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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3년 공친 ‘박찬호공원’ … 졸속추진 ‘차범근로’ 헛발질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기슭의 작은 마을. 3년 전 야구선수 박찬호씨가 참석한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의 야구공원 ‘소요산 박찬호 야구공원’ 기공식이 열렸던 곳이다. 지금 진행되는 공사도 없고, 야구장 추진을 알리는 현수막도 하나 없다.
 

유명인 이름 딴 지자체 사업 실태
박찬호공원 기공식 후 진척 없어
차범근로 유적지 훼손 지적에 무산
인천 류현진 야구장 4년째 지지부진
“지역 연관성 결여 땐 정체성 혼란”

마을 주민 용운선(60)씨는 “박찬호 야구공원이 조성되면 도로가 갖춰지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집값도 오를 것으로 많이 기대했는데 3년째 진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4년 박찬호 선수가 참석한 ‘소요산 박찬호 야구공원’ 기공식 모습. [연합뉴스]

2014년 박찬호 선수가 참석한 ‘소요산 박찬호 야구공원’ 기공식 모습.[연합뉴스]

박찬호 야구공원은 동두천시가 민간자본 330억원을 유치해 상봉암동 32만㎡에 2000석 규모의 야구장, 타격연습장, 실내 야구연습장 등을 만들기로 했던 곳이다.
 
26일 동두천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지금 표류하고 있다. 2013년 2월 경기도와 동두천시, 박찬호 선수, 소요산야구공원㈜이 협약을 체결한 뒤 2014년 7월 기공식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자가 기간 내에 법정 이행보증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지난 2월 28일 실시계획 인가가 취소됐다.
 
사업시행사인 소요산야구공원㈜ 주경성 부사장은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지난 15일 실시계획 인가를 다시 동두천시에 낸 상태”라며 “인가가 나는대로 착공해 1년 뒤 시설을 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운성 동두천시 투자유치팀장은 “야구공원이 조성되면 지역 경제 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시는 행정적인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동두천시 관계자가 야구공원 예정지를 설명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동두천시 관계자가 야구공원 예정지를 설명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유명인을 내세운 거리와 공원 등이 전국에 잇따라 조성되거나 추진 중이다. 대구의 김광석길처럼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도 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도 적지 않다.
 
인천의 ‘류현진 야구장’은 4년째 진척이 없다. 인천시는 2013년 11월 인천시청에서 류현진 선수와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참여한 가운데 ‘인천 야구꿈나무 육성과 스포츠 발전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시는 야구장 건설부지 제공 및 재단 설립지원을, 류 선수는 어린이야구단 후원 및 장학사업 등을 펴기로 했다.
 
시는 이후 체육공원을 만들기 위해 매입한 땅을 제공키로 했다. 하지만 2013년 4월 감사원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럭비경기장과 체육관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를 과도하게 매입해 재정부담을 키웠다. 체육공원을 조성하지 말라”고 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경기도 화성시는 2015년 오산·화성·수원에 걸친 서부우회도로의 화성 구간(5.2㎞)에다 화성 출신 축구선수인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이름을 따 ‘차범근로’로 이름을 붙이려다 논란이 됐다.
 
시는 차범근로를 만든 뒤 명예도로명 표지석 3개와 명예도로명판 22개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로가 사적 206호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과 국보 제120호 범종이 있는 용주사를 관통하면서 용주사 신자와 지역 주민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반발했다. 결국 차 전 감독도 사양의 뜻을 밝히면서 무산됐다.
 
경기도 수원시 망포동과 화성시 반송동을 잇는 4.7㎞ 길이의 6차로 도로는 한때 ‘박지성길’로 불렸다. 수원시민인 축구선수 박지성을 기리기 위해 수원시가 2005년 지정했다. 하지만 2009년 도로명 통합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2개 이상 시·군·구에 걸쳐 있는 도로는 명칭을 통일해야 하고, 생존인물 이름을 딴 도로명은 각종 공적장부에 기재되는 주소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정부 지침 때문이었다. 총연장 4.7㎞ 중 1.3㎞ 구간은 수원시, 3.4㎞ 구간은 화성시에 각각 걸쳐 있는 이 도로의 명칭을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수원시는 ‘지성로’로, 화성시는 동탄신도시 공원 이름에서 따온 ‘센트럴파크로’로 변경하겠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결국 두 지역은 의견을 절충해 ‘동탄지성로’로 합의봤다. 수원시는 현재 ‘박지성길’을 완전히 없애지 않고 명예도로명으로 ‘동탄지성로’와 병기해 사용하고 있다.
 
임승빈 명지대(행정학) 교수는 “유명인의 이름을 내세운 거리 등 조성사업은 지역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관광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지역과 연관성이 부족할 경우 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업이 표류하면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익진·임명수·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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