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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면 놓치지 말자… 별 흐르는 숲, 여름밤 반딧불이

제주 청수리 곶자왈의 밤을 밝히는 운문산 반딧불이를 카메라로 포착했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30초로 두고 20장 연속으로 찍은 사진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합성했다. 강정현 기자

제주 청수리 곶자왈의 밤을 밝히는 운문산 반딧불이를 카메라로 포착했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30초로 두고 20장 연속으로 찍은 사진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합성했다. 강정현 기자

제주 한경면 청수리. 제주도 남서쪽에 자리한 이 마을은 언뜻 보기에는 모르고 지나쳐도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마을로 보이기도 합니다. 월정리, 하도리처럼 근사한 해변을 곁에 둔 것도 아니고 중문관광단지처럼 럭셔리한 호텔이나 골프장이 밀집된 마을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제주의 여느 시골 마을같이 주민 대다수가 감귤 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평범한 동네입니다.
한데, 올 6월들어 청수리는 제주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핫 플레이스’였습니다. 주말 저녁에는 서울 시내 출퇴근 시간을 방불케 할 만큼 교통체증이 빚어진다네요. 외지에서 찾아온 여행객이 마을회관 주변 길가에 차를 대놓는데, 그 주차 행렬이 1㎞ 이상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6월 16일에는 하루에만 2000명이 청수리에 몰려들었거든요. 청수리로 찾아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 여름밤을 수놓는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제주 청수리, 운문산 반딧불이 최대 서식지
30일까지 반딧불이 탐방 프로그램 운영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투어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는 여행객들. 강정현 기자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투어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는 여행객들. 강정현 기자

청수리는 ‘운문산 반딧불이’ 최대 서식지입니다. 경북 청도 운문산에서 발견된 종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청수리에서 운문산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은 ‘청수리 곶자왈’로 불리는 숲입니다. 곶자왈은 수목과 덤불이 뒤섞인 제주 특유의 숲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청수리는 205만㎡(65만 평)에 달하는 곶자왈을 끼고 있습니다. 숲 면적이 일산 호수공원의 곱절에 달합니다. 빛공해와 오염원이 없는 청정한 청수리 곶자왈에서 운문산 반딧불이는 달팽이를 먹고 살아갑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연구소가 2004년 청수리 곶자왈을 조사한 후 운문산 반딧불이 서식지로서 청수리의 생태학적 가치를 높이 산 바 있습니다.
청수리 곶자왈은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만큼 숲이 우거진 곳이다. 축축한 낙엽이 깔려 있어 반딧불이의 먹이가 되는 달팽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양보라 기자

청수리 곶자왈은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만큼 숲이 우거진 곳이다. 축축한 낙엽이 깔려 있어 반딧불이의 먹이가 되는 달팽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양보라 기자

청수리 곶자왈은 청수리 주민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다. 말과 소를 방목해서 키운다. 양보라 기자

청수리 곶자왈은 청수리 주민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다. 말과 소를 방목해서 키운다. 양보라 기자

운문산 반딧불이는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고, 여름을 앞두고 어른벌레(성충)로 변신합니다. 배에 형광색 조명(발광기)을 켜고 이르면 5월 말부터 밤하늘을 날아다니지요. 반딧불이의 빛은 구애의 빛입니다. 암수가 불빛을 주고받으며 제 짝을 알아봅니다. 6월 중하순에 가장 많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100m에 40~50마리가 한꺼번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청수리 곶자왈은 마을주민 100여 명이 공동소유하고 있는 마을 공유지로 소나 말을 방목하던 장소였습니다. 때문에 일반인의 출입을 막아놨었죠. 난대림연구소 연구원이 반딧불이 조사를 위해 가끔 드나드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아마추어 사진작가나 여행객이 알음알음 모여들었고, 마을 부녀회나 청년회 회원들이 숲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러나가 2016년에는 운문산 반딧불이 시즌에 하루 1000명이 찾아오기도 했다네요.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탐방 접수처. 양보라 기자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탐방 접수처. 양보라 기자

