충돌의 격전지로 변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
미리 막지 못한 정부 탓에
사드라는 꼬리가 몸통 흔들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주한미군이 들여온 사드가 끝없는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군사기술적 차원을 넘어 국제정치적 이슈로 논란이 확대되고, 국내에서는 찬반 양론이 맞서면서 보수·진보 간 이념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하나의 무기체계에 불과한 사드 때문에 남남 갈등이 벌어지고, 한·중 관계와 한·미 동맹이 삐걱거리는 것은 주객전도(主客顚倒)의 난센스다. 안보를 위해 들여온 사드 때문에 오히려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정확한 판단을 토대로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했다면 불필요한 논란과 소모적 논쟁을 막거나 줄일 수 있었다. 사드 논란은 정부의 결정 장애와 군 당국의 소통 부재가 불러온 참사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탓에 사드는 ‘괴물’로 변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2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사드 포대는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진 곳에 배치돼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사드 포대는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진 곳에 배치돼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높이 680m의 달마산 자락에 자리 잡은 아늑한 시골마을이다. 김천·구미 KTX역에서 18㎞. 택시로 20분 남짓 거리다. 2.5㎞의 마을 진입로 양편에 붉은 깃발이 줄지어 있다. ‘사드 반대’ ‘사드 철회’란 글씨가 선명하다. ‘이 지역은 평화구역이므로 사드 관련 장비 및 인력 출입 자체를 금함’이라고 적힌 팻말이 마을 어귀 보건진료소 앞에 세워져 있다. ‘이를 어길 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박근혜, 황교안, 한민구, 김관진에게 있음. 소성리 이장 및 마을 주민 일동’이라는 문구도 보인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 성주투쟁위, 김천대책위도 팻말에 이름을 올렸다.
 
‘근혜는 감방 갔다. 사드도 미국 가라’ ‘불법 사드 필요없다. 우린 평화를 원한다’ ‘천지에 쓸데없다. 고마 치아라. 사드 배치 결사 반대한다’ ‘사드는 미국으로, 적폐는 감옥으로, 이 땅엔 평화를’…. 마을 곳곳에 현수막이 경쟁하듯 걸려 있다.
 
70여 가구, 100여 명이 모여 사는 한적한 농촌 마을. 6·25전쟁도 비켜갔다는 작은 마을이 갑자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번잡한 동네로 변했다. 지난해 9월 달마산 기슭에 위치한 롯데성주골프장이 사드 배치 부지로 확정되면서 생긴 변화다. 특히 지난 4월 26일 새벽, 80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마을을 에워싼 가운데 기습적으로 사드 장비가 골프장에 반입된 이후 소성리는 사드 반대 투쟁의 ‘성소(聖所)’가 됐다. 최근에는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극우보수 진영의 시위대가 몰려오면서 소성리는 찬반 세력이 충돌하는 갈등의 ‘열점(熱點)’으로 변하고 있다.
 
“하다 못해 동네에 공장을 짓더라도 주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 아닙니까?” 10대째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이장 이석주(64)씨는 “정부가 사드를 불법 배치하면서 소성리는 법의 보호를 못 받는 동네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10년 전 롯데골프장이 들어설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며 “그때는 주민들이 거의 골프장에 살다시피 하며 환경오염을 철저히 감시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골프장으로 통하는 도로 한쪽에 탁자를 세워놓고 지나가는 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사드 관련 장비의 추가 반입과 사드 장비의 ‘불법 가동’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육로가 막히자 미군은 ‘공수(空輸) 작전’을 펴고 있다. 발전용 유류 등 사드 장비 운영에 필요한 물자를 매단 CH-47 치누크 헬기가 굉음을 내며 마을 상공을 수시로 지나가고 있다.
 
미 육군 교본에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 제한 구역’으로 표시돼 있는 사드 레이더 반경 3.6㎞ 안에 거주하는 주민만 성주군과 김천시에 걸쳐 약 2000명에 달한다. 성주골프장에서 직선거리로 전방 8㎞에 위치한 김천혁신도시에는 2만5000명이 살고 있다. 13개 공기업이 이전해 막 자리를 잡아가던 터에 인근에 사드 포대가 배치되면서 이곳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혁신도시 바로 위로 전자파가 지나가는 데다 유사시 제일 먼저 적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북한 무인기가 이 지역 일대를 촬영해 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사드는 적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상승을 멈추고 하강을 시작하는 종말 단계의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거점 방어용인 패트리엇 계열의 저고도 요격미사일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고도에서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사드가 필요하다고 한·미 군 당국은 설명한다. 즉 대기권 안팎의 40~150㎞ 고도에서 사드로 1차 요격을 시도하고, 실패 시 15~40㎞ 고도에서 PAC-2, PAC-3 같은 패트리엇 미사일로 한 번 더 요격한다는 것이다. 작은 우산들 위에 큰 우산을 덧씌움으로써 방어 능력을 높이고, 방어 범위도 확대하는 ‘다층 방어’ 개념이다.
 
북한이 보유한 1000여 발의 탄도미사일 중 85%가 스커드·노동 계열의 단거리 및 준중거리 미사일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단거리와 준중거리에 특화된 사드는 2005년 이후 실시된 11번의 요격 시험에서 모두 성공했다”며 “사드는 현존하는 미사일방어 시스템 중 가장 신뢰성이 높은 무기”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사드 반대론자들은 요격 시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골키퍼에게 어디로 찰지 미리 알려주고 공을 막은 것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종심이 짧고, 산악지대가 많은 한국 지형에서 사드는 효용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사드를 연구해『사드의 모든 것』이란 책까지 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미사일의 발사 위치와 각도를 조절해 40㎞ 이하로 낮게 쏘거나 150㎞ 이상으로 높이 쏠 경우 사드는 무용지물이 된다”며 성주에 배치된 1개 포대로 수도권과 강원도 북부를 제외한 거의 전 지역을 방어할 수 있다는 국방부 측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군사적 효용성과 관련해 제기된 쟁점들에 대한 국방부 설명을 들어보면 대부분 납득이 된다. 처음부터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고 알렸더라면 논쟁을 줄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어떠한 무기도 100% 완벽할 수는 없다. 절대적 완벽성을 기준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논란도 그렇고,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와 용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도 마찬가지다. 팩트를 바탕으로 정부가 적시에 투명하고 요령있게 설명했더라면 끝없는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결정을 못한 채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서두르는 바람에 안팎의 논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절차를 생략한 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문재인 정부는 뒤늦게라도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배치의 유예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소성리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사계절에 걸쳐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공청회와 주민 설명회까지 다 하려면 최소한 1~2년은 걸릴 텐데 그 사이에 무슨 변화가 생길지 알겠느냐는 것이다.
 
‘이곳에는 안 된다’로 시작한 소성리 주민들의 사드 반대 운동이 지금은 ‘어디에도 안 된다’로 바뀌었다. 사드 반대 운동 단체 사람들이 가세하고, 사드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운동에서 ‘반전·반핵·반미·평화’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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