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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기자의 心스틸러] 용의자 천지 '비밀의 숲'에 빠져들게 만드는 신혜선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이민호를 두고 전지현과 경쟁하는 역할을 맡은 신혜선. [사진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이민호를 두고 전지현과 경쟁하는 역할을 맡은 신혜선. [사진 SBS]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배우는 누구일까. 드라마 시청률로 보자면 여전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전지현을 따라갈 만한 자가 없고, 화제성으로 보자면 ‘오 나의 귀신님’에 이어 ‘힘쎈여자 도봉순’까지 원톱 여배우의 힘을 보여준 박보영만한 자가 없다. 그렇다면 그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신혜선(28)이라는 배우는 어떤가. 낯선 이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녀의 활약이 눈부시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연구원 차시아 역할로 이민호를 두고 전지현과 맞섰고, ‘오나귀’에서는 극 중 조정석 동생인 강은희 역으로 날개 없는 천사의 모습을 선보였다. 거기에 최근 방송 중인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까지 남다른 대본 보는 안목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검사 스폰서 살인사건을 둘러싼 검경찰 수사팀 조승우, 배두나, 유재명, 이준혁, 신혜선이 모두 번갈아가며 용의자 선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 tvN]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검사 스폰서 살인사건을 둘러싼 검경찰 수사팀 조승우, 배두나, 유재명, 이준혁, 신혜선이 모두 번갈아가며 용의자 선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 tvN]

‘비밀의 숲’은 사실 급박한 전개를 따라가며 보기도 쉽지 않지만 치밀한 플롯에 맞춰 연기하기에도 쉽지 않은 드라마다. 검찰 스폰서로 활동하던 박무성(엄효섭 분)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범인으로 몰린 강진섭(윤경호 분)이 교도소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고, 스폰서 상대 여성으로 지목된 아가씨가 살해 직전에 발견되는 등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도 모자라 그에 따른 용의자가 계속해서 바뀌는 탓이다. 게다가 용의자 중 대부분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과 검사 군단이다. 처음엔 이창준(유재명 분) 차장검사가 범인으로 의심됐다가 그의 오른팔 서동재(이준혁 분)가 물망에 올랐다가 다시 냉혈한 황시목(조승우 분) 검사가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 식이다.

욕심많은 검사부터 가엾은 소녀가장까지
조승우ㆍ배두나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
순둥이 혹은 밉상 캐릭터에서 변신 성공
늦깎이 데뷔 인생캐릭터 경신할까 관심

'비밀의 숲'에서 살인사건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만난 영은수 검사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 [사진 tvN]

'비밀의 숲'에서 살인사건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만난 영은수 검사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 [사진 tvN]

그중에서도 신혜선이 맡은 영은수 신입 검사는 가장 많은 비밀로 점철된 인물이다. 표면상으로는 황시목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지만 첫 재판 승소를 위해 황 검사 몰래 서동재와 깜짝 연극을 꾸미기도 했고, 뇌물수수 혐의로 아버지를 법무부장관직에서 내려오게 만든 당사자인 이창준을 증오하는 듯하면서도 가엾게 여긴다. 그러니 한 사람 한 사람과 맞붙을 때마다 때론 순진무구하고 때론 냉철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거기에 아버지의 몰락으로 한순간에 소녀가장으로 전락한 딸과 죽은 강진섭을 마지막으로 만난 사실을 숨기다 코너에 몰리자 이를 털어놓은 용의자로서의 모습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신마다 다른 감정을 품은 인물로 나타난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회장 아들로 추정되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설. [사진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회장 아들로 추정되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설. [사진 MBC]

될성부른 떡잎의 성장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그간 그녀가 보여준 역할은 주로 답답하거나 얄밉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이가 다섯’의 선한 며느리는 ‘오나귀’에서 보여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의 연속선 상이었고, ‘푸른 바다’에서 이민호와 도우미 아주머니로 일하는 그의 어머니 앞에서 보여준 서로 다른 두 얼굴은 ‘그녀는 예뻤다’의 한설 역에서 보여준 예쁜 척, 귀여운 척, 사랑스러운 척의 심화 버전이었다. 어디 캐릭터가 단편적인 게 배우 잘못이겠냐마는 남자 하나 잘 잡아보고자 인생을 거는 여자에서 일과 명예에 목숨을 거는 검사로 돌아왔으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척척척의 표정을 걷어내고 나니 내면 연기가 한층 잘 보일 뿐더러 이제야 어떤 얼굴인지 제대로 보이는데 말이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강은희 역을 맡았다. [사진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강은희 역을 맡았다. [사진 tvN]

사실 영 검사야말로 신혜선과 가장 닮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초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란에 ‘탤런트’라고 적어넣던 그녀가 23살에 처음 ‘학교 2013’의 배역을 따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농담처럼 했던 “원빈을 보고 싶어 배우가 됐다”는 말이 지금껏 회자되고 있지만 그는 국악예고 연기과를 졸업하고 세종대 영화예술학과로 진학하는 등 꾸준히 한 길만 보고 달려온 케이스였다. 학생 때는 소속사에 들어가는 방법을 몰라 대학까지 직진하고, 영화사ㆍ광고 에이전시 등 닥치는 대로 넣어도 1차 서류 통과가 안된 탓에 돌아왔지만 그간 쌓인 구력 덕분에 다채로운 모습을 펼쳐보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충분히 목표지향적이요, 악바리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기세를 몰아 10월 첫 방송되는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여주인공 자리까지 꿰찼다.
 
그녀는 누군가 얘기해준 ‘봄에 피는 꽃은 금방 시든다’는 구절 덕분에 힘든 시절을 버텨냈다고 했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 다르다고, 늦게 피면 늦게 피는 대로 더 오래갈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며서 말이다. 그 지론에 따른다면 신혜선이라는 꽃은 아직도 여전히 피는 중이 아닐까. 바람이 있다면 부디 남이 봐서 예쁜 꽃이 아닌 스스로에게 아름다운 꽃으로 자라줬으면 좋겠다. 영화 ‘검사외전’의 ‘강동원 키스녀’보다, 지지 않기 위해 꾸민 차시아보다 검은 바지정장 단벌 숙녀인 영 검사가 대중의 마음을 훔치는 심스틸러에게 더 적합한 전투복임을 이제는 본인도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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