평소 출입이 제한되는 청수리 곶자왈 입구. 양보라 기자

평소 출입이 제한되는 청수리 곶자왈 입구. 양보라 기자

“도저히 마을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여행객이 몰려왔어요. 곶자왈 출입구를 막아도 몰래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부지기수였죠. 여행객을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청수리 고영국(54) 이장은 마을 주민과 상의한 끝에 올해 처음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를 기획했습니다. 6월 1일부터 30일까지 하루 200명만 사전에 예약을 받아 반딧불이 탐방을 하기로 했죠. 5월 홈페이지에 반딧불이 탐방 예약을 공지하자마자 일주일이 안돼서 마감되고 말았답니다. 왜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냐는 항의도 빗발쳤고요.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뜨거워서 마을 주민들은 잠시 농사일을 접고 손님맞이에 힘쓰기로 했습니다. 축제를 앞두고 마을 주민 20명이 서귀포시에서 문화해설사 교육도 받고, 곶자왈 안내자로 현장에 배치됐습니다.  
소문으로만 접했던 청수리 반딧불이 축제를 보기 위해 21일 청수리 마을회관 앞으로 찾아갔습니다. 오후 5시쯤이었는데 벌써 반딧불이 탐방을 기다리고 있는 여행객이 제법 보였습니다. 200명은 사전 예약, 200명은 현장 예약을 받아 탐방이 진행되는데 오후 7시 개시되는 현장 예약을 신청하려는 무리였죠.  
특히 아이와 함께 찾아 온 가족여행객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도심은 물론이고 시골에서도 보기 힘들어졌으니, 반딧불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였겠죠.  
경북 청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운문산 반딧불이. 5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운문산 반딧불이 성충을 관찰할 수 있다. 제주 한경면 청수리는 운문산 반딧불이 최대 서식지다. [중앙포토]

경북 청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운문산 반딧불이. 5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운문산 반딧불이 성충을 관찰할 수 있다. 제주 한경면 청수리는 운문산 반딧불이 최대 서식지다. [중앙포토]

정수리를 찌를 듯한 햇볕이 누그러지고, 어스름이 내리자 반딧불이 탐방이 개시됐습니다. 20~30명이 조를 이뤄, 안내자를 따라 곶자왈 탐방로 2.4㎞를 한 바퀴 걸어 나오게 됩니다. 탐방 전, 반딧불이 생태와 관련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또 탐방 중 유의사항도 전해 들었습니다. 반딧불이는 빛에 취약하니 랜턴이나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 것과 모기 기피제 등을 뿌리지 말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오후 9시, 드디어 이장님을 따라 곶자왈로 들어섰습니다. 이장님은 야광 스티커를 얇게 붙인 막대기 하나를 손에 들었습니다. 인공조명이 하나도 없는 숲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불빛입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숲을 달빛과 별빛에 의지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동행한 여행객이 숨을 죽이며 걷는 사이,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반짝반짝, 하늘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등장했습니다. 가로등이나 간판불빛이 훤한 도시에서는 절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약한 불빛이었지만, 곶자왈에서 반딧불이 불빛은 ‘섬광’이었습니다.  
카메라에 반딧불이 궤적이 담겼다. 30초 동안 노출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강정현 기자

카메라에 반딧불이 궤적이 담겼다. 30초 동안 노출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강정현 기자

카메라에 반딧불이 궤적이 담겼다. 30초 동안 노출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강정현 기자

카메라에 반딧불이 궤적이 담겼다. 30초 동안 노출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강정현 기자

곶자왈 탐방로에는 숲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구간이 3군데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1터널, 2터널, 3터널로 부릅니다. 30분 즈음 걸어가 2터널에 들어서니 그야말로 반딧불이 장관이 빚어졌습니다. 한눈에 봐도 일일이 세지 못할 만큼 많은 반딧불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늘어놓은 듯,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반짝거렸습니다. 사람 곁으로 호기롭게 다가오는 반딧불이도 여러마리였습니다. 수풀에 붙어 있는 불빛은 암컷, 하늘을 열심히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는 수컷인데, 수컷이 불을 밝히며 구애하면 암컷이 번쩍 거리는 불빛으로 화답하면서 짝을 맺는다고 하네요. 반딧불이가 성충으로 사는 기간은 고작 2주. 온 힘을 다해 반짝거리는 반딧불이는 숭고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행여 반딧불이에게 해가 될까봐 숨죽이고 바라만보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3터널을 지나면 탐방 시작점으로 다시 되돌아나옵니다. 천천히 탐방로를 걸으며 반딧불이를 구경하기까지 1시간 남짓 소요됩니다. 올 여름을 놓치면 다시 한해를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장관이겠지요. 마을에서는 반딧불이 보호를 위해 하루 400명만 입장할 수 있게 인원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400명 안에 들지 못하면 청수리에 찾아가도 발길을 돌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식적’인 반딧불이 축제는 6월 30일까지지만 반딧불이 탐방은 8월에 재개됩니다. 늦반딧불이가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하늘에는 별이 뜨고 땅 위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마을, 청수리가 오래도록 생태관광지로 남게 되길 바랍니다. 청수리 자치회 064-773-1949. 입장료 1인 3000원. 자세한 여행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제주 관광 정보 사이트 비짓제주(visitjeju.net)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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