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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 다주택자 정체는...'갭투자 주도 투기꾼' vs '임대주택 공급하는 임대사업자'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다주택자, 투기 주범인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 투기 주범으로 다주택자 지목
"서민 집 갖지 못하도록 시장 어지럽혀"
보유세·양도세 등 '세금 폭탄' 동원 가능성

금융위기 지나며 세금 많이 완화돼
다주택자가 세채 중 한채 임대주택 공급
"임대사업자로 활용해 임대차 시장 안정시켜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다주택자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난 통계를 담은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다주택자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난 통계를 담은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취임사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어법을 빌리자면 ‘참 나쁜 사람’이다. 이미 집을 갖고 있으면서 없는 사람들 살기 힘들게 추가로 집을 사서 가격을 올려놓고.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을 ‘돈’으로 보고 돈벌이로만 생각하니.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다주택자가 새 정부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주적’으로 떠올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23일 취임사에서 공공연하게 다주택자를 투기 주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열 양상의 원인을 ‘집을 세 채 이상 가진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  
 
김 장관은 다주택자가 주택거래를 크게 늘리며 집값 상승을 부추긴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했다.  
 
이번 6·19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시장 동향을 분석한 수치는 이렇다. 전국과 서울 주택매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5월)에 비해 각각 6%, 2% 줄었는데 가격은 많이 올랐다.  
 
전년 같은 달보다 기준으로 지난해 5월과 지난달 집값 상승률을 비교하니 전국 0.03→0.14%, 서울 0.15→0.35%,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0.28→0.40%로 큰 폭으로 높아졌다.   
전체 거래는 줄었는데 다주택자 거래 48%까지 늘어  
 
주택소유 별 거래량을 비교한 결과 3주택 이상 소유자 거래가 전국 6%, 서울 19%, 강남4구 48% 급증했다. 3주택 이상자의 거래량은 전체의 7~8%로 많지 않지만 한두 채 거래만으로 해당 단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기 충분하다는 점에서 과열의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다.
 
다주택자들은 최근 주택시장에 많이 늘어난 ‘갭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갭투자는 높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로 크지 않은 매매가격과 전셋값 간 차액만으로 주택을 사들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을 말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70%를 넘겼기 때문에 집값의 30%만 있으면 매수할 수 있다.  
 
김 장관은 다주택자 투기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입니다.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됩니다.”
 
주택 투기는 현 정부 주택정책 총괄자인 김수현 청와대비서실 사회수석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김 수석은 저서 등에서 집은 ‘인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집은 인류 생존의 필수품”이라며 “내일의 노동을 위해 오늘 휴식하는 공간, 자녀를 낳고 키워 세대를 이어가는 재생산 공간, 가재도구를 들여놓으면서 가꾸어 가는 사유재산의 창고, 동네와 사회를 구성하는 첫 단계의 물리적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인류 생존의 필수품인 집이 없거나 쫓겨나는 모순적 현실 때문에 국제사회는 진작부터 ‘집이 인권’이라는 점에 주목해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다주택자는 ‘반인권’ 인물인 셈이다.  
 
6·19대책은 투기에 대한 ‘1차 메시지  
 
김 장관은 “6·19대책은 투기에 대한 ‘1차 메시지’”라고 선언했다. 투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말이다.  
 
다주택자 투기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부가 동원할 ‘무기’는 뭐가 있을까. 2000년대 초·중반 집값 급등기 때 노무현 정부가 사용한 대책들이 다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노무현 정부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치르며 다주택자를 정조준한 각종 대책을 만들고 강화했다.  
 
다주택자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의 하나로 ‘세금 폭탄’이 거론된다. 세금을 많이 매겨 집을 여러 채 구입하거나 보유하는 메리트를 없애는 것이다. 집을 팔아서 벌 수 있는 돈을 줄여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보유세·양도소득세 강화다.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새 정부는 이를 강화하는 카드를 적극 만지작거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유세는 집을 가진 데 따른 세금으로 재산세(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국세)가 있다.  
 재산세는 모든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다. 종부세는 개인별로 합산해 일정한 금액을 넘는 주택과 토지의 초과분에 대해 매긴다. 기준은 주택 공시가격 6억원, 토지 공시지가 5억원이다. 이 금액을 초과하는 주택과 토지를 갖고 있으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모두 내야 해 세금부담이 훨신 커진다.  1주택자는 9억원까지 비과세여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더 크다.  
 
