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부가세 대납, 열쇠 쥔 카드사·가맹점은 냉담

“정부의 역할 중 하나인 세금 징수를 일반 사기업인 카드사에 내맡기는 징세편의주의 아닙니까” (카드사)
 

새 정부, 대선 공약 이행 준비
카드사는 시스템·인력 투자 부담
가맹점은 현금 10% 운용 폭 줄어
현금결제 유도, 탈루 늘어날 수도

“부가세 탈루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를 상품이나 음식 등을 판매하는 가맹점이 아닌 카드회사가 대신 납부하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부가세는 물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모든 사람이 부담해 ‘국민 세금’으로 불린다. 1977년 도입됐다. 소비자가 10%의 부가세가 포함된 상품 또는 음식값을 결제하면 사업자(가맹점)가 이를 모았다가 분기에 한 번씩 국세청에 자진 신고·납부하는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당시 탈루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부가세 징수방식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대리납부제의 경우 카드 결제 금액에 대해서만큼은 부가세 탈루 없이 100% 징수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각 카드사를 상대로 대리납부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취합한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 5월부터 기획재정부와 2차례에 걸친 ‘끝장 토론’을 했다. 이달 중으로 한 차례 추가 회의를 열어 카드업계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일단 국세청과 기재부는 대리납부제와 관련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흥업종에 국한해 시범 운영한 뒤 대리납부제를 적용하는 분야를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카드사 대리납부제를 통해 향후 매년 2조5000억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부가세는 체납과 탈루가 가장 많은 세목 중 하나다. 2011년 6조7070억원 규모로 추산됐던 부가세 체납액은 매년 증가해 2014년 7조3800억원으로 추정됐다. 가맹점이 부가세를 걷은 뒤에 제 때에 세금을 국세청에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2014년 전체 부가세 세수 57조1000억원 중 13%에 가까운 금액이 제 때 나라 곳간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조세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탈루 규모까지 더하면 매년 체납과 탈루로 11조 안팎의 세금이 걷히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가세 탈루 유형은 현금 결제를 유도해 부가세를 빼먹거나, 부가세를 걷은 가맹점이 폐업하면서 부가세를 내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부가세 대리납부제는 카드사의 협조 없이는 성공적인 안착이 불가능하다. 결제대금 중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미리 거둬야 하는 것도 카드사고, 이를 모아 국세청에 납부해야 하는 것도 카드사다. 문제는 카드사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가맹점이 납부하던 부가세를 카드사가 납부하기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 인력 충원 비용이 문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대리납부제에 대한 카드사들의 반대 기류가 분명해 의견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 완화로 연 3500억원의 수익이 날아간 상황에서 대리 납부제까지 추진된다면 설 자리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에서 “세금 탈루를 막는 것은 정부의 역할인데 이를 카드사에 떠넘기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기재부는 대리납부제를 추진하기 위해 카드사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보전해주고 추가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카드사 뿐 아니라 가맹점주들 또한 대리납부제에 대한 반대기류가 강하다. 가장 큰 이유는 가맹점 운영을 위한 현금 유동성 확보다. 대리납부제가 시행되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음식 원재료를 구입할 때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결제해야 하는데 반해, 판매시 소비자로부터 받는 음식값에는 부가세가 포함되지 않는다. 분기별로 부가세를 납부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전체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리납부제는 정부의 징세 편의를 위한 제도일 뿐 카드사와 가맹점 모두 반대하고 있다.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하는 카드사에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강행한다면 자칫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이 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탈루를 막겠다는 계획과 달리 일각에선 대리납부제가 오히려 가맹점주들의 탈루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논현동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천모(34)씨는 “대부분의 유흥업소가 현금 결제 시 가격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카드 결제를 피하고 있다. 대리 납부제가 도입되면 할인 혜택을 늘려서라도 현금 결제를 유도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리납부제는 부가세의 체납·탈루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세수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방법론적으로 그 역할을 민간 기업인 카드사가 떠맡는 게 맞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