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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혹독한 과정 이겨낸 결과물 … 대규모 시승행사 진행할 만큼 완성도에 자신 있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의 모든 것 - 개발 주도한 국내 엔지니어에게 듣는다
 
섀시 담당 고윤호 차장, 프로그램 매니저 김형준 부장, 상품 기획 담당 서용우 차장, 성능 개발 담당 조환철 차장, 소음 진동 담당 황인선 차장(왼쪽부터). [사진 오토뷰]

섀시 담당 고윤호 차장, 프로그램 매니저 김형준 부장, 상품 기획 담당 서용우 차장, 성능 개발 담당 조환철 차장, 소음 진동 담당 황인선 차장(왼쪽부터). [사진 오토뷰]

“직접 시승 후 비교해보시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는 요청에 상품 개발 엔지니어가 답한 말이다. 간단 명료했다. 차량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쉽게 하기 힘든 얘기다. 차량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은 엔지니어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기에 그들의 이러한 얘기에서 특별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연구실 불은 꺼지지 않는다. 주말도 반납하고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하기 일쑤다. 매일 1~2시간씩 해외 엔지니어들과 정보를 나누며 세계시장에 맞는 기준을 하나하나 맞춰나간다. 전세계 132개국에 판매되는 쉐보레 크루즈 개발 담당 연구진들의 이야기다.
 
쉐보레의 올 뉴 크루즈는 유럽에서 개발된 후 국내에서 조립만 해 판매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GM 개발자들도 크루즈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상품의 완성도를 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올 뉴 크루즈는 사실상 국내 엔지니어들이 개발을 주도해 생산까지 연결한 완전한 국산차다.
 
국내 엔지니어들도 개발 주도권을 갖고 있었던 만큼 올 뉴 크루즈는 한국 소비자들 입맛에 맞는 차로 개발됐다. 국내 소비자들은 소음과 진동, 안락함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는데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를 위해 유리창 두께를 늘리고 흡음재를 보강하는 등 취약한 부분을 메워나가는 튜닝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올 뉴 크루즈는 경쟁모델보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안락한 차가 됐다. 하지만 쉐보레 특유의 달리기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더했다.
 
결과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갖게 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시뮬레이션 테스트와 실차 시험에만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승차감을 좋게 만들기 위해 해외 연구원들과의 설전도 끊이지 않았다. 유럽 소비자들은 승차감이나 정숙성보다는 주행 성능을 추구하기에 차량에 대한 접근 방향부터 달랐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 주역

한국GM 개발자 초기 단계부터 참여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로 탄생
 
사실 전세계 132개국의 소비자 입맛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올 뉴 크루즈는 다양한 국가 소비자들의 요구조건에 맞춰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성을 갖도록 개발됐다. 그 부분 중 하나가 토션빔 서스펜션 구조다. 일반적으로 토션빔 구조는 멀티링크 방식에 비해 부족함이 있다. 한국GM 연구원들은 다양한 국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이면서 실제 주행성능에서 멀티링크 방식에 필적할 수 있을 능력을 갖도록 만드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한 새로운 부품 개발도 주도해 나갔다. 국내의 서스펜션 담당 엔지니어들의 실력은 글로벌 GM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서스펜션 튜닝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고유의 스타일을 지켜냈다. 이를 위해 유럽 개발진들과 설전도 오갔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유럽 개발진들도 한국 시장을 위한 국내 연구진들은 개발 집념을 꺾지 못했다.
 
전세계 시장에 판매되는 신차를 개발해야 하는 만큼 내구 테스트를 위한 시간도 혹독했다. 그리고 그것이 올 뉴 크루즈의 또 다른 강점이 되었다. 전세계 132개국을 대상으로 판매되기에 사막과 빙판·비포장 도로를 막론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올 뉴 크루즈의 테스트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금 개선점을 찾아나갔다.
 
내구성 시험을 위해 국내에서 개발한 크루즈를 중국으로 가져갔다. 국내 시장보다 품질이 낮은 휘발유를 넣고 가혹한 테스트를 실시하기 위함이었다. 열악한 연료 조건에서도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이 엔진은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 수출돼 내구성을 인정받았다. 한국GM 엔지니어들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미 검증을 마쳤기에 터보 엔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올 뉴 크루즈에 탑재되는 엔진은 1.4L의 배기량을 갖는 가솔린 터보 사양이다. 기존에도 1.4L 터보 엔진이 있었지만 신형 크루즈의 것은 엔진의 상당 부분을 바꿔 효율성을 높였다. 우선 연료 분사 방식을 직분사 형식으로 바꾸고 엔진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들의 소재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한층 가벼워진 무게를 바탕으로 엔진의 회전질감을 개선하며 연비까지 향상시켰다.
 

일부 소비자들은 터보차저를 사용한다는 특징을 이유로 경쟁사의 1.6L 터보엔진을 장착한 모델과 비교하기도 한다. 크루즈 개발의 중심에 있던 김형준 연구원은 차량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1.6L 자연흡기 엔진은 연비를 높일 수 있지만 힘이 부족하며 1.6L 터보엔진은 힘은 좋지만 연비에서 손해를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1.4L 터보는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고 성능과 연비 모두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내 시장 특성상 저렴한 자동차세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올 뉴 크루즈만의 특화된 부분 중 하나로는 랙타입 EPS(Electric Power Steering) 시스템이 꼽힌다. EPS라 불리는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조작할 때 전기모터가 힘을 더해 가벼운 힘으로 앞바퀴를 움직이도록 돕는 장치다. 전기모터의 위치가 운전대에 가까이 있으면 칼럼식(C 타입), 바퀴 쪽에 가까이 있으면 랙타입(R 타입)으로 분류된다.
 