노무현 정부를 뒤이은 이명박 정부부터 보유세 힘이 많이 빠졌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재산세 과표현실화가 2009년 포기됐다. 노무현 정부는 주택 재산세에 반영하는 가격의 비율을 50%에서 시작해 2008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높여 2017년 100%로 높일 계획이었다. 재산세에 공시가격 반영비율을 높여 재산세 적용 기준금액(과세표준)을 최대한 실제 가격에 맞추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은 떨어져도 재산세가 늘어나게 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과표현실화를 접었다. 공시가격은 10억원에서 9억5000만원으로 떨어지는데 반영비율이 50%에서 55%로 올가가면 재산세 과세표준은 5억원에서 5억2250만원으로 되레 올라가면서 재산세가 늘게 되는 게 문제가 됐다.  
 
당시 정부는 공정시장가액이란 제도를 도입해 적용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하면서 주택은 공시가격의 80%로 과세표준을 고정했다. 세율도 0.15~0.5%에서 0.1~0.4%로 하향조정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는 2008년 말 세대별 합산 규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뒤 다시 인별 합산이 됐다. 과세기준금액은 한때 세대별 합산 6억원 초과로 강화된 적도 있으나 현재는 1세대 1주택 9억원 초과(2주택 이상 6억원 초과)로 누그러졌다.  
 
세율도 1~3%에서 2008년 말 0.5~2%로 인하됐다. 세금 계산을 위한 기준 금액이 이전 공시가격 전액에서 80%로 줄었고 1세대1주택자 중 고령자장기보유자 세액공제도 도입됐다.
 
그렇잖아도 새 정부는 약해진 보유세를 손보고 싶어하던 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 넣지는 않았지만 후보 때 부동산 보유세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78%에서 1% 안팎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다주택자 세금폭탄 위력 떨어져 
 
양도소득세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에 따라 많이 완화됐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다주택자 중과가 2014년부터 없어졌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2003년 10·29대책에서 3주택 이상자에 대해 60% 세율(기본 세율 9~36%)을 도입했고 2005년 8·31대책 때는 2주택자도 중과(50%)하기로 했다.  
 
그 뒤 2009년부터 한시적인 연장을 거쳐 2014년 1월 1일 새벽 극적으로 국회에서 중과 폐지 법안이 통과됐다. 중과 폐지로 다주택자 양도세 세율은 기본세율(6~40%)이다. 1주택자는 2년 이상 보유하면 9억원 이하에 대해 비과세다.  
 
노무현 정부 뿐 아니라 양도세 등 세제가 주택경기 조절 수단으로 적극 활용돼왔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역시 세제를 동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양도세 강화가 주택 기대 수익률을 떨어뜨려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떨어질 수 있다.  
 
 
가격 상승폭이 그때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양도세 위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강화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을 것 같다. “보유세 강화로 집을 갖고 있을 수 없고, 양도세 무서워 팔 수도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다.  
 
다주택자는 주택시장 '큰 손'  
 
다주택자를 적대시하지 말고 다주택자와 타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택시장 ‘큰 손’인 다주택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주택을 가진 사람은 1300여만명이다. 이 중 2가구 이상 소유자가 14%인 180여만명. 3주택 이상은 3%인 39만여명이다.  
 
다주택자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이들이 굴리는 주택은 많다. 2주택 이상이 가진 주택이 430여만가구로 전체 개인 소유 주택(1400여만가구)의 40%가량 된다. 3주택 이상자 소유 주택은 전체의 12%인 170여만가구다.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제외하고 다주택자의 남는 주택은 250여만 가구로 대부분 누군가에게 전세나 월세로 나간 임대주택이다. 이는 국내 전체 임대주택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국내 전체 주책이 1900여만가구이고 이중 자가가 아닌 임대주택이 900여만가구다. 개인·법인·공공 등이 소유한 집이다.  
 
다주택자 200만가구 임대시장 '사각지대'  
 
사실 다주택자의 임대주택이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셈이다. 이들 중 12만여명의 46만여가구만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다. 등록 임대주택은 연 5% 이하의 임대료 상승 제한을 받는다.  
 
결국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지 않은 다주택자의 200만가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임대료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임대시장 ‘사각지대’에 있는 다주택자 미등록 임대주택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다주택자를 몰아붙일 게 아니라 ‘당근’을 줘서 임대주택사업자로의 변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현 청와대비서실 사회수석도 과거 기고문에서 “소유는 인정하면서 운용에 개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다주택자와의 전쟁에 나서기 보다 타협책을 강구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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