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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원 '한국ㆍ중국ㆍ대만' 소송전 비화한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사태’

국내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이 육류담보대출 후폭풍에 휩싸였다. 중국 안방(安邦)그룹으로부터 7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동양생명 지분 매각 과정에서 육류담보대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동양생명 인수한 안방그룹 보고펀드, 유안타증권 등에 손해배상 소송
청구 금액 6890억원, 한국 보고펀드와 대만계 유안타증권 얽혀
중국 대 한국은 물론 대만계 증권까지 국제 소송전 예상

안방보험 우샤오후이 전 회장 중국에서 긴급 체포
육류담보대출 발단 소송전, 단기 해결 어려울 전망

 
서울 여의도 유안타증권 사옥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 유안타증권 사옥 전경. [중앙포토]

유안타증권은 27일 “안방그룹 지주사가 유안타증권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6890억원에 이른다. 유안타증권은 안방그룹이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진술ㆍ보증 위반”이라고 밝혔다. 유안타증권 홀로 피소된 건 아니다. 당시 동양생명 지분을 보유하다가 안방그룹에 매각한 보고펀드와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도 함께 소송을 당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피소 대상 가운데 유안타증권만 상장사라 공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2월 중국 안방보험은 보고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동양생명 지분 57.6%을 인수하기로 매매 계약을 했다. 경영권 인수를 포함해 매매 대금만 1조1319억원에 이르는 대형 인수ㆍ합병(M&A)이었다. 동양생명 지분 2.5%, 4.7%를 각각 보유하고 있던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과 유안타증권도 동반매도권을 행사했다. 그해 6월 금융위원회가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대주주 지위를 최종 승인하면서 국내 최초의 중국계 보험사가 탄생했다. 지난해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인수까지 도전하며 국내 업계 5위 보험사로 뛰어올랐다.
 
 
중국 안방보험 본사 전경. [중앙포토]

중국 안방보험 본사 전경. [중앙포토]

하지만 지난해 12월 육류담보대출 사태가 터졌다. 동양생명을 비롯해 저축은행ㆍ캐피탈 등 제2금융권 업체 20여 개가 5000억~6000억원 규모 손실의 육류담보대출 사기에 휘말렸다. 냉동창고에 보관된 고기를 담보로 육류 유통업체와 창고업체에 대출을 해줬다가 돈이 떼일 위기에 처했다. 해당 업체가 같은 고기를 담보로 여러 금융사에 대출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여신 심사를 소홀히 한 탓이었다. 고수익만 노렸을 뿐 담보로 잡은 고기가 냉동 창고에 제대로 쌓여있는지, 담보가 중복으로 잡히지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하지 않고 덜컥 돈을 빌려줬다가 생긴 일이었다.
 
안방보험이 문제 삼은 건 육류담보대출로 동양생명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될 사실을 알고도 보고펀드ㆍ유안타증권 등이 매각 과정에서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손해배상청구 이유를 ‘진술 및 보증 위반’으로 특정한 까닭이다.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규모는 3804억원이다. 육류담보대출 피해 금액 대부분이 동양생명에 물려있다. 뒤늦게 육류담보대출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자본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법정 공방은 한국과 중국은 물론 대만까지 얽힌 대형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소송 타깃으로 지목된 유안타증권은 대만계 증권사다. 동양그룹 계열사였던 동양증권이 2014년 대만 1위 증권사를 보유한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지금의 유안타증권으로 바뀌었다.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 [중앙포토]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 [중앙포토]

7000억원 규모의 국제 소송전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 전망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국제 M&A 시장의 ‘큰손’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보험 회장이 최근 긴급 체포됐기 때문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주석의 외손녀 덩저루이(鄧卓芮)의 남편이었던 인물이다. 이후 다른 중국 고위 관리의 딸들과도 결혼과 이혼, 결혼을 반복하며 영향력을 키웠던 우 전 회장이 긴급 체포되면서 안방그룹의 앞날도 불투명하게 됐다. 중국 내 매체는 우 전 회장을 2015년 주가 폭락의 배후자로 지목하며 금융계에서 청산해야할 대표 인물로 꼽고 있다.  
 
동양생명의 전망도 불투명하게 됐다. 지난 14일 중국 안방보험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우 전 회장의 사임을 알렸다. 13일 1만700원이었던 동양생명 주가는 27일 오전 11시 기준 9840원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비롯 (안방보험의) 국내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피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안타증권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오전 11시 현재 3925원으로 전날과 견줘 4.2%(170원)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안방그룹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6890억원 전액이 유안타증권을 대상으로 한 건 아니다”라며 “당시 유안타증권이 안방보험에 매각한 동양생명 지분은 4.7%에 불과하고, 소송 청구 내용 중에서도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육류담보대출 사태란
A사는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유통하는 회사다. 대량으로 물건을 취급하다 보니 종종 자금이 부족해 냉동창고에 보관된 고기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미트론(meat loan·육류담보대출)’이다. 생고기는 환금성이 좋은 담보다. 회전율이 높아 현금으로 전환하기 쉽다.  
 
하지만 1금융권(시중은행)에서는 쉽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냉동창고 업자가 발행한 담보확인증(이체증)만 믿고 대출을 해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복 대출 우려도 있다. 돈을 떼일 수 있기 때문에 미트론을 내주는 금융회사는 비싼 이자를 받는다. 통상 석 달 내 상환하는 조건으로 연 6~8%에 달하는 고금리가 적용된다.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회사들이 주로 미트론을 취급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여신 심사를 소홀히 한 금융사를 상대로 한 미트론 사기 의심 사건이 발생했다. 동양생명과 저축은행·캐피탈 등 제2금융권 업체 20여곳이 엮였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냉동창고에 실사를 나가 담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고기는 동양생명 것이 아닌 저축은행 소유 담보’라는 얘기가 나와 조사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일부 육류업자가 같은 고기를 담보로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 대출을 받은 정황을 발견했다. 창고 측에서 준 담보확인증이 날짜와 금융사 이름만 바꿔 중복 발행된 사실도 확인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28일 손실 가능성에 대한 공시를 했다. 문제가 된 육류 유통업체와 창고업체를 검찰에 고소도 했다. 피해가 예상되는 금융사들은 정확한 실태 점검을 위해 공동 실사단도 꾸렸다.  
 
미트론은 담보가치를 산정해 대출 금액을 결정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담보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동산(기계 등) 담보대출과 다르다. 직접 창고에 가서 고기를 눈으로 확인한다고 해도, 중복 담보 설정이 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번처럼 사고가 나도 선순위 채권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출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소송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동양생명 등은 왜 이런 위험한 대출에 손을 댄 걸까. 제대로 된 여신관리 시스템 없이 고수익을 노렸기 때문이다. 제도권 밖에 있는 미트론 거래에는 대출을 중개하는 전문 브로커 회사가 존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미트론을 중개한 P사는 고기 유통업체들의 담보가치를 평가하고 각 금융사와 접촉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역할을 했다. 중개수수료는 첫 거래의 경우 대출금의 0.3%를 받았다. 거래가 누적되면 수수료는 0.1~0.15%가 적용된다.  
 
생명보험업계 5위권인 동양생명과 중대형 저축은행들은 깜깜이 브로커 거래만 믿고 수백~수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덜컥 빌려준 것이다. 금융사의 손실은 궁극적으로 주주 및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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