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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의리로 보는 것도 여기까지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매거진M] 할리우드의 흥행사 마이클 베이 감독의 대표 시리즈 ‘트랜스포머’(2007~). 평단은 늘 혹평을 쏟아냈지만 흥행만큼은 전 세계 4조6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둔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다. 그 다섯 번째 영화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원제 Transformers : The Last Knight, 이하 ‘최후의 기사’)가 6월 21일 개봉했다. 베이 감독이 연출하는 시리즈 마지막 영화인 만큼, 시리즈 사상 최고 제작비인 약 3000억원이 투입됐고, 막대한 액션에 복잡한 이야기가 더해졌다. 26일까지 집계된 로튼토마토 지수는 약 15%, 예전처럼 가혹한 평이 뒤따랐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팬들은 이제 다음 편을 기약할 수 있을까.
 
 
설화와 불가사의 뒤에 모두 트랜스포머가 있다고?
베이 감독의 야심은 전에 없이 커진 이야기 규모에서 나타난다.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트랜스포머로 묶은 대서사시랄까. ‘최후의 기사’ 제작진은 라이터스 룸(Writer’s Room)에 모인 12명의 작가진이 함께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알렸다. 여기엔 ‘아이언맨’(2008, 존 파브로 감독) 등의 각본을 맡은 아트 마컴 등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후의 기사’가 관객을 가장 괴롭힌 부분은 이야기다. 영국의 고전 설화 아서 왕부터 세계 제7대 불가사의 유적 스톤헨지까지 여러 모티브를 끌어 왔다. 물론, 실제 사실을 영화에 녹이는 시도는 참신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단,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도입이라면.
코그맨

코그맨

 
영화는 중세 잉글랜드에서 시작한다. 아서 왕(리암 게리건)과 마법사 멀린(스탠리 투치)은 외계에서 불시착한 선조 트랜스포머들과 함께 지구를 수호하기로 서약한다. 1600년 후, 인류와 트랜스포머는 전쟁을 시작한 상황. 미스터리한 영국 귀족 에드먼드(안소니 홉킨스)는 지구를 지킬 기사로 선택 받은 발명가 케이드(마크 월버그)와 멀린의 후손 비비안(로라 하드독)을 찾아 나선다. 한편, 전편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2014)의 엔딩에서 트랜스포머의 고향별 사이버트론을 찾아간 오토봇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피터 쿨렌)은 새로운 위기에 봉착한다.
 
종합하면 큰 이야기 갈래만 네개다. 나열만 해도 숨이 벅찬데, 모든 이야기가 151분 동안 펼쳐진다. 기사도 문학, SF적 상상력, 로맨스와 우정을 버무린 드라마까지. 30분마다 달라지는 이야기를 한 영화에서 잘 엮어내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관객이 정서적으로 이입할 수 없는 건 그 때문이다. 결국 무척 산만하며 피로하다.
 
심지어 여성 혐오 농담과 인종과 국적에 관한 고정관념으로 웃음을 유발하려는 대목도 많다.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유머 코드까지 베이 감독의 특징으로 파악해야 할까. 이쯤 되면 ‘기이하게 덕지덕지 이어진 이야기가 왜 이 영화에 필요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혹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흥행을 위해서라면 어떤 서사도 갖다 붙일 수 있는 블록버스터를 꿈꾸는 게 아닐까.
 
 
묵직하고 피곤한 '파괴지왕'의 액션이여 
팬들이 기대한 건 역시 액션일 것이다. 이 시리즈는 로봇과 자동차를 사랑하는 ‘기계 덕후’의 선망인 변신 로봇을 완벽히 구현했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또 날렵하게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바뀌는 순간 팬들은 환호했다.
 
이번 영화에도 이 장점을 고스란히 활용한다. 다만, 더 많이 자주 싸운다. 한층 진화된 CG 그리고 아이맥스 3D 카메라로 만든 영상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로 빚어낸 음향은 입이 벌어진다. 이것이 막대한 자본의 위상일까. 하지만 이 모든 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볼거리가 정서적, 지적 자극과 전혀 이어지지 않아서다. 솔직히 더 이상 오토봇과 디셉티콘, 인간과 트랜스포머 중 누가 이기고 져도 상관없을 만큼 피로하기만 하다. 매력 없는 인간 캐릭터, 도대체 왜 싸우는지 모르겠는 로봇이 혼탁하게 뒤엉켜 있을 뿐이다. 심지어 지구와 우주, 땅 위와 바다 속을 망라하며 초대형 액션이 펼쳐지지만, 어떤 맥락에서 배경이 바뀌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베이 감독이 매번 비슷한 액션을 10년째 보여주고 있다는 것. 슬로 모션으로 포착한 로봇의 움직임, 장대한 공간을 보여주는 부감 숏, 화려한 불꽃놀이같은 스펙터클한 폭발 신까지. 그의 인장처럼 느껴지지만 반대로 말하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 휘황찬란한 볼거리와 상관없이, 개연성 없는 세계가 맥락 없이 파괴되는 광경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변신하라, 의리도 이제 여기까지니
‘최후의 기사’의 개봉 첫날, 국내 스크린 수는 무려 1739개. 영화 속 물량 액션만큼이나 맹렬하다. 좌석 점유율은 18.9%에 불과했지만, 개봉 당일 관객 28만여 명을 동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많은 이가 궁금해 하는 시리즈임은 분명하다.
 
이미 전편들 때문에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이토록 재앙에 가까운 결과는 당황스럽다. 의욕적으로 프랜차이즈 확장을 도모하는 제작진의 비전을 살펴 보면 더 등골이 서늘해진다. 당장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 ‘범블비’(트래비스 나이트 감독)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이번 여름 촬영에 돌입하고, 이미 열네편의 후속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다.
 
그렇다고 절망하긴 이르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팬들의 원성을 샀던 베이 감독이 ‘최후의 기사’를 끝으로 하차 의사를 밝힌 만큼, 변화를 기대해볼 만도 하다. 그동안 팬들이 학수고대하던 사이버트론 행성, 트랜스포머의 파괴자로 알려진 유니크론이 새로 등장하며 본격적인 ‘로봇 대전’을 알렸으니, 향후 전세는 어떻게든 뒤바뀔 수 있다. 하지만 액션·코미디·로맨스를 허술하게 조립하는 만성적인 제작 방식은 앞으로 이 시리즈가 풀어야 할 저주이자 숙제다.
 
‘이 세상이 존재하기 위해선 다른 세상이 멸망해야 한다’는 거창한 포스터 문구. 하지만 우리는 이미 네 차례나 두 시간 넘게 세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부서지고 구원 받는 광경을 목도해왔다. ‘리부트가 답이다’라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젠 제대로 된 ‘변신’이 필요한 때다. 변신 로봇의 향수에 바쳤던 순정과 의리도, 딱 여기까지다.
 
 
김나현·고석희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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