전세계 132개국에 판매

다양한 국가 소비자 만족시킬 유연성
해외서 테스트 거치며 경쟁력 갖춰
 
C 타입 EPS는 구조가 간단하며 저렴하다. 때문에 경차와 소형차급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미세한 조작이나 직관적인 감각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따른다. 반면 R 타입 EPS는 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주행 감각 향상시키는데 이점이 있다. 같은 이유로 중형차 이상에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 뉴 크루즈는 준중형 세단임에도 이례적으로 R 타입 EPS가 기본 탑재된다.
 
크루즈 개발에 참여한 고윤호 차장은 C 타입 EPS로 올 뉴 크루즈의 주행성능을 이끄는데 한계가 따랐다고 설명했다. 애초 설정한 주행 감각을 완성하기 위해 R-EPS의 탑재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업계에서도 안전에 대한 GM의 요구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싼 부품을 쓰더라도 소비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하자는 분위기라고 한다. 같은 이유로 전세계 132개국에서 판매되는 크루즈들은 모두 R타입 EPS를 기본 탑재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에 판매되는 만큼 충돌 안전성능에도 힘썼다. 완성된 크루즈가 모든 국가별 안전 기준을 통과할 수 있도록 개발에 개발을 거듭한 결과다. 덕분에 미국은 물론 유럽이나 중국, 국내의 각기 다른 안전 기준에서도 모두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과거 한국GM의 자동차들은 안전에서는 이점이 컸지만 차체가 무겁다는 아쉬움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의 크루즈는 높은 차체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차체 무게를 110㎏ 가량 덜어냈다. 이 역시 연구진들의 자랑거리다.
 
미국 GM의 안전 기준도 상당하지만 한국GM도 까다로운 자체 규격에 맞춰 다양한 안전테스트를 실시했다. 크루즈가 출시를 앞둔 상황, 한국지엠은 갑작스레 출시 지연을 공표했다. 에어백에서 발견된 문제에 의한 것이었다. 단순히 에어백 문제로 출시 지연이란 기사들이 쏟아지며 대중들은 크루즈 에어백에 큰 문제가 있다고만 인지했지만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국내 연구진들은 높은 기온에서 차량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섭씨 85도 부근, 일부 부속에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모든 에어백이 아닌 소량의 제품에서만 발생한 현상이었다. 85도라는 온도는 사람이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환경이다. 또한 모든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었지만 만약에 대비하기 위해 이러한 가혹 조건에서의 테스트를 반복해 가며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해나갔다. 결국 초기 에어백은 국내 연구진들에게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다시금 가혹한 조건에서 시험을 마친 새 제품을 장착하기 위해 출시일정을 미뤘다. 국내 연구원의 고집에 의한 결과다.
 
크루즈 개발진들의 고집은 안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한국의 독특한 자동차 환경을 생각해 해외에 없는 기능도 추가했다. 국내 수도권은 인구 및 자동차 대수 대비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2중 주차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중 주차를 하려면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꾸고 하차해야 한다. 중립 상황에서 핸드브레이크를 풀어둬야만 다른 차 이용자가 내 차를 밀고 빠져나갈 수 있다.
 

고품질 승용차

'R타입 EPS'등 동급모델과 차별화
다양한 전시·시승 행사 통해 마케팅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 팔리는 일부 모델들은 변속 레버를 P(주차)에 두면 키가 빠지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 시장의 2중 주차 환경을 고려해 N(중립)에서도 키를 뺄 수 있도록 바꿨다. 함께 개발에 참여한 유럽 엔지니어들은 이와 같은 기능을 추가하는데 반대했다. 결국 국내 환경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데 3개월 가량이 소요됐다.
 
가끔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받아 답답한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 올 뉴 크루즈의 하체 마감이 성의없다며 문제를 삼은 것이다. 일부 배선이나 브레이크·연료 호스 등이 차량 바닥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배선과 호스 등은 차량 바닥면에서 60㎜ 안쪽에 마련된 홈 안에 들어가 있다. 또, 강한 보강재가 추가돼 직접적으로 상처를 받을 일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 케이블이나 호스를 감싼 플라스틱은 ‘PA66’라는 이름을 가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일반 플라스틱보다 4배 이상 높은 강도를 지닌다고 한다. 다시금 이를 볼트로 체결해 차체에 고정했다.
 
또한 크루즈만 이렇게 만든 것처럼 알려졌다는 부분에 대해 당혹했다고 한다. 사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카인 도요타 캠리·코롤라,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를 비롯해 크라이슬러와 시트로엥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유사한 형식으로 라인을 배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출된 케이블 및 호스가 손상되는 상황은 없는 것일까. 담당 연구진은 이에 차량이 두 동강이 날 정도로 심각한 사고가 아니라면 파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얘기를 나누던 연구진들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환영하지만 불확실한 내용을 바탕으로 확대 해석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들은 올 뉴 크루즈가 ‘고품질 승용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했다. 크루즈는 가격이 다소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진들은 동급 모델과 달리 터보차져를 더하고 R타입 EPS를 추가하는 등 원가 향상이 불가피한 부분이 많았다는 점을 꼽으며 아쉬워 했다. 하지만 동급의 어떤 차보다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으로 소비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시금 탄탄한 기본기와 높은 안전성을 갖는 차 만들기를 해온 브랜드가 쉐보레라는 점을 강조하는데도 열을 올렸다.
 
이는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소비자들이 편견을 갖기 전에 직접 한번 타주셨으면 한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동호회 여론이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만 보고 차량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GM 서기석 마케팅 부장은 더 많은 소비자들이 크루즈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경험할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며, 이에 강남고속터미널에 위치한 파미에스테이션에서 전시·시승 행사를 준비하는 등 앞으로도 크루즈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경험 마케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오토뷰=김선웅·전인호 기자 news@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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