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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스포츠 불문율, 알고 보면 ‘배려의 기술’

스포츠에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대개 상대를 배려하는 내용이다. 불문율이 깨질 때 논란이 빚어진다. 지난 23일 롯데 이대호(왼쪽 둘째)는 9-1로 크게 앞섰던 두산 오재원이 자신을 태그하자 불문율을 깼다고 보고 이를 지적했고, ‘훈계 논란’에 휩싸였다. [김진경 기자]

스포츠에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대개 상대를 배려하는 내용이다. 불문율이 깨질 때 논란이 빚어진다. 지난 23일 롯데 이대호(왼쪽 둘째)는 9-1로 크게 앞섰던 두산 오재원이 자신을 태그하자 불문율을 깼다고 보고 이를 지적했고, ‘훈계 논란’에 휩싸였다. [김진경 기자]

 
#1. 지난 23일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 두산의 승리(9-1)로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이대호(35)는 두산의 2루수 오재원(32)을 따로 불렀다. 이대호는 굳은 표정으로 오재원에게 뭔가를 이야기했고, 후배인 오재원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장면이 방송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지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야구 관련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배인 이대호가 다른 팀 후배에게 위압적인 태도로 훈계를 했다는 것이었다.

‘이대호 훈계 논란’ 계기로 보니 …
두산 오재원 불필요한 태그아웃
‘크게 지는 팀 자극했다’ 충돌 불러
배구, 상대 코트 향한 세리머니 자제
축구선 불문율 어겨 폭력 사태도
‘농구 꽃’ 덩크, 초창기엔 상대 모독

 
 
 
 
갈등의 씨앗은 9회 초 일어났다. 2사 1루에서 2루수 오재원은 대타 이우민의 타구를 잡은 뒤 1루로 송구하지 않고 2루로 향하는 1루 주자 이대호를 태그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대호는 신체 접촉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크게 앞서고 있는 팀이 상대팀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불문율’을 어긴 것으로 해석할 소지도 있었다.  
 
 
지난 2011년 10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과 카타르 알 사드의 4강 1차전 후반전에서 양 팀 선수들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난투극은 부상 선수 발생으로 수원이 아웃시킨 볼을 알 사드 마마두 니앙이 골로 연결시키면서 비롯됐다. [연합뉴스]

지난 2011년 10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과 카타르 알 사드의 4강 1차전 후반전에서 양 팀 선수들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난투극은 부상 선수 발생으로 수원이 아웃시킨 볼을 알 사드 마마두 니앙이 골로 연결시키면서 비롯됐다. [연합뉴스]

 
#2. 2011년 10월 19일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 알 사드(카타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후반 막판 리지크와 최성환이 몸싸움 도중 나란히 부상을 당했다. 수원의 염기훈은 두 선수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을 그라운드 밖으로 일부러 차냈다. 알 사드 선수들은 스로인을 한 뒤 공격권을 넘겨주기 위해 공을 수원 골키퍼 정성룡 쪽을 향해 찼다. 그러나 그 때 알 사드 공격수 마마두 니앙이 갑자기 공을 잡은 뒤 골키퍼 정성룡을 제치고 골을 뽑아냈다. 흥분한 수원 팬이 그라운드에 난입하자 알 사드 선수들은 폭력까지 휘둘렀다.
 
 
 
 
스포츠 세계에는 여러가지 불문율이 있다. 치열한 승부와는 별개로 상대 팀이나 선수를 보호하고 배려하기 위해 생겨난 암묵적인 규칙이다. 정식 룰은 아니기 때문에 어긴다고 해서 처벌할 순 없다. 하지만 불문율을 어길 경우 갈등이 불거진다. 알 사드와 수원의 경기에서 나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포츠 종목별 불문율 사례

스포츠 종목별 불문율 사례

 
농구에선 4쿼터에 크게 앞선 팀이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릴 때까지 쉬지 않고 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만약 20~30점 차로 앞선 팀이 이렇게 플레이를 했다간 지고 있는 팀을 자극하는 행동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득점할 때마다 세리머니를 하는 배구에서는 네트 너머 상대를 보며 과격한 액션을 하는 걸 도를 넘어선 행동으로 여긴다.
 
축구에선 친정팀을 상대로 골을 넣을 때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는 2013년 3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골을 넣고 동료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지 말라’고 손짓했다. 6시즌 동안 뛰었던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불문율은 명확히 규정된 것이 아니기에 심심찮게 문제가 생긴다. 이대호와 오재원의 충돌이 그런 경우였다. 이대호는 “오재원이 태그를 할 때 장난을 치는 것 같아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들 중엔 오재원보다 이대호를 비난하는 이가 더 많았다. 오재원이 ‘불문율’을 어긴 것보다 이대호의 ‘꼰대질’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이대호도 “후배를 나무라는 것처럼 보였다면 내가 잘못한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날 경기에서 오재원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1루수 이대호를 끌어안은 뒤에야 여론이 잠잠해졌다.
 
 
'훈계 논란' 다음날 경기에서 오재원이 볼넷으로 걸어나가 1루수 이대호를 끌어안은 뒤에야 여론이 잠잠해졌다. [중앙포토]

'훈계 논란' 다음날 경기에서 오재원이 볼넷으로 걸어나가 1루수 이대호를 끌어안은 뒤에야 여론이 잠잠해졌다. [중앙포토]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서울대 강사)는 “요즘 우리 사회에선 ‘갑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페어플레이를 추구하는 스포츠만큼은 (갑질의) 청정지역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팬들이 이대호 선수를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 운동부는 물론 프로 스포츠계엔 여전히 권위적인 문화가 남아있다. 수평적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훈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스포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둘 이상 모인 그룹에서는 비공식적인 에티켓이 있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내용이다. 그런데 에티켓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대에 따라 스포츠계의 ‘불문율’ 도 변한다. 초창기 덩크 슛은 수비수들을 모독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덩크슛을 하고 내려오는 선수에게 일부러 달려들어 위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닥터J’ 줄리어스 어빙이 잇따라 화려한 기량을 선보이면서 덩크슛은 ‘농구의 꽃’으로 자리잡았다.
 
김효경·박린